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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가 돌아왔다…'레코드판' 디지털 시대에 다시 사랑받는 이유는?

2018년 07월 03일 12시 02분
■ 이요훈 / IT 칼럼니스트

[앵커]
이번에는 IT트렌드를 소개해 드리는 'IT 체크리스트'시간입니다.

IT 칼럼니스트 이요훈 씨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IT 트렌드를 말씀해 주실 건가요?

[인터뷰]
최근 10여 년간 소리소문없이 떠오르는 트렌드가 있습니다. 바이닐 리바이벌(Vinyl revival), 우리가 쓰는 말로 LP, 그러니까 레코드판이 부활하고 있다는 말인데요.

오늘은 디지털 시대에 이 레코드가 어떻게 부활하고 있는지, 그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앵커]
LP는 어쩌면 대표적인 아날로그 매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도 음악을 레코드판으로 들은 기억은 별로 없거든요.

저는 아버지께서 취미로 레코드판을 들으셔서 친숙한 편이에요.

[인터뷰]
실제로 이걸로 음악을 듣거나 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디지털 음악 이전 시대에도 이미 사라진 존재나 마찬가지였거든요.

물론 사서 듣는 음악 시장은 LP가 만든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1931년에 처음 공개되어, 세계 시장을 석권했죠.

하지만 콤팩트디스크, 줄여서 CD의 등장으로 특히 1988년과 1991년 사이에 크게 몰락했죠. 음반사들이 의도적으로 LP를 고사시켰다는 말도 있는데요. CD보다 관리나 보관도 어렵고, 잡음도 많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기술의 발전으로 그대로 없어지는 건가 싶었는데, 다시 만들어지고 있더라고요.

최근에는 LP로 발매되는 음반들이 눈에 띄던데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고 김광석 씨나 서태지 씨 같은 예전 인기 가수들뿐만 아니라 악동뮤지션이나 아이유, 에픽하이, 브라운 아이드 소울 같은 인기 가수도 한정판 형태로 LP 앨범을 내놓고 있는데요.

이런 인기 덕분에 작년에는 '마장뮤직앤픽처스 LP 공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레코드판 생산 공장이 다시 문을 열기도 했습니다.

소니 뮤직에서도 올해부터 레코드판 자체 생산에 다시 들어갔고요.

[앵커]
그렇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LP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여러 가지 해석이 있는데요. 잘 만들어진 레코드판에서 들려주는 음악은 요즘 나오는 디지털 음원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 있긴 있습니다.

'아날로그의 반격'을 쓴 데이비드 색스는 '진짜를 가진다'라는 느낌, 그러니까 소유욕을 만족 시켜 주기 때문이라고도 얘기합니다.

음악을 듣기 위해 해야 하는 여러 가지 귀찮은 과정 자체가, '음악을 경험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준다는 거죠.

[앵커]
그리고 아무래도 레코드판의 생산 인프라가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다시 시장에 나오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인터뷰]
네, 그 점도 맞습니다. 또 그 밖에도 인터넷으로 중고 거래가 활발해 지면서 소장 가치가 생겼다거나 하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문화가 익숙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 보고 있습니다.

[앵커]
디지털 문화가 익숙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요?

[인터뷰]
예. 사실 음악 시장은 이미 MP3 시절도 지나가고, 스트리밍 시장으로 완전히 진입했거든요. 국제 음반 산업 연맹(IFPI)이 지난 4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7년 음악 산업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스트리밍 음악 시장입니다. 전년 대비 41.1% 성장해서, 전체 수입의 3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레코드판은요?

[인터뷰]
일단 CD 같은 물리적인 매체를 가지고 있는 앨범 판매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작년에도 –5% 성장을 했습니다. 이건 다운로드 음악 시장도 마찬가지고요.

신기한 것은, 그 와중에 LP 판매량만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지난 10년간 한 10배 이상 늘었어요. 미국에서만 작년 한 해 1,400만 장이 넘게 팔렸는데요. 그래 봤자 전체 시장의 2.5%, 물리적 음반 판매의 8% 정도밖에는 되지 않지만, 바로 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앵커]
전체 시장의 2.5%의 작은 비율이지만, 이런 성장세가 어떤 의미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복고 문화의 부활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디지털이 익숙한 세대에겐 아날로그가 '새롭고 독특한 것'으로 보이거든요.

실제로 2015년 영국에서 발표된 보고서를 보면 LP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25세 미만이었다고 합니다.

[앵커]
기성세대가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구매를 했다기 보다는, LP를 접해보지 않은 젊은 층에서 도전을 해본 셈인 거네요

[인터뷰]
그래서 바이닐 리바이벌을 일종의 힙스터 문화, 유행하는 트렌드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십니다.

실제로 영국 BBC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레코드판 구매자 가운데 7%는 아예 턴테이블도 없다고 합니다. 41%는 턴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그걸로 음악을 듣지는 않고요. 아이돌 굿즈처럼 그냥 기념품이나 장식품으로 쓰는 거죠.

무엇보다 지금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아날로그 제품이나 문화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시기라는 겁니다. 바이닐 리바이벌 자체도 아무도 생각 못 했는데 소비자들이 직접 선택해서 성장한 문화거든요. 일종의 포스트 디지털 문화인데요.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럼 레코드판 수요가 늘고 있으니, 들을 수 있는 새로운 기기도 다시 등장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나요?

[인터뷰]
재미있는 제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먼저 소개할 기기는 스핀박스(SPINBOX)라는 제품인데요. DIY로 직접 조립하는 레코드플레이어입니다. 턴테이블뿐만 아니라 앰프와 스피커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20분 정도 조립하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가격은 16만 원 정도고요.

소니에선 PS-HX 500이란 이름의 턴테이블을 내놨습니다. 역시 앰프와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서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인데요. LP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디지털 파일로 녹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밖에 턴테이블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이나 케이크도 있습니다.

[앵커]
제가 알고 있는 먹는 케이크 맞나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바움 레코드는 LP판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바움쿠헨 케이크입니다. LP판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요. 케이크 상자도 레코드 앨범처럼 생겼고, 전용 AR 앱을 이용해 케이크를 비추면, 레코드판이 돌아가면서 음악도 들린다고 합니다. 실제 케이크여서 잘라서 드시면 됩니다.

그 밖에 LP판을 홍보용으로 제작한다거나, Iam8bit처럼 게임 음악을 LP로 만드는 회사도 생겨났습니다. 개인용 LP판을 제작해 주거나, 레코드판을 전문적으로 닦아주는 기기도 나왔고요.

요즘은 레코드판 판매 행사도 꽤 열리고, 내년에는 HD 음질을 가진 레코드판이 출시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요. 길게 보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길 듯합니다.

[앵커]
LP 재생이 가능한 오디오 스피커도 있더라고요.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오 앵커는 직접 들어봤잖아요. 차이가 느껴지던가요?

사실 어렸을 때는 공간을 차지하니깐 왜 안 버리나 했는데 지금 보니깐 되게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저도 들어보려고 합니다.

[인터뷰]
유튜브에서 어떻게 바늘을 놓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시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어렵거든요.

[앵커]
아버지한테 배워야겠네요.

[인터뷰]
잘못하면 바늘이 부서지기도 하니깐 조심하시고 주말에 잘 들어보셨으면 좋겠네요.

[앵커]
디지털 시대에 부활하는 LP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아날로그만의 감성 매력을 알고 찾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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