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바이오 분야 핫이슈와 트렌드를 알아보는 '카페 B' 코너입니다.
사이언스 투데이 바이오 길라잡이, 이성규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기자]
바이오 산업의 꽃이라면 아무래도 신약 개발을 꼽을 수 있을 텐데요.
신약 개발이 성공 확률은 극히 낮지만, 일단 성공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 여러 차례 설명했었죠.
제약 업계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을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이슈죠.
[앵커]
네, 얘기를 듣고 보니 오늘 준비한 주제는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인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말하는 건지요?
[기자]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배경 지식을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요.
신약 개발 단계는 크게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탐색 단계, 이 물질의 효능을 동물에서 알아보는 전 임상 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제 사람에게 적용해보는 인체 임상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동물 시험을 할 때 보통 생쥐를 많이 사용하고요.
개발하고자 하는 약의 특성에 따라 토끼도 사용되기도 하죠.
그런가 하면, 인체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영장류인 원숭이를 대상으로 테스트하기도 합니다.
[앵커]
네, 듣고 보니 정말 다양한 동물들이 실험에 사용되는데요.
약이 독성이 있는 건지, 부작용은 어떤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기 전에 인체에 적용할 수 없어 동물에서 먼저 알아보는 거죠?
[기자]
네, 사실 동물 실험은 그런 불가피한 점 때문에 수행하는 건데요.
인간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긴 한데, 동물 실험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전문가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강현욱 / UNIST 교수 : 동물실험이라는 게 사실 문제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비용적 문제, 윤리적 문제, 시간적 문제도 있고요. 동물은 근본적으로 사람과 다릅니다.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보여도 사람에서 부작용이나 제대로 된 신약 효능을 못 보여준 사례가 굉장히 많고요.]
[기자]
특히 뇌의 경우엔 생쥐 뇌와 인간의 뇌는 전혀 달라 생쥐 실험의 결과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뇌 과학자들은 생쥐 실험을 두고, 마우스 브레인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동물 실험 결과와 인체 임상시험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아마도 신약 개발이 성공 확률이 낮은 이유 가운데 하나일 텐데요.
이런 동물 실험을 대체할 기술이 있다면, 성공 확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과학자들이 생각한 아이디어가 인체 장기와 유사한 조직을 만들어 실험해 해보자는 겁니다.
이런 개념에서 탄생한 것이 '장기 칩'이라는 겁니다.
영어로는 '오간 온 어 칩(organ on a chip)'이라고 부르는데요.
실제로 장기를 올리는 것은 아니고요.
특정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배양한 뒤, 이 세포들을 칩 위에 올린 건데, 해당 장기의 생리학적 특성을 그대로 흉내 낼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앵커]
네, 개념적으로 장기 칩이 어떤 것인지 이해는 되는데요.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 좀 해주시죠?
[기자]
세계 최초로 개발된 장기 칩은 지난 미국 연구팀이 개발한 폐장기 칩인데요.
자랑스럽게도 이 장기 칩 개발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허동은 교수가 주도했습니다.
허 교수는 현재 장기 칩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연구팀은 칩 위에 폐와 모세혈관 세포를 올려놓았습니다.
이후 폐 세포에 가느다란 진공 펌프를 연결해 마치 폐가 숨을 쉬는 것처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모세혈관 세포는 혈관과 비슷한 구조로 혈액이 통하도록 만들어, 실제 폐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것처럼 작동하도록 했습니다.
폐 세포와 모세혈관 세포를 이용해 우리 몸의 폐가 수행하는 핵심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든 거죠.
허동은 교수의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허동은 / 미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 : 우리는 약이나 독성 물질이나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물질에 생리학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인체 폐를 모사해 폐장기 칩을 만들었습니다.]
[기자]
손톱만 한 크기에 불과하지만, 실제 인간의 폐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신약 후보 물질의 효과나 부작용을 알아볼 수 있고요.
동물이 아닌 인간의 세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실험 결과를 더 신뢰할 수 있는 겁니다.
[앵커]
네, 폐장기 칩 이후에도 꽤 많은 장기 칩이 개발됐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심장의 기능을 모사한 심장 칩이 2011년 개발됐고요.
눈처럼 스스로 깜빡이는 세포 운동을 수행하는 눈 칩이나 신장 칩, 피부 칩 등이 개발됐습니다.
이 가운데 피부 칩은 상용화가 됐습니다.
화장품을 개발할 때 독성을 검사하든지 이럴 경우에 활용되는 거죠.
[앵커]
앞으로 더 많은 장기 칩이 개발되길 기대해보고요.
이 같은 장기 칩이 맞춤형 의학을 앞당기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요즘 의학계의 화두는 맞춤 의학인데요.
맞춤 의학이란 쉽게 말해 나에게 더 맞는 약을 처방하는 것을 의미하죠.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폐암 환자를 예로 들면요.
폐암 환자로부터 폐 세포를 추출한 뒤 이를 이용해 폐장기 칩을 만드는 거죠.
이렇게 만든 장기 칩은 환자 본인의 세포를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상 미니 아바타 장기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이 장기 칩을 이용해서 여러 폐암 치료제 가운데 가장 치료 효과가 좋은 약물을 찾아내는 겁니다.
[앵커]
내가 맞는 약물을 찾아내 처방한다, 미래 의학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은데요.
장기 칩의 미래,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기자]
우리 몸에는 폐와 심장, 신장, 간 등 여러 장기가 있잖아요.
이들 장기는 저마다 역할이 있지만, 상호작용을 하는데요.
현재 장기 칩은 어떤 특정 장기의 기능을 모사한 수준에 머물러있는데요.
과학자들이 꿈꾸는 장기 칩의 미래 모습은 하나의 칩 위에 여러 개의 장기를 올려놓는 겁니다.
그래서 장기들끼리는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까지도 알아보겠다는 건데요.
이런 개념의 장기 칩을 '휴먼 온 어 칩'이라고 부릅니다.
[앵커]
네, 이번 시간에는 인간의 장기 기능을 그대로 모사한 장기 칩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아직 장기 칩 연구가 초기 단계이지만, 인체의 기능을 흉내 낸 휴먼 온 어 칩도 하루빨리 상용화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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