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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사건 속으로…조선시대 과학수사

2018년 07월 23일 16시 30분
[앵커]
재미있는 과학에 목마른 여러분들을 위한 본격 과학 잡담 토크쇼 <괴짜 과학> 시간입니다.

최근 '과학수사'를 이용해 미제사건들이 하나, 둘 해결되고 있죠. 완전범죄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데요.

조선 시대에도 이런 과학 수사기법이 사용됐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어떤 수사기법으로 백성들의 원통함을 풀어주었는지, 화면으로 함께 만나보시죠.

[앵커]
과학 이야기 더 이상 어렵게 할 필요 없습니다. <괴짜과학>에서 쉽고 재밌게 풀어드립니다.

오늘도 괴짜 과학커뮤니케이터 과학과 사람들 원종우 대표와 함께합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대표님, 너무 덥잖아요. 저는 사실 아직 여름 휴가를 못 갔는데 이렇게 더운 날 시원한 곳 어디로든 떠나고 싶습니다.

[인터뷰]
잘됐네요. 안 그래도 제가 어디를 좀 모시고 가려고 했거든요.

[앵커]
저를요? 대표님이 투어 가이드가 되어 주시는 건가요?

[인터뷰]
그런 셈이죠.

[앵커]
어디로 가는 건가요?

[인터뷰]
지금 바로 가셔야 해요.

[앵커]
네? 갑자기요?

[인터뷰]
네, 저만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저를 잘 보시고, 그럼 떠나보겠습니다. 하나, 둘, 셋!

[앵커]
어, 여기 어디예요? 이건 뭐죠?

[인터뷰]
지금 여기는 1784년의 황해도 평산이에요.

[앵커]
조선시대라고요?

[인터뷰]
시간 여행을 온 거고요.

[앵커]
저 여름휴가인데 이런 곳에 데려오시면 어떡해요.

[인터뷰]
할 수 없죠, 어떡하겠어요.

[앵커]
아니, 무슨 사건이라고요?

[인터뷰]
조선시대 사건 현장에 우리가 온 거고요. 오늘은 이곳에서 조선시대 과학수사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앵커]
이 복장도 조선시대 경찰, 포졸 복장인데 조선 명탐정 같은 느낌으로 저도 한 번 신중하게 사건을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사건은 시집온 지 세 달밖에 안 된 '박조이'라는 여성이 죽은 사건이에요.

시댁에서는 며느리가 죽었는데 관하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매장해요.

[앵커]
잠깐만, 며느리가 죽었는데 왜 아무 반응이 없었을까요?

[인터뷰]
그러게요. 그래서 그걸 미심쩍게 여긴 평산 부사가 심문합니다.

의심을 잠재우고자 유족들의 반대를 불구하고 매장된 시신을 꺼내서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검험'을 시작해요.

보통 조선시대는 무덤에서 다시 시신을 꺼내는 건 굉장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했고, 그렇게 하고 보니까 '박조이'의 목에 칼에 잘린 상처 세 개가 보여요.

[앵커]
칼에 찔린 상처요? 이건 의심 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인터뷰]
그런데 누구한테 반항한 흔적도 없고, 두 번의 검험을 했는데 타살 정황이 안 나와서 자살로 종결됩니다.

[앵커]
두 번이나 검사했는데, 신중하게 했을 것 같은데 결론이 안 났군요.

그러면 어떻게 보면 지금처럼 과학수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는 다양한 자료라든가 원리를 통해서 수사가 이루어지는데, 그때 당시에는 어떻게 사망 원인을 파악했을까요?

[인터뷰]
당시 수사관들이 보던 책이 있어요.

시체를 검험할 때 필수적으로 참고했던 책이 '무원록'이라는 책인데, 수사 지침서죠.

'무원록'이라는 말은 '없을 무'에 '원통할 원'을 써서….

[앵커]
원통함을 없앤다는 의미인가요?

[인터뷰]
네, 그런 의미입니다. 무원록은 중국 원나라의 '왕여'가 쓴 법의학서고요. 시신 검시 이론을 담고 있죠.

[앵커]
역시 그냥 수사가 이루어졌던 건 아니군요.

그렇다면 검험 결과 자살로 결론 난 거로 알고 있는데, 그럼 이렇게 끝난 건가요?

[인터뷰]
그랬다면 이 이야기를 제가 안 했겠죠.

[앵커]
그렇죠? 뭔가 반전이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누이의 죽음을 수상하게 여긴 박조이의 오빠가 임금에게 상소를 올려요.

[앵커]
임금에게 직접 전달했군요. 어떻게 됐나요?

