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제의 뉴스를 골라 과학 기자의 시선을 분석하는 '과학 본색' 시간입니다.
스튜디오에 양훼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 어떤 건가요?
[기자]
지난 15일이었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는데, 올해 수능은 초고난도, 그리고 변별력이 높다 해서 '불수능'이라고 불렸는데요.
이렇게 불수능을 만든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국어 영역의 31번 문제였습니다.
학생들은 물론 교사, 입시전문가들도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했는데요, 사실 과학 문제가 아닌 국어 문제를 푸는 게 조금 의아할 수 있겠지만, 과학적인 내용이다 보니 제가 준비해왔습니다.
[앵커]
저도 인터넷에서 이 문제를 봤는데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멘탈붕괴'라고 하는 멘붕이었다, 역대급 지문, 정신 차리니까 10분 남았더라 등등의 생생한 후기를 남겼더라고요.
저도 이게 국어 문제인지, 과학 문제인지 분간이 안 되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문제를 읽어보면 수준 높은 독해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게 있다고 하더라도 지문이나 문제, 보기까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과학적인 배경지식이 없었다면 문제를 풀기 어려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앵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시청자분들은 어떤 문제길래, 싶으실 것 같아요. 문제를 준비하셨죠?
[기자]
문제 같이 보시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앵커]
<보기>를 참고할 때, [A]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 문제에서 [A]는 보이지 않네요?
[기자]
원래 언어 문제 자체가, 기억하시는 분들 계시지만 지문이 있고, 거기에 달린 질문이 몇 개가 있잖아요, 사실 지문이 너무 길어서 준비를 안 했지만, 이 문제의 관련 내용은 서양의 우주론이 성립하는 과정과 그것을 중국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설명한 비문학 지문입니다.
이 지문에서 전체적인 내용은 이건데, A 부분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설명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만유인력의 법칙을 짧게 정리하고 가면 좋을 거 같아요.
첫 번째, 질량을 가진 두 물체 사이에는 인력, 서로 당기는 힘이 작용합니다.
그 힘을 알려면, 그 힘의 크기는 두 개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만유인력의 법칙은 지금 보시는 제일 밑에 있는 공식이 우리가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쯤은 본적이 있는 것 같은 만유인력의 법칙 공식이 완성되는 겁니다.
[앵커]
저도 읽어봤지만, <보기>가 말하고자 하는 건 뭔가요?
[기자]
여기부터 심하게 어려워져요,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선, '질점'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질점'이라는 건 부피 없이 질량만 가지고 있는 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지만, 물리학적으로 공식을 만들 때 쓰는 용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보기> 속 그림이 나오는데, 이 그림을 가지고 설명하면 질점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외부의 질점과 천체가 서로 당기는 힘, 만유인력의 힘을 알려면 우선 천체를 같은 부피를 가진 조각, 양파 조각처럼 나눕니다.
그랬을 경우 각 껍질에서 질점을 당기는 힘을 모두 더하면 천체 중심에서 외부에 있는 질점을 당기는 힘과 같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 어렵죠?
그래서 만유인력의 법칙이 아까 공식도 있었고, 질점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면 여기서부터 이제야 문제를 풀 수 있는 시작 단계가 되는 겁니다.
[앵커]
설명도 들었고, 저도 보기를 봤는데 여러 번 읽어 봐서야 이게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한정된 시간 안에 이 문제를 풀려면 수험생들이 정말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기자]
지금 이 내용이 저는 그림을 준비해왔지만, 다 글로만 쓰여있는 거를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도 문제로 돌아가서 이 문제를 풀려면 설명에서 적절하지 않는 걸 찾는 거예요.
그러니까 틀린 설명을 찾는 거죠.
이 문제의 정답은 2번인데요.
왜 2번이었는지 살펴보면요, 2번은 [태양의 중심에 있는 질량이 m인 질점이 지구 전체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지구의 중심에 있는 질량이 m인 질점이 태양 전체를 당기는 만유인력]을 비교해 두 값이 같다고 말하는 건데요.
지금 보시면 윗줄에 빨간색으로 되어 있는 태양 중심에 있는…, 이라고 쓰여있는 선과 파란색으로 보이는 선 안의 내용이 다르죠?
그러니까 두 만유인력의 값은 절대적으로 같아질 수 없기 때문에 2번이 틀린 답이라 정답이 되는 겁니다.
[앵커]
중심까지의 거리가 아니라 전체의 거리를 봤기 때문에 다른 게 답이 맞았네요.
[기자]
질점을 가지고는 중심과의 거리를 보는 게 맞는데, 전체의 양을 더한다고 하는 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그렇지, 제가 <과학 본색> 하면서 이렇게 머리가 아픈 적이 처음인 것 같네요. 문제 잘 봤고요, 다음은 어떤 주제인가요?
[기자]
다음은요, 지난 15일은 수능 날이기도 했지만, 포항 지진이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된 날이었습니다.
[앵커]
저는 그때가 기억나요, 생방송 뉴스 들어가기 직전이었는데, 급하게 뉴스를 준비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아직도 그때의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걸 보면 당시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됩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포항시민들도 사실 당시의 기억 때문에 아직도 힘들어하신다고 해요.
