■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측되죠. 지난주에는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이 폭염도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가 다양하다고 합니다.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폭염지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옛 선조들은 무더운 여름날 강바람을 쐬면서 더위를 식혔다고 하는데요. 우리도 더우면 한강을 찾곤 하잖아요. 이처럼 같은 도심이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서 온도가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인터뷰]
YTN의 정혜윤 기자가 주요 지역의 기온을 직접 측정해 보도하는 것을 제가 봤는데요. 도심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아스팔트 도로'였다고 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1시 기상청 서울 관측기온은 33도였는데, 도로 표면 온도는 51도로 대기 온도보다 20도가량 높았습니다.
도로 옆 인도는 아스팔트 도로보다 낮은 40도나 됩니다. 그런데 요즘 더위를 피하라고 횡단보도 쪽에 설치된 그늘막이 있지 않습니까? 이곳의 표면 온도는 25도밖에 안 됩니다. 실제 그늘막이 더위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지요.
도심 속 하천인 청계천에서 기온을 재보니 그늘은 20.9도, 물가는 17.7도로 도심 공식 기온보다 10도 이상 낮았다고 해요. 또, 한강 역시 바람이 한 번 불 때마다 피부 온도를 떨어트려 체감온도가 약 2~3도가량 낮아진다고 합니다.
[앵커]
같은 도심이어도 아스팔트와 그늘 그리고 물가 기온이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건데요. 이렇게 기온 차이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뷰]
아무래도 우리가 더위를 나타내는 가장 편한 지수가 기온이다 보니 기온으로 많이 측정하는데요. 하지만 실제 사람이 느끼는 더위는 기온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기상청의 폭염 특보인데요. 그동안 단지 기온만을 가지고 폭염 특보를 발령했는데, 2018년이나 2019년 폭염 때 보니까 기온이 폭염 기준보다 낮은데, 많은 온열 질환자들이 발생했거든요.
원인을 조사해 보니 기온 외에 습도가 사람들에게 아주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올해 폭염 특보 기준을 바꿨습니다. 기온에다가 습도의 영향을 더한 체감온도가 폭염 특보의 기준이 된 것이죠.
지금까지는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이틀 이상 지속하면 폭염 주의보, 35도 이상 이틀 이상 지속하면 폭염 경보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한 폭염 특보는 사람이 실제 느끼는 체감기온이 33도 이상 이틀 이상 지속하면 폭염 주의보, 체감기온이 35도 이상 이틀 이상 지속하면 폭염 경보를 발령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제 기온과 더불어서 습도를 고려한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폭염 특보가 바뀐다는 것인데요. 체감온도는 어떻게 산정하게 되나요?
[인터뷰]
동일한 기온에서도 습도가 증가하면 사람이 느끼는 체감기온은 높아집니다. 그래서 기상청에서 만든 체감온도는 기온이 30도~40도 범위에서, 습도 50%를 기준으로 합니다. 여기에서 습도가 10% 증가 혹은 감소함에 따라 체감하는 온도가 약 1℃ 증가 혹은 1℃ 감소로 설정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기온이 33도인데 습도가 40%라면 1도가 감소하면서 체감기온은 32도가 되는 것이고요. 습도가 60%라면 1도가 더해지면서 34도가 되는 겁니다. 이렇게 바꾸면 폭염 특보발표 일수도 변합니다.
기상청이 분석한 폭염 특보개선으로 인한 폭염 발표 횟수는 내륙지역은 평균 0.3일 감소하는데, 반면 상대적으로 습도가 높은 해안지역은 평균 8.6일 증가하면서 전국적으로는 3.7일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편 기상청은 폭염 특보에 체감온도를 도입한 것 외에도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의 장기화로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폭염 특보를 발표할 수 있도록 기준을 바꾸었습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기온뿐만 아니라 습도가 포함돼 있는 새로운 개념. 폭염 특보를 발령하면 국민의 건강관리에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우리가 어떻게 보면 고정된 사고방식이 아닌 실제 더위가 어떻게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더위는 기온과 습도로만 다 나타낼 수 없어요.
