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주 /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앵커]
새로운 아이디어가 스마트폰 앱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시간과 자원, 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앱을 만들어도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시장의 흐름을 놓치면 자원만 낭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폰 앱 개발에서 필수적인 시제품 제작 과정을 줄여 생산성을 200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오늘 '줌 인 피플'에서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이성주 교수와 함께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할 때 생산성을 높여서 개발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방금 소개해 드렸는데 어떤 기술인지 자세하게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2007년,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후로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가 27억 명, 태블릿 사용자가 17억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시장에 나온 Apple 앱이 220만 개가 넘고, 안드로이드 앱의 경우에는 280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꾸준히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능을 포함한 앱들을 만들어 왔다는 뜻이죠. 그런데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쓰는 앱은 그 중 만분의 일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새로운 앱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많은 사람이 쓸만한 시장성이 있는 앱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것이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사람들이 사용하는 앱이 전체의 만분의 일이 채 되지 않는다니, 그러니까 개발을 열심히 했는데도 빛을 보지 못하고 묻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럼 앱을 출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앱 개발 과정에서는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앱의 완성된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시제품을 미리 만들어서 타깃 사용자 테스팅을 합니다. 시제품 앱 제작에는 최종 결과물과 얼마나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쉽게 만들어 테스트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요.
저희는 이미 수백만 개에 달하는 스마트폰 앱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기존 앱의 기능을 추출하고 활용해서 새 앱 시제품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번 실험에서 최소 1만 줄 이상의 프로그램 코드 작성이 필요한 시제품 앱 개발 과정을 불과 50여 줄의 코드 작성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시제품 앱 개발에 필요한 프로그램 작성이 200배가량 줄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오, 200배요. 엄청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되겠네요. 기존의 앱들은 개발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건가요?
[인터뷰]
기존의 앱 개발에서도 시제품 앱 제작은 빈번하게 활용됐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더라도 시제품 앱 제작 도구만 수십 가지를 찾을 수 있는데요. 그만큼 시제품 앱 제작에 대한 관심이 높고,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시제품 앱 제작 도구들은 눈에 보이는 겉모습을 만드는 것만 도와주는 데에만 그쳤습니다. 시제품 앱의 외양이 최종 앱과 비슷하게 나오지만, 실제 기능은 포함하지 않아서 핵심적인 기능이 어떤 시장성이 있는지는 테스트해볼 수 없고, 겉모습만 보면서 상상해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이미 존재하지만, 시제품 앱 제작에 필요한 기능까지도 개발자가 직접 만들어서 했는데 사실 그건 그냥 앱을 개발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는 거죠. 저희 기술은 기존에 원래 있는 앱의 기능을 추출해서 활용하여 실제로 기능하는 시제품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기존의 시제품 앱 제작 도구들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앵커]
원래 있던 앱의 기능을 추출해서 시제품으로 만들려고 하는 앱을 만들 때 활용을 한다.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발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원리로 개발하게 된 건가요?
[인터뷰]
쉬운 예시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채팅 앱을 개발하는 개발자가 어느 날 스마트폰 사용자의 수면을 감지해서 자동으로 알림을 끄는 기능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시죠. 자는 동안 알림을 받고 싶지는 않고, 또 시간을 정해놓고 자동으로 알림을 끄더라도 매일 잠드는 시간이 똑같지는 않으니까요.
이 기능이 얼마나 쓸모 있을지 알려면 시제품을 만들어서 몇 명의 사용자들에게 써봐야 할 것 같은데 기존의 시제품 제작 도구들은 겉모습을 만드는 것만 도와줘서 쓸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직접 만들어보자니 수면 상태를 추적하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해서 너무 부담이 큽니다.
그런데 시중에 보면 수면 분석 앱이 이미 여럿 있지 않습니까? 저희 기술을 활용한다면 단순히 시중의 수면 분석 앱에서 어떤 버튼을 눌러서 수면 분석 기능을 켜고 어디에 결과가 표시되는지만 알려주면 됩니다. 그러면 채팅 앱 시제품이 실행되는 동안 저희 기술이 수면 분석 앱을 백그라운드에서 실행하고 결과를 채팅 앱에 알려주어 활용할 수 있게 합니다.
