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매주 금요일 다양한 문화 소식과 그 속에 숨은 과학 이야기를 나눠 보는 '과학 스포일러' 시간입니다.
오늘은 소설과 영화, 연극에 이어 뮤지컬로 만나는 '용의자 X의 헌신'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여자
그녀를 사랑한 옆집 남자 이시가미
정교한 알리바이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수학자
뛰어난 추리로 사건을 파헤치는 물리학자
천재가 만든 알리바이는 완벽할까
[앵커]
오늘도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작품 '용의자 X의 헌신' 소설과 영화, 연극은 물론 뮤지컬까지 이 작품은 정말 '원소스 멀티유즈'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원작이 가진 추리극의 묘미 말고도 뮤지컬만의 매력이 있겠죠?
[기자]
그렇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을 뿐 국내 제작진이 2년에 걸친 준비 끝에 만든 국내 창작 뮤지컬입니다.
이 작품은 원래 범인은 처음부터 공개됐고, 어떻게 알리바이를 만들었을까를 추리하는 거잖아요.
뮤지컬은 왜 용의자 X가 헌신했는지에 좀 더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같지만, 기존 영화나 연극과 달리 각 등장인물의 감정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 뮤지컬 넘버, 음악이 큰 역할을 합니다. 우선 무대 위쪽에서 라이브 연주를 해서 현장감이 살았고요. 각각의 노래 자체가 어느 하나 튀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전하는 데 집중해 이전에는 몰랐던 주인공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같은 원작이라도 장르에 따라 각각의 매력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렇긴 해도 이 작품의 묘미는 역시 수학자가 세운 치밀한 알리바이는 어떻게 만든 것일까, 이걸 추리해가는 재미잖아요.
천재 수학자와 천재 물리학자의 추리 대결, 어떻게 보셨나요?
[기자]
전 개인적으로 두 사람이 수학 난제에 빗대 서로의 진심을 말하는 장면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앵커]
수학 난제에 빗대 진심을 말했다고요? 이해가 잘 안 되네요.
[기자]
네. 작품 속에서 수학 난제에 관한 여러 번 이야기하는데요.
그중 한 장면을 짧게 함께 보시고, 다시 설명 이어 갈게요.
[용의자 X의 헌신]
"나 이거 좀 읽어봐도 돼?"
"그러라고 가져온 거야."
"P는 NP와 값이 일치하지 않는다."
"자기가 생각해서 답을 내는 거랑 남한테 들은 답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하는 거랑 어느 쪽이 더 쉬운가 하는 거."
"역시 이시가미네."
[앵커]
이게 무슨 말이죠?
[기자]
하나씩 풀어보면 P는 풀기 쉬운 문제, NP는 풀기에는 쉽지 않지만, 답이 맞는지 확인하기에는 쉬운 문제를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6명의 아이 중에서 2명을 뽑는 경우의 수를 구한다고 하면, (6x5)/2=15가지이고요. 이건 n(n-1)/2라는 다항식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인 답을 확인하는 건 쉽지만 풀기 어려운 문제는 존재할까요?
예를 들어 166,306,816이 무슨 수의 거듭제곱 값인지 구하라는 문제는 어떤가요?
[앵커]
쉬운데요. 포기하기 쉬워요.
[기자]
네 포기하기 쉽죠. 한 번에 풀기도 어려운 데다가 다항식으로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166,306,816 값이 12896의 제곱수라고 알려주면 답을 확인하는 건 쉽죠
일반적으로 모든 풀기 쉬운 P 문제는 답을 확인하기도 쉬운 NP 문제인데, 반대로 NP 문제이면서 P 문제가 아닌 것도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난제인 'P 대 NP' 문제입니다.
만약 P=NP라면,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는 거고 어렵게 꼬아놓은 컴퓨터의 암호도 쉽게 해독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반대로 P≠NP가 증명되면, 쉽게 푸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아 NP 문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로 남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증명하기 어려운 알리바이를 만든 것과 그 만들어진 알리바이의 잘못된 점을 풀어나가서 사건을 진실을 찾아 나가는 것이 수학 난제에 빗대어져 있는 것입니다.
