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이 불법 음란물을 공유하는 채널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n번방'이라는 이름으로 퍼지고 있는 채널을 단속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김우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피해자들의 실명과 함께 낯뜨거운 영상물이 쉴새 없이 올라옵니다.
또 다른 음란물을 원하는 글이 올라오자, 다른 대화방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인터넷 주소가 실시간으로 공유됩니다.
6천 명 넘는 인원이 참여하고 있는 이른바 '유사 n번방'입니다.
클릭 한 번으로 수천 건의 불법 음란물을 볼 수 있는 이런 대화방은 텔레그램에서만 수백 개 이상 성행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초.
유명 불법 성인 사이트 소라넷 등이 적발되면서, 해외 기반이자 정보 보안이 철저한 텔레그램 메신저로 둥지를 옮긴 겁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운영자들은 피해 여성들을 협박해 얻은 노출 영상물을 1번 방, 2번 방 등으로 나누어 팔기 시작해 속칭 'n번방'이라고 불렸습니다.
'n번방'은 유사 대화방까지 만들어 내면서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여성 단체들은 관련자들의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이미 주요 가해자들은 자취를 감춘 뒤였습니다.
[서승희 / 한국사이버성폭력 대응센터 대표 : 텔레그램 성 착취 피해 연령대는 대부분 중학생 정도부터 시작되는 청소년에서 20대 초반의 여성들 정도까지가 피해자 연령대입니다.]
이들이 유통 채널로 악용한 텔레그램은 서버가 해외에 있고 강력한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어 본사 측의 동의 없이 이용자 정보를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이승혜 / 검찰 출신 변호사 : 국제 수사 공조를 통해서 텔레그램 본사 측에 가입자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텔레그램 본사가 가입자 정보 제공 여부가 미지수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긴 합니다.]
경찰은 채널 운영자 등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어려운 점을 감안해 'n번방' 홍보나 금품 거래에 가담한 사람을 추적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YTN 김우준[kimwj022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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