제가 공군에서 기상장교로 근무할 때 보면 활주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뜨거운 여름날 활주로 위에 달걀을 깨트리면 달걀 프라이가 될 정도로 무척 덥습니다. 문제는 기온만이 아니라 활주로에서 올라오는 복사열. 일사의 영향 등도 있거든요.
당시 지휘관에게 폭염 시 활주로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의 건강을 고려한 근무를 조언한 적도 있습니다. 공군에서는 병사들의 야외 훈련이나 작전을 할 때 사용하는 무더위 지수가 있습니다. 바로 WBGT 지수입니다.
[앵커]
WBGT 지수. 사실 이름도 생소한데요. 조사해보니까 기온과 습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기상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치라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어떤 요소가 구체적으로 반영되어 있나요?
[인터뷰]
실제로 우리가 35℃라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서 습도나 기류 등에 따라 신체가 느끼는 정도가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관측과 관리가 필요한 재난이라고 봅니다. 특히 폭염 야외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나 군인, 농민들이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강제성이 없는 열사병 예방 3대 기본 수칙이 전부라고 할 수 있어요.
이에 반해 WBGT 지수는 온열 지수라고도 불리는데요. 온열 지수는 미국 국방부가 훈련병의 야외 훈련 때 열사병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개발한 지수입니다. 일반적 대기 온도를 기준으로 삼는 폭염 특보와 달리 기온은 물론 습도, 복사열, 기류 등을 주요 지표로 만들었습니다.
뜨거운 야외의 아스팔트 위에서 일하는 사람과 그늘막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 대기 온도는 33도입니다. 그런데 아스팔트는 70도까지 올라가니까 아스팔트에서 복사되는 열이 엄청납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폭염 기준이 바뀌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농촌의 노인분들이 밭을 매다가 많이 쓰러지시는데요. 이 경우에도 땅에서 반사되는 복사열이 기온에 더해지면서 실제 사람이 받는 체감기온은 높아지는 것이죠. 미 국방부에서는 온열 지수를 5단계로 나누어 훈련에 활용합니다.
첫째 단계가 안전 단계, 이것이 지수로 21 미만입니다. 수분 공급 필요고요, 둘째가 주의 단계입니다. 21 이상 25 미만, 운동을 자제하는 단계입니다. 셋째가 경계 단계로 25 이상 28 미만, 심한 운동 30분 이하로 해야 하고 수분 섭취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넷째가 위험단계입니다. 28 이상 31 미만, 심한 운동 자제하고, 휴식·수분 섭취를 꼭 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다섯째가 매우 위험단계입니다. 31 이상, 가급적 야외 활동이나 외출 제한하는 이런 5단계로 운동 및 야외 활동 지표를 알려줘 온열 질환을 예방하게 합니다.
[앵커]
온열 지수를 설명해주셨습니다. 기온뿐만 아니라 대지의 복사열이라든지 다양한 요인을 반영한 수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런 온열 지수를 산업 현장에서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각국에서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인터뷰]
미국에서 개발된 온열 지수를 잘 활용하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일본은 야외에서 근무하는 산업 현장별로 온열 지수 측정기구를 배치하고 측정값에 따라 작업 여부 판단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은 900여 지점의 온열 지수 실황·예보를 제공해 폭염 피해를 대폭 줄이고 있고요.
중국의 경우에도 온열 지수 수치에 따라 6시간 이하 근무, 당일 옥외 노천작업 중지 등을 결정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야외 산업회사와 일부 군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앞으로 실질적으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폭염 기준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으면 합니다.
[앵커]
폭염이 재작년에 자연 재난으로 분류될 만큼 여름철 건강의 위험 요소가 되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실질적인 폭염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