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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논란 동물원…진정한 의미는?

2018년 10월 10일 11시 52분
[앵커]
매주 다양한 동물의 생태를 살펴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과학관 옆 동물원,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기자]
네, 저희가 벌써 1년 반 넘게 이렇게 다양한 동물들에 대해 알아봤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 하는데요, 바로 동물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했던 퓨마, 알고 계시죠?

[앵커]
네, 이름이 뽀롱이로 몇 시간 만에 안타깝게 사살됐던 사건이었죠.

굉장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이 아닌가 하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기본적으로 동물원의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이 큰 문제로 꼽혔고요,

이 때문에 동물원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청와대 게시판에는 동물원을 폐지해달라는 국민 청원도 올라왔었죠.

[앵커]
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동물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만큼 현재 동물원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기자]
뽀롱이 사건에서 봤듯이 안전 관리 문제도 큰데요,

가장 논란이 된 건 동물원 자체가 동물들이 행복한 곳이 아니라는 거죠.

예를 들어 넓은 곳을 질주하는 퓨마가 우리에 갇혀 지낸다거나, 하루에 수 km를 헤엄치는 수달이 짧은 거리만 반복해서 수영한다거나,

이렇게 각각이 가진 야생에서의 습성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요,

심한 경우엔 한곳을 뱅뱅 돈다거나 벽을 긁는 것과 같이 의미 없이 일정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는 겁니다.

[앵커]
일단 동물들이 이렇게 좁은 우리에 갇혀 지내는 것 자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럼 이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어떤 규제는 없나요?

[기자]
실제로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동물원과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종 특성, 개체에 맞는 서식공간과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적절한 환경이냐에 대해서는 기준이 없는 실정이고요,

또 이를 충족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는 법도 없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동물원이 오랫동안 우리 가까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동물을 위한 법률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기자]
그렇죠. 동물원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는 1909년에 창경원 동물원이 최초로 문을 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단순히 전시의 목적으로 동물원이 활용됐는데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최대한 많은 동물 종을 모으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 보니 동물들 자체의 복지나 건강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죠.

[앵커]
그렇다면 이제라도 동물들이 행복하려면 정말 동물원을 없애야 하는 건가요?

[기자]
사실상 동물원을 없앤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우선 취지에 맞게 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이미 많은 종이 야생에서 개체 수가 크게 줄었고요,

서식지가 파괴돼서 돌아갈 곳이 없는 동물도 많습니다.

또 동물원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가 없는데요,

실제로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은 선진국에도 수많은 동물원이 있지만,
아직 동물원을 전면 폐지한 경우는 없습니다.

다만, 동물원의 역할과 기능을 바로 잡아야 할 필요는 있겠죠.

[앵커]
그럼 어떤 게 가장 시급한 문제인가요?

[기자]
먼저 좋은 동물원과 나쁜 동물원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 체험형 동물원이나 이동 동물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동물을 학대하거나 무리하게 훈련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동물원을 가려내서 엄격히 처벌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법 기준을 강화하는 것인데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이형주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 가장 문제점이 동물원을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동물원에 관한 법률이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적정한 동물원의 기준을 갖추고 그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동물원만 국가에 허가를 받아서 운영하는 그런 허가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좀 시급하게 허가제를 도입해서 나쁜 동물원은 금지하고 대신에 종 보존이나 교육의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어떤 정부의 관리와 투자를 받아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동물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곳만 운영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거네요.

그럼 이렇게 동물원이 해야 할 역할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기자]
먼저 동물원의 교육적인 기능인데요,

동물원은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동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해주고 특히 아이들의 경우 이렇게 동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생태 교육이 되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가 동물원에서 먹이를 주지 마라, 동물이 잘 때는 떠들지 마라 이런 식의 주의사항을 접하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도 저절로 높이게 되는 거죠.

장기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동물을 접하면서 동물 자체의 가치를 알게 하는 것이 동물원의 궁극적인 역할이겠죠.

[앵커]
그러고 보면 동물의 종이나 형태가 아주 다양한데 이런 것들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은 동물원밖에 없는 것 같아요.

[기자]
그렇죠.

또 최근 동물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종 보존 기능입니다.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야생에서 동물의 서식지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동물원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복원해서 종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동물원에도 들어온 '황금머리사자타마린'의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원숭이 종인데요,

무분별한 포획 때문에 야생에서는 1천여 마리가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동물원이 이 원숭이를 번식시켜서 야생으로 이 돌려보낸 덕분에 개체 수가 다시 늘어났는데요,

이렇게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해서 별도의 연구 시설을 마련한 동물원도 많이 있고요,

또 국내외 여러 동물원들과 개체를 교환해서 근친교배를 막고 종을 보존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런 역할들을 생각해보면 동물원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어떤 동물원이 좋은 동물원일까요?

[기자]
전 세계적인 추세와 같이 최대한 자연 생태계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겠죠.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제가 준비해온 게 있는데 호주에 있는 한 동물원입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지역에만 사는 토착종인 '태즈메이니안 데블'을 서식지에 직접 가서 볼 수 있게 만든 겁니다.

[앵커]
관람객이 오히려 갇혀 있는 느낌인데요?

[기자]
네, 이름 그대로 동물원, zoo가 아니라 unzoo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아는 동물원에서 탈피한 형태인데요,

물론 일부 지역은 펜스가 쳐 있거나 사람과 접촉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중요한 건 서식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찾은 거죠.

[앵커]
굉장히 독특한 형태의 동물원이네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동물원의 형태인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렇죠. 물론 국내 동물원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형태의 사육 시설을 마련해주기도 하고요,

동물 고유의 습성과 행동을 표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행동 풍부화 활동을 제공해 주고 있는데요,

이런 노력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아무래도 더 나은 환경이 갖춰지겠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동물원을 찾는 우리의 자세인데요,

동물이 자신의 습성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동안 저희가 정말 많은 동물을 만나봤는데요.

오늘은 동물원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정말 동물들이 행복한 동물원, 동물들을 위한 동물원이 진정한 동물원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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