[앵커]
수학 시간이 된 것 같아서 졸리려고 그래요. 너무 어려운 문제인데요.
문제 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풀 수 있는 거죠?
[기자]
그래서 이렇게 어렵고 풀리지 않은 수학 문제를 세계 7대 수학 난제로 따로 부릅니다.
미국 클레이 수학연구소에서 2000년에 당시까지 풀리지 않았지만, 수학계에서 중요한 미해결 문제인 7개를 선정한 건데요. 2000년에 발표했다고 해서 밀레니엄 문제라고도 부릅니다.
7대 수학 난제에는 앞서 이야기했던 P-NP 문제를 비롯해 리만 가설, 양-밀스 이론과 질량 간극 가설, 푸앵카레 추측, 호지 추측 등이 포함됩니다.
[앵커]
난제의 이름만 들어도 어렵다는 게 느껴지네요.
[기자]
그래서 클레이수학연구소는 7대 수학 난제에 대한 답을 학술지에 게재하고, 2년 동안의 검증과정을 거쳐 결함이 없는 경우 문제를 푼 수학자에게 약 11억 원의 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그 상금을 받은 사람이 있나요?
[기자]
아직까지 없습니다.
[앵커]
역시 아무도 난제를 풀지 못했군요.
[기자]
그건 아니고요. 딱 한 문제, 푸앵카레의 추측은 이미 증명돼서 하나의 난제가 해결됐습니다.
러시아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이 2002년 푸앵카레의 추측을 증명해 학술지에 발표했고요. 3년간의 검증 끝에 페렐만의 증명이 맞았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앵커]
아 상금을 받지 못한 게 아니라 받지 않은 거였죠?
[기자]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고 합니다.
페렐만은 같은 이유로 수학계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필즈상' 수상도 거부했습니다.
[앵커]
난제를 푼 것도 대단하지만, 상금과 수상도 거절했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는 풀렸고, 나머지 난제들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기자]
전 세계 수학자들이 난제를 풀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4년에 한 번씩 세계 수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학 난제를 논의하는 학술대회가 있는데요.
바로 세계 수학자 대회입니다. 1897년부터 시작한 수학자 대회는 일종의 수학계 월드컵인데, 앞서 이야기한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도 대회 중에 수여합니다.
지난 대회는 한국에서 열렸고, 올해는 브라질 리우에서 8월 1일부터 9일 동안 열릴 예정입니다.
[앵커]
수학계에서는 나름 큰 행사인 걸 알겠는데, 그래도 수학 난제는 너무 어렵고, 수학자들만을 위한 행사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기자]
그게 꼭 그렇지만 않습니다.
수학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세상을 바꾸고 있기 때문인데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1994년 대회 때 '페르마의 마지막 문제'를 풀면서 나온 '타원곡선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건 지금의 교통카드를 암호화하는 데 쓰이고 있고요.
또 영화 '뷰티플 마인드' 아시죠. 영화 속 주인공이 풀고자 했던 수학 난제가 바로 '리만 가설'인데요.
리만 가설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난제이지만, 이 원리가 현재 인터넷 상거래 암호체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리만 가설은 수학자 리만이 문제를 다 풀고도 죽기 전에 증명한 내용을 모두 불태워서 난제로 남은 건데요.
영화 속의 주인공이 풀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해서 아직도 난제로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수학은 나와 관련 없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네요.
그럼 오늘 작품,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에 대한 별점 함께 확인해볼까요?
[기자]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 별점 4개입니다.
추리는 물론 감정도 완벽히 풀었고 수학의 매력이 아름다운 노랫말로 풀어져 있어서 보는데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앵커]
네, 오늘은 소설, 영화, 연극에 이어서 뮤지컬로 탄생한 '용의자 X의 헌신'과 관련해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이번 작품으로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수학의 매력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양 기자,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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