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제의 뉴스를 골라 과학 기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과학 본색' 시간입니다.
오늘은 이성규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첫 소식 어떤 건가요?
[기자]
지난 6일이었죠. 태양 일부분이 달에 의해 가려지는 부분 일식 현상이 발생했는데요.
미국 기준으로 오는 21일 아주 보기 드문 개기 일식 현상이 일어날 예정이에요.
바로 슈퍼 울프 블러드 문이라고 불리는 천문현상이죠.
[앵커]
슈퍼 울프 블러드 문이요. 이름부터 묘한데요.
어떤 천체 현상인가요?
[기자]
슈퍼 울프 블러드 문은 슈퍼 문과 울프 문 그리고 블러드 문 등 3가지 천문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말하죠.
미 항공우주국 NASA는 현지 시각 1월 20일 늦은 밤부터 21일 새벽까지 유럽과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에서 슈퍼 울프 블러드 문을 약 한 시간 정도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가 포함되어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볼 수 없거든요. 그래서 NASA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일단 우리나라에서 직접 볼 수는 없다는 말씀이시고요. 슈퍼 울프 블러드 문, 세 가지 천문 현상이 합쳐져 있는 건데, 우선 슈퍼 문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슈퍼 문은 평소보다 훨씬 크게 보여서 슈퍼 문이라고 부르거든요. 크다는 뜻인데요.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데,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으로 공전해요.
이 때문에 달과 지구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반복합니다.
그런데 달이 지구에 가장 근접했을 때와 보름달이 뜨는 시기가 겹치면, 지구에서 보면 보름달이긴 한데 좀 더 크게 보여서 슈퍼 문이라고 부릅니다.
슈퍼 문이 뜨면 달이 지구와 가까워진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달의 인력도 가장 커, 조수간만의 차도 평소보다 19% 정도 더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조수간만의 차도 차이가 나고요. 슈퍼 문, 그러니깐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보름달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데요.
그럼 두 번째로 울프 문인데, 울프라고 하면 동물 중에 늑대가 떠오르는데 관련이 있는 건가요?
[기자]
울프 문의 울프는 늑대를 말하는데요.
울프 문은 미국에서 새해 첫 달, 1월에 뜨는 보름달을 말합니다.
울프 문은 이름이 재밌는데,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예전에 미국 인디언 문화 유래된 건데요.
늑대가 야행성 동물이라 밤에 활동하는데 굶주린 늑대가 마을 근처로 하늘을 보고 울곤 했는데, 하늘을 보면 소리가 멀리 퍼진다고 해서 울프가 하늘을 보고 우는 게, 마치 달을 보고 우는 것 같다고 해서 그때는 달을 울프 문이라고 유래가 된 거죠.
[앵커]
또 다른 말로 부르기도 한다면서요?
[기자]
그런가요? 울프 문이라고도 불리고 올드 문, 아이스 문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음력이 있어서 음력 1월 15일에 새해 첫 보름달을 정월 대보름이라고 부르죠.
[앵커]
울프 문은 미국에서 새해 처음으로 뜨는 보름달이라는 얘기네요.
슈퍼 울프 블러드 문에서 울프 문까지 알아봤는데, 이제 남은 건 블러드 문이네요. 블러드 문은 개기월식과 관련이 있다고 하셨는데 다시 짚어주시죠.
[기자]
블러드 문의 블러드는 피를 뜻하잖아요. 그래서 달이 피에 물든 것처럼 빨갛게 보인다고 해서 블러드 문이라고 부르거든요.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이잖아요. 개기월식이 일어나면, 달은 태양 빛을 받지 못하는데요.
그런데 태양 빛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고, 태양 빛 가운데 파장이 가장 긴 붉은 빛은 지구를 거쳐 달에 도달됩니다.
그래서 지구에서는 달이 붉게 보이는데, 이를 블러드 문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말로 레드 문 또는 적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앵커]
네, 개기월식으로 인해서 달이 피로 물든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블러드 문이라고 부르는군요.
블러드 문 말씀하시니깐 블루 문이 생각나는데 달이 푸른 빛을 띠는 건 아닐 것 같고, 이건 어떤 천체 현상인가요?
[기자]
블러드 문과 비슷하게 블루 문을 떠올릴 수 있죠. 블루 문은 푸른 빛으로 물드는 것은 아니고 보름달이 달 초에 뜨면 그달에 보름달이 또 뜰 수 있어요. 그러니깐 한 번에 보름달이 두 번 뜰 경우, 두 번째 뜬 보름달을 블루 문이라고 말합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달의 공전 주기가 한 달보다는 짧기 때문에 월초에 보름달이 뜨면 월말에 두 번째 보름달이 뜰 수도 있겠네요.
슈퍼 울프 블러드 문, 희귀한 천문 현상으로 생각되는데요. 어떤가요?
[기자]
희귀한 천문 현상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정확한 계산은 해봐야겠지만, 이번 세기인 21세기에 들어서 슈퍼 울프 블러드 문은 볼 기회가 28번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100년 동안 28번 보는 거니깐 굉장히 드문 현상인 거죠.
