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제의 뉴스를 골라 과학 기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과학 본색 시간입니다.
스튜디오에 최소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앞선 보도에서 이상기온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동물들의 모습을 보여드렸는데요,
오늘은 과학자들이 이런 현상이 인간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여러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동물들의 모습 영상으로 보니 안타까웠는데요.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고요? 어떤 것들인가요?
[기자]
일부 사람들은 지구온난화가 거짓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지구 기온이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현재를 지구온난화 '정체기'라고 부르는데요,
이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트럼프는 지구온난화가 경제 발전을 막으려는 중국의 계략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믿음을 따르듯 미국은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약인 '파리협정'을 탈퇴한다고 선언했죠.
게다가 이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는 특별보고서를 채택하는 데 미국은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주장을 뒷받침하는 몇몇 과학 논문들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이 이런 연구를 뒷받침하는 논문 90개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습니다.
연구를 보면, 지구온난화가 멈췄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같은 수치를 두고 한 논문은 2012년에 정체기가 왔다고 했고, 다른 논문은 2012년이 정체기에서 제외됐다고 했거든요.
논문마다 각종 기준이 다르고, 결과도 들쑥날쑥했다는 겁니다.
또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전 지구 평균 표면 온도를 분석했는데요, 온도 상승이 멈췄다고 말할 만한 유의미한 데이터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지구온난화 정체기' 같은 용어를 쓰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인들이 지구온난화가 멈췄다는 오해를 할 수 있는 용어기 때문이라는 입장입니다.
[앵커]
지구온난화 현상 자체를 부인하는 연구는 과학계에서 큰 지지를 받지 못하는군요.
그런데 지구온난화 자체는 인정하지만, 여기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연구도 있다고요?
[기자]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즉 현재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 때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지구는 추운 빙하기와 비교적 따뜻한 간빙기를 반복해왔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지난 40만 년간 지구의 온도 변화입니다.
수십만 년간 누적된 빙하를 분석하면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요,
온도가 낮은 빙하기와 온도가 높은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보이시죠?
이를 근거로 현재의 지구 온난화가 역사적으로 반복돼온 기온변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앵커]
그래프를 보니 현재 지구는 간빙기네요.
그런데 왜 이렇게 주기적으로 온도가 변하는 거죠?
[기자]
지구 도달하는 태양 빛이 주기적으로 늘었다 줄었다 하기 때문입니다.
이 주기를 밀란코비치 주기라고 하는데요,
지구는 하루 한 바퀴 자전하고, 태양 주위를 일 년에 한 바퀴 공전하죠?
그런데 자전과 공전 궤도나 각도가 아주 미세하게 변합니다.
2만6,000년을 주기로 지구 자전축이 회전하는데요,
마치 팽이가 돌다가 비틀비틀하는 것처럼 그 축이 회전하는 것을 '세차운동'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4만1,000년 주기로 지구 자전축의 경사가 변합니다.
이심률이라고 2만3,000년 주기로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 궤도 모양도 찌그러짐 정도가 변합니다.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수십만 년 주기로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변합니다.
이에 따라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빛이 변하고요,
예를 들어 태양 빛이 10%만 줄어도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지구에 극심한 빙하기가 온다고 하니깐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죠.
[앵커]
지구의 공전 궤도나 자전축이 달라지다 보니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빛에 따라서 빙하기와 간빙기가 나뉘는 거네요.
이런 주장은 과학계에서 잘 받아들여지고 있나요?
[기자]
이게 언뜻 보면 그럴싸해 보이는 주장인데요,
대다수 과학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빙하기 때 지구 기온이 현재보다 4도가량 낮았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는 수만 년에 걸쳐 일어난 변화입니다.
밀란코비치 주기에 따라 매우 천천히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거죠.
하지만 최근 지구 온도 변화를 보면 100년 동안 1도가 증가했거든요. 매우 빠른, 유례없는 변화입니다.
[앵커]
빙하기 때 수만 년에 걸쳐서 낮아졌던 기온이 최근 한 세기 만에 1도나 올랐다니깐 급격한 변화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지난 40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변했습니다.
이 변화는 기온 변화와 거의 일치합니다.
기온이 높을 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했고, 기온이 낮으면 이산화탄소 농도도 적었거든요.
아직 이 둘의 인과관계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둘 사이가 복합적이면서 서로 영향을 준다고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농도가 보다시피 최근 유례없는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겁니다.
[앵커]
이산화탄소와 지구 온도와의 상관관계까지 살펴봤는데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시각이 다양한 것 같아요.
심지어는 지구온난화가 바람직하다는 사람들도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구온난화가 생태계에 해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옹호 입장도 있습니다.
빙하기엔 지구 평균 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가서 수많은 생물이 멸종하는데요,
인간 활동이 이를 막고 있다는 거죠.
독일의 한 연구진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직전 지구에서 빙하기가 시작될 뻔했다고 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급증으로 빙하기 도래가 2만∼10만 년 이상 늦춰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다수는 우려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확실히 급격한 기온 상승을 바람직하게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럼 지구온난화 계속되면 어떻게 되나요?
[기자]
지구가 따뜻해지면 극지방의 얼음이 가장 먼저 녹습니다.
그럼 전 세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저지대는 침수됩니다.
실제로 남극대륙에서 사라지는 빙하의 양이 지난 40년 사이에 6배나 급증했습니다.
이에 따라 2002년부터 2016년 사이에 해수면이 약 0.7㎜씩 상승한 것으로 최근 나타났습니다.
이 자체로도 문젠데,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입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최근에 내놓은 연구를 보면요,
세계 최초로 6천 년 전 옛날에 일어났던 지구온난화를 분석했습니다.
물론 그때의 지구온난화는 사람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가까워져 태양의 세기가 세서 지구온난화가 일어났습니다.
이 시기 북반구 여름의 태양은 지금보다 약 5~10% 강했습니다.
그 결과 북극 바다의 얼음이 많이 녹았다는 것이 이번 연구결과에서 드러났고요.
더 중요한 건 해빙 감소가 북반구 기후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겁니다.
북태평양과 북아메리카지역 연평균 온도가 0.5~1도 정도 상승했고요,
유라시아 대륙 일부 지역은 온도가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그러면 지구온난화로 더 뜨거워진 나라도 있고 더 추워진 나라도 있다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북극 해빙의 감소는 대서양 열염순환을 약화해 북대서양 해수 온도를 낮춥니다.
이게 해양 생태계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간활동 때문에 또 지구온난화가 온다면 어떻게 될지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는 연구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인간의 활동으로 유례없이 빠른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만큼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