현재 스마트폰에는 평범한 앱을 백그라운드에서 실행하고 결과를 다른 앱에 알려주는 기능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의 핵심은 이렇게 만들어진 시제품 앱을 삼성이나 엘지 같은 다양한 제조사에서 만든 다양한 스마트폰에서 바로 시험해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앵커]
기존 앱에서 분석을 통해서 앱을 활용한다고 하셨는데 그럼 기존 앱 개발자들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도 상당히 궁금해했고 실제 저희 연구 논문 리뷰어들도 많이 궁금해해서 저희가 전문가를 통해서 자문을 받았는데요.
만약 기존 앱에서 추출한 기능을 포함한 시제품 앱을 그대로 상용화하여 출시하고자 한다면 기존 앱 개발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제품 앱을 배포하지 않고 내부에서 시험하는 용도로만 활용한다면 앱 개발자들의 동의 없이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시제품 앱들을 만들어 시험해보고 가장 유용한 안을 선정해 정식으로 개발할 수 있으므로 정식 개발의 실패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거죠.
[앵커]
시험용도니까 개발자의 동의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군요. 개발하신 기술은 상용화가 어떻게 하실 예정인가요?
[인터뷰]
상용화보다 사실 더 좋은 일을 했습니다. 저희 이 연구는 open source 되어 있습니다. 이미. 저희 카이스트 연구실 홈페이지에 가서 내려받을 수 있고요. 기능을 추출하고자 하는 기존의 앱과 저희 개발자 도구를 다운받으셔서 시제품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용 방법은 저희가 발표한 연구논문을 참조하실 수 있고요.
[앵커]
네, 교수님이 연구하신 것을 보면 앞으로의 계획에 따라서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 그 이후의 계획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한데요.
[인터뷰]
저희 연구실에서는 모바일 컴퓨팅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얘기 나눈 연구 주제와 관련해서는, 모바일 앱 사용자, 개발자의 경험 향상을 위한 주제로, 앱 고장이나 오류에 관계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앱에서 오류가 나면, 사용자는 그 앱을 다시는 사용하지 않거나, 삭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앱은 사용자의 스마트폰 종류나 스마트폰이 작동하는 운영체제의 차이, 화면 크기 등등 쉽게 오류가 날 수 있는데요. 사실 개발자 입장에서 모든 조합을 미리 시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거든요. 다양한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마치 오류가 나지 않은 것처럼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연구의 초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요즘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모바일 컴퓨팅 연구 분야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연구가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환경은 사용자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이 틀리고, 모바일 기기도 다양해서, 사용 조합이 셀 수 없이 많아서 모든 환경을 학습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학습되지 않은 모바일 환경에서도 잘 동작하는 서비스 개발을 위한 기계학습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앵커]
교수님 말씀대로 계획이 이루어지면 좋겠는데 연구하면서 구체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거나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었을까요?
[인터뷰]
사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다 좋지만 안되는 점도 많고 극복을 하기 위해서 사실 연구하시는 모든 분이 인내심을 가지고 해야 하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동기부여하고 어려운 점이 있을 때 계속 극복하기 위해서 화이팅 하는 그런 순간도 필요했습니다.
[앵커]
연구하시는 분들이 평소에도 다른 앱들을 많이 활용해 보고 써보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인터뷰]
물론이죠. 사실 저희 연구는 대부분 저희가 쓰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게 동기가 부여가 됩니다. 저희가 불편하고 저희 연구실에서도 앱을 개발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런 불편함을 보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연구가 시작됐었습니다.
[앵커]
그런 노력 끝에 이런 앱을 개발하신 건데 이런 개발, 연구를 통해서 다른 분들이 진짜 이제 시제품을 개발할 때 훨씬 더 유용하고 또 편리해지신 거잖아요. 정말 좋은 연구라는 생각이 들고요. 앞으로도 모바일 컴퓨팅 기술을 더 획기적으로 개발하는 연구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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