그래서 포스텍이 포항 시민 5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했더니
응답자의 80.8%가 나는 정신적 피해를 당했다고 이야기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포항 시민 10명 중 8명은 정신적 피해를 계속 경험했다는 건데요.
정신적 피해의 종류를 보면 중복으로 물어본 결과, 79%가 불안감을 느낀다, 28.8%는 불면증, 12.2%는 우울증을 경험한 바 있다고 하고요.
특히, 이러한 정신적 피해는 남성보다 여성이 또, 노년층일수록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정신적인 피해가 이렇게 심각한 정도면 포항 시민들의 트라우마도 걱정되는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트라우마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가 있어요, 그걸 통해 보니 응답자의 41.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으로 나타났고요.
지역별로 보면 진원지와 가까웠던 북구 주민의 스트레스 장애 점수가 25점이면 고위험군으로 넘어가는데, 24.3점이 나왔고, 남구 주민 평균인 19.3점으로 크게 차이나는 걸 확인할 수 있고요.
또, 응답자의 16.4%는 지진으로 인해 우울증 증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이렇게 도표로 보니까 당시 포항 피해주민들에게 심리치료가 꼭 이뤄졌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데, 당시 뉴스에서는 그런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를 봤었거든요.
실제로 이루어졌나요?
[기자]
네. 연구진도 이 부분을 설문 조사 하면서 실제로 지원받은 적이 있는지 질문했는데요.
포항 지진 직후 심리지원센터가 파견됐지만, 이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은 전체 응답자의 4.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4.8%밖에 안 됐다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 지원을 받지 않은 건가요?
[기자]
왜 받지 않았는지 질문했더니 10명 중 7명은 심리지원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고 하고요.
하지만 응답자의 12%는 심리지원 서비스를 받을 여유가 없었거나 11%는 심리지원 서비스를 몰라서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답변에 대해서 포항 시민들의 심리적 충격, 여전히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재난 후 심리적인 지원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요 없다고 생각하거나 몰랐다고 하지 않았나, 분석했습니다.
[앵커]
아마 당시에 물리적인 피해를 복구하는 게 시급했기 때문에 심리적인 피해는 등한시했던 게 아닌가 싶은데, 당시에 꼭 받도록 장려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자]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응답자의 85.8%가 지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을 정도이니, 스스로 깨닫지 못하더라도 심리적 피해, 정신적인 피해는 겪고 있었고, 그래서 심리 지원과 상담 같은 게 필요해 보이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포항 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넘었잖아요. 그런데 아직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포항 지진은 규모 5.4로 굉장히 큰 지진이었고, 우리나라 지진 관측 사상 역대 두 번째로 큰 지진이었죠.
경주 지진에 이어 1년 만에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만큼 자연적인 발생, 그러니까 주기적으로 그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문제가 되는 건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이 서로 다른 단층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원인 분석을 하는 게 굉장히 쉽지 않다는 겁니다.
여기에 포항 지진 이후 인근 지역 30여 곳에서 모래와 진흙 분출구까지 발견되면서 지열발전소 건설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원인 찾기가 복잡해졌다고 합니다.
[앵커]
그러니깐 지열발전소에서 지하를 뚫어서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압력이 생기면서 이게 지진이 원인이 됐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고려대 이진한 교수팀이 이와 같은 연구한 내용으로, 지난 4월 '사이언스'에 실리기도 했는데요.
지열발전을 하려면 앞서 얘기했듯이 인위적으로 지층에 물을 넣어야 하는데 이 물을 주입한 시기와 지진 발생 시기가 일치했다는 겁니다.
지열발전소 부근 지진관측망 9곳을 조사해보니 유체 주입, 그러니깐 물을 넣었을 때 이력 시점과 2016∼2017년에 물 주입 당시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시기가 겹쳐서 같이 비슷하다고 보는 거죠.
[앵커]
지열발전소가 좀 더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근데 반대로 자연적인 지진이었다는 주장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기자]
네. 연세대 홍태경 교수팀이 자연발생적인 지진이라고 연구 결과를 정리해서 지난 9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논문을 실었는데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굉장히 크게 있었는데 그 지진의 여파로 2016년 9월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 지진이 아닌 자연 발생적 지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깐 지열발전소 탓이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당사자인 포항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기자]
앞서 설문 조사를 할 때, 포스텍에서 이 부분도 같이 물어봤다고 하는데요. 설문 조사를 해보니 포항 시민 10명 중 7명이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의 원인이라 생각했고, 20%만이 자연 발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에 지열발전소가 지진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쳤을지 지열발전소 부분만 물어봤더니 8.6% 만이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했으니깐, 대부분의 사람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에서는 지난 3월 포항 지진 연구단을 출범시켜 정확한 원인 조사에 나섰는데요. 정확한 원인에 대한 연구를 해서 내년 2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앵커]
내년 2월이군요. 결과를 지켜봐야겠는데 앞으로 이런 큰 지진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두 가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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