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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홍보 의욕이 부른 SCI급 저널 논란

2019년 05월 10일 16시 15분
■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화제의 뉴스를 골라 과학 기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과학 본색' 시간입니다.

이성규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기자]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국립중앙과학관이 발간하는 학술지가 SCI급 학술지로 잘못 소개되는 해프닝이 있었어요.

이 학술지가 SCI급 학술지로 둔갑한 배경, 알아보고자 합니다.

[앵커]
SCI급 학술지라고 하셨는데, 자세한 내용 살펴보기 전에 SCI가 무엇인지부터 설명 좀 해주시죠?

[기자]
용어가 좀 어려운데 SCI는 과학기술논문 인용 색인, Science Citation Index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학술지를 모아놓은 데이터베이스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요.

미국의 한 학술정보회사가 매년 학술적 기여도가 높은 학술지를 엄선하고, 그 학술지에 수록된 논문의 색인과 인용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합니다.

이를 통해 해당 논문이 다른 논문이나 책 등에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지 등의 정보를 알 수 있죠. SCI 등록 여부는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아, 학술지 평가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리고 과학기술계에 저명한 학술지가 몇 가지 있죠?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등을 들 수 있을 텐데요.

[기자]
그런 학술지들은 모두 SCI 등재 학술지로 되어 있어서 SCI가 유명한 이유의 근거가 되기도 하죠.

[앵커]
네, 그러니깐 한마디로 SCI에 학술지가 등록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이런 내용인데요. 논란이 된 중앙과학관에 학술지는 어떤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건가요?

[기자]
해당 학술지는 중앙과학관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 한국사무국이 발간하는 '아시아-태평양 생물다양성 저널', 줄여서 'JAPB'라는 저널입니다.

애초 중앙과학관은 이 학술지가 ESCI에 등재됐다고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와 함께 ESCI 등재 학술지는 한국연구재단에서 SCI 등재저널과 동급 수준으로 인정된다고 소개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연구수준 평가와 연구재단 지원심사에서 연구력 평가의 중요 척도로 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SCI는 SCI처럼 국제학술 논문데이터 베이스를 말하는데, 지난 2015년 처음 생겼습니다.

SCI에 등재 전 단계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한국연구재단이 재단은 ESCI 등재학술지를 SCI급 등재저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진 거죠.

이에 과기정통부는 이날 오후 이 같은 내용을 삭제한 수정 보도자료를 냈는데요.

화면을 보면 정확히 이해가 되는데, 화면 왼쪽을 보면 ESCI가 포함되어 있는데, 수정 후에는 그 부분이 삭제되었잖아요. 이런 논란이 불거지자 내용을 삭제한 보도자료를 부랴부랴 낸 거죠.

[앵커]
요약하면, 중앙과학관 학술지가 ESCI에 등재됐는데, 과학관은 연구재단을 언급하며 이를 SCI 등재와 같다고 한 거고요. 연구재단은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렇게 밝힌 거군요.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가요?

[기자]
한국연구재단이 인정하는 학술 논문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요.

SCI와 SSCI, A&HCI 등인데요. SCI는 과학기술 분야, SSCI는 사회과학 분야, A&HCI는 예술·인문과학 분야를 다룹니다. 중앙과학관 담당자가 ESCI에 대해 연구재단에 문의한 결과, 연구재단이 ESCI를 해외 학술지 DB로 인정할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는 거죠.

(그러니깐 ESCI는 아직 SCI처럼 연구재단이 인정하는 학술 DB가 아닌데) 중앙과학관 담당자는 이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보도자료를 작성했다는 겁니다.

[앵커]
분명 검토 중이라고 했는데, 앞, 뒤가 맞지 않는 군색한 해명으로 들리는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앞서도 설명했지만,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저명한 저널은 SCI에 등재되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만큼 SCI에 등재되었다는 건 신생 저널의 경우 권위가 올라갔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ESCI는 SCI와 별개로 파급효과가 없어요. 중앙과학관 입장에서는 보도자료를 낼 때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SCI급에 등재됐다고 이야기하면 좀 더 홍보 효과가 크다고 여길 수 있죠. 그래서 아마도 이런 효과 때문에 ESCI 등재 학술지를 SCI 등재 학술지로 둔갑시켰다, 이렇게 추정할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홍보 욕심이 3시간 만에 발표 내용을 수정하는 해프닝을 낳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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