이번 슈퍼 울프 블러드 문은 미국 동부 기준으로 20일 오후 11시 41분부터 관찰할 수 있고요. 21일 오전 12시 16분께 최고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네, 한 시간 정도네요. 슈퍼 울프 블러드 문, 한국에서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나 NASA TV에서 실시간 생중계를 꼭 한 번 봐야겠습니다.
두 번째 소식도 달과 관련한 소식으로 준비하셨다고요?
[기자]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4호가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해, 여러 탐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 여러 번 보도했었잖아요.
창어 4호와 관련한 내용인데,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익점이라고 들어보셨죠?
[앵커]
네, 고려 시대에 우리나라에 처음 목화씨를 들여온 인물이잖아요.
[기자]
문익점이 원나라에 가서 목화씨를 몰래 고려에 가져와서 자신의 장인과 함께 씨를 뿌려 재배해서 국내 목화 재배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이렇게 알려졌죠.
이번 창어 4호 소식은 목화씨와 관련 있는데요. 창어 4호가 달에 갈 때 안에 특수한 용기를 하나 싣고 갔어요. 지름 17cm, 높이 19cm의 특수 실험 용기를 탑재해갔는데, 이 용기 안에는 지구의 토양과 물, 공기가 들어 있는 거죠.
여기에 더해 감자와 목화, 유채, 애기장대와 초파리 번데기 등도 같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창어 4호가 이런 것을 가져간 이유는 달에서 식물의 생장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였죠.
창어 4호는 달 표면에 착륙하자마자 씨앗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어요.
중국 현지 시각으로 3일 오후 11시 18분쯤 지상 통제 센터에서 물을 뿌리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창어 4호가 물을 뿌렸던 거죠.
그리고 12일이 지난 뒤인 15일쯤 중국 연구팀은 달 표면에서 목화씨를 싹 틔우는 데 성공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앵커]
싹을 틔우는 데는 성공했네요. 달의 문익점이 중국 연구팀이 될 수도 있는 실험이었는데요.
그런데 목화 싹이 극심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고요?
[기자]
바로 그다음 날이었죠. 15일에 싹을 틔웠는데, 그다음 날인 16일에 중국 연구팀이 목화 싹이 혹독한 추위 때문에 죽었다는 발표를 했는데요.
달의 뒷면은 기온이 영하 170도까지 떨어져요.
[앵커]
밤에요?
[기자]
네, 밤에요, 그래서 중국 연구팀은 이게 아마 주요한 원인이지 않았을까 설명했는데, 원래 연구팀도 목화 싹이 오래 살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았어요, 이런 걸 다 예상했으니까요.
연구팀은 달의 밤 기온 때문에 캔에 담긴 생명체라고 할지라도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도 했는데, 달은 기온이 낮에는 영상 130도까지 올라가요, 밤에는 영하 170도까지 떨어지니까 일교차가 300도 가까이 나는 거죠.
그리고 특이하게 낮과 밤이 2주 주기로 바뀌어요, 지금 중국 창어 4호가 간 게 밤이잖아요. 그 밤이 2주 동안 지속하는 거죠.
[앵커]
지구와 달에 대기가 없어서, 완충 작용을 해줄 수 없는 건데, 그런데 궁금한 게 함께 가지고 간 다른 식물 씨앗들은 어떻게 됐나요?
[기자]
다른 식물 씨앗들은 씨앗이 싹을 틔웠다, 이런 건 아직 보고되지 않았어요. 다 실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 다 실패했군요. 그럼 혹시 이 전에도 우주 공간에서 식물을 재배해 본 경력이 있나요?
[기자]
그런 경력이 있죠, 우주 공간이라고 하면 대표적인 게 국제우주정거장이잖아요.
인류가 천체에 띄운 가장 큰 물건이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이 국제우주정거장은 2010년부터 식물 생장 실험과 관련한 걸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었죠.
2015년에는 상추를 직접 길러서 시식하기도 했고요, 2016년엔 백일홍 꽃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지구와 다른 천체, 그러니까 달이나 다른 혜성이나 소행성에서 이런 실험을 한 것은 창어 4호가 처음이다,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는 거죠.
[앵커]
최초였군요. 그런데 왜 인류가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 우주 공간에서 식물의 생장 실험을 하는 건가요?
[기자]
한마디로 말하면 미래 우주 탐사를 할 때 식량을 자급자족하겠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앵커]
미래를 대비해서 하는 거군요.
[기자]
앞서 설명했지만, 달은 지구와 달리 기온 변화가 극심한 환경이잖아요.
여기에 더해 지구처럼 대기도 없어 태양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되잖아요, 식물이 살기에는 굉장히 혹독한 환경이다, 이런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건데, 이런 극한 환경에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우주 탐사선에서 식물을 재배한다든지 아니면 달이나 화성에 우주기지를 건설했을 때, 영화에 마션처럼 실제로 가서 재배한다고 했을 때, 그런 것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얻겠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앞서서도 말씀해주셨지만, 달에서 생물이 자생하기 힘들다는 건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였잖아요.
그래도 목화씨가 발아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요, 앞으로도 달의 생태학 연구 계속해서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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