[인터뷰]
그랬더니 임금이 암행어사를 파견해서 재조사를 진행합니다.

박조이 목에 남은 세 개의 상처, 이게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고요.

기도와 식도를 관통한 겁니다.

[앵커]
자살 사건인데, 세 번이나 찔렀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인터뷰]
그런 게 문제가 되는데요. 세 개의 칼자국이 진실을 밝힌 열쇠가 돼요.

일단 첫 번째는 자신 스스로 (목에) 하나의 상처를 낼 수는 있지만, 또 베지는 못한다는 거죠.

이게 심지어 무원록에 쓰여있습니다.

[앵커]
아, 그 기록이 있었나요?

[인터뷰]
게다가 소위 가녀린 아녀자의 몸으로 목을 찌른 후에 통증을 감수한 채 두 번이나 찌르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본 거고요.

두 번째는 상처에 난 칼의 방향이 피해자가 누워있을 때 타인에 의해 찔린 방향으로 보인다는 거예요.
그래서 박조이가 잠든 사이에 반항할 기회도 없이 칼에 찔려서 타살당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죠.

[앵커]
무원록이 없었다면 자살 사건으로 결론 날 수 있었는데, 다행히 원통함을 풀게 된 것 같습니다.

[인터뷰]
그렇죠, 이런 원칙이 세워있던 거죠, 이미.

[앵커]
박조이 살인사건에서도 살펴봤듯이 이 무원록에는 다양한 살인사건이 기술되어 있는 것 같은데요.

또 다른 내용도 있을까요?

[인터뷰]
검험할 때 사용됐던 대표적인 방법을 말씀드릴게요.

이런 거야말로 조선시대의 과학수사라고 말할 수 있는, 들어보시면 실감하실 거예요.

일단 살인사건에서 발견한 흔적 없는, 그러니까 핏자국도 없는 칼들이 나오죠.

이건 칼을 숯불에 달군 뒤에 고농도의 식초로 씻어내면 핏자국이 다시 드러나요.

이런 걸 다 알고 있었던 거죠.

[앵커]
닦아내도 핏자국이 드러난다고요?

[인터뷰]
네, 이건 혈액의 단백질 성분이 산에 노출되면 응고하는 특성을 이용한 거거든요.

요즘 CSI를 보면 '루미놀 반응'이라고 해서 과학수사에 (사용되는), 아무리 닦아내도 다시 나오는 게 있거든요.

[앵커]
그것과 비슷한 거군요.

[인터뷰]
굉장히 비슷한 거죠.

그다음에 독을 확인하는 방법은 살아있는 닭과 백반을 활용한 '반계법'이라는 건데….

[앵커]
닭을 활용한다고요?

[인터뷰]
네, 살아있는 닭을요.

백반을 시체 목구멍에 넣었다가 한두 시간 안에 꺼내어 다시 닭에게 먹인 거예요.

그리고 닭이 죽으면 독살인 거죠.

[앵커]
그건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

[인터뷰]
사실 그때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결국 닭이 다 안 죽고 어중간하게 살아있는 경우도 있죠, 고통스러워하면서요.

그다음에 백성들이 이렇게 죽은 닭을 먹다가 또 죽는 사례까지 생겼었어요.

[앵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인터뷰]
그래서 결국에는 폐지가 됐습니다.

[앵커]
앞서 말씀하셨던 대로 예전의 수사 기법과 현재의 과학수사 기법이 비슷한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인터뷰]
그렇죠, 그때도 무원록에서 멈춰있던 게 아니고, 무원록은 중국에서 온 거잖아요.

세종 때 '신주무원록'으로 재편찬 하게 됐고요.

그리고 이후에 영·정조대를 거치기 시작하면서 사회상이 혼란스럽다 보니까 다양한 범죄 수법을 새로 반영하게 됩니다. 업데이트된 거죠.

'증수무원록대전'이라는 것도 나오고, 그다음에 '증수무원록언해', 이건 언문으로 옮겨쓴 거죠.

그런 것들이 발간됐었고, 사인을 분석하는 방법이나 태도가 조선 전기에 비해서 조선 중후기로 가면서 훨씬 세밀해져요.

예를 들어 죽은 사람이라도 살찐 사람과 마른 사람을 구별해야 하고, 남북의 기후 편차,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시신을 확인해야 한다.

사망 시간 추정의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등장합니다.

[앵커]
이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조사도, 수사도 발전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자, 이렇게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조금 더 신중하고 정확한 수사기법을 만들었던 조상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과학과 사람들 원종우 대표와 함께했고요.

저희 <괴짜과학> 다음 주에 더 재밌는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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