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예전엔 편지를 보낸 후에도 며칠이고 답장을 기다려야 했던 때가 있었죠.
다른 사람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공중전화를 찾아다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다리거나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타인과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원하지 않을 때조차 말이죠.
그래서, 오히려 요즘은 자발적인 '고독'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데요.
오늘 '생각연구소' 시간에는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고독'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주제를 보고 아 저를 위한 시간인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고독이 필요하신가 봐요.
얼마 전에 혼자 영화 보고 밥을 먹으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교수님도 저처럼 고독을 즐기시는 편이가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독을 즐길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너무 바쁘시군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네, 정신이 없습니다.
[앵커]
이것도 하나의 스트레스겠는데요.
아무래도 바쁘시다 보니까 고독을 즐길 여유조차 없는 것 같은데, 얼마 전에 저희가 '정보 피로' 'TMI' 이야기도 나눴었잖아요.
이렇게 정보가 너무 과다하다 보니까 고독을 즐기고 싶어 하는 현대인도 많이 는 것 같습니다.
현대인들은 왜 이렇게 고독을 즐기고 싶어하는 걸까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원래 고독이라는 말이 긍정적인 건 아니잖아요.
원래 질병, 빈곤, 그리고 고독, 이 3가지가 인간의 괴로움으로 이야기됐었는데요.
고독 앞에 '자발적인'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고요.
[앵커]
아, '자발적 고독'이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받고 이해받는 게 행복의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과잉된 정보라든지 그런 것들이 들어오다 보니까 원치 않은 정보를 중간에 통제할 수 없는 거예요.
자기가 자신의 삶이 통제가 안 되고, 삶에 끌려가는 느낌이 들고, 그러면 불안해지고, 답답해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자신의 안으로 뭔가 스며들 수 있는, 혼자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시간, 그래서 자발적 고독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 듭니다.
[앵커]
자발적인 고독도 있지만, 최근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보니 의도하지 않더라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고립된 기분은 자발적 고독과는 차이가 있겠죠?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립이라든지 단절은 사실 타인에 의한 고독이잖아요.
자신이 선택하거나 자기 주체적인 고독이 아니라서 다릅니다.
남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혼자 고립되면 외롭고 소외감을 느끼니까 좋지 않겠죠?
하지만 자발적 고독 같은 경우에는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오롯이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데요.
사실 혼밥이라든지 혼술도 요즘 세태를 많이 반영하지만, 그중에도 자발적 고독을 잘 이용하는 분들은 훨씬 더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앵커]
'나는야 고독한 나그네' 이런 표현도 쓰는데요.
이런 고독한 나그네처럼 자발적인 고독을 하는 분들이 이런 부류에 속할 것 같은데, 자발적인 고독이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화면으로 함께 만나 보겠습니다.
자발적 고독의 효과,
오, 배터리가 충전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충전'
역시 자발적 고독을 통해서 많은 사람 사이에서 있으면 에너지 소모가 되거든요.
대화도 나눠야 하고 생각해야 하고, 그런데 혼자서 사색에 잠기면 에너지 충전이 되겠죠?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그렇죠, 아무래도 사람을 만나면 관계를 맺는 것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비용이 들어가는 거잖아요.
[앵커]
피곤해질 수 있어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시간도 들어야 하고 돈도 들어야 하고 그렇잖아요.
사실 혼자서 오로지 생각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이렇게 생각해보는 시간은 반드시 필수적인데요.
최근에는 미용실 같은 곳에서도 머리 하기 전에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다고 해요.
[앵커]
어떤 설문조사에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머리를 하는 도중에 말을 걸어도 되는가 아니면 별로 원하지 않는가.'
생각보다 많은 분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머리 하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혼자 조용하게 생각하고 싶은,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거죠.
[앵커]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자발적인 고독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말씀해주셨고요.
또 다른 자발적 고독 효과, 어떤 것이 있는지 다음 사례도 살펴보시죠.
'자아 성찰'
눈을 지그시 감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어요.
이렇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군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혼자 있는 시간이 사실 긍정적일 수 있고, 부정적일 수 있거든요.
긍정적인 부분이 자아 성찰로 이어지는 것인데요.
그때 우리가 하는 사고, 생각들을 '성찰적 사고'라고 합니다.
어떤 거냐면 자신이 원하고, 자신이 뭘 잘하고, 앞으로 어떤 부분을 발전하고 싶은지 이렇게 긍정적인 삶의 효과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거죠.
[앵커]
그럼 반대로 부정적인 경우도 있겠어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그렇죠, 생각이 지금은 뭔가 생산적이고, 건설적이고 발전 지향적이잖아요.
그런데 반대로 후회했던 거, 잘못했던 것 등 부정적인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돌리는 그런 경우를 '반추사고', 계속 머릿속에 돌아간다는 거죠.
아니면 '침투사고', 머릿속에 침투해 들어오는 생각들, 이렇게 부정적인 것들을 생각하게 되면 혼자 되는 시간이 오히려 괴롭겠죠.
[앵커]
떨쳐내지 못하겠네요, 힘든 생각들을.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그렇죠.
[앵커]
고독에도 긍정적 사고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고독은 안 좋은 거네요.
그런데 자발적 고독은 자아 성찰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게끔 긍정적으로 해주는 것, 참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고독의 다른 효과는 또 어떤 게 있을지 살펴보죠.
자발적 고독의 효과,
'원만한 대인관계'
에? 고독을 즐기는데 원만한 대인관계가 된다고요?
그러게요? 말이 되나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사실 언뜻 보기에는 혼자 고독을 즐기니까 혼자 구석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혼자 자기중심을 가지고 집중력 있고, 자기 자신의 삶을 잘 통제하고 있는 사람은 사실 신중하고, 그 안에서 뭔가 생산 지향적이잖아요.
그 상황에서는 뭔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도 다른 사람은 뭘 원하는지를 잘 헤아릴 줄 아는 사고력, 힘이 생기는 거죠.
[앵커]
오히려 남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될 수 있겠네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그렇죠, 고립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내가 생산적이고 집중적인 시간을 가지기 때문에 오히려 대인관계에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든지 함께 성장하는 거도 지향할 수 있고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저희가 지금까지 자발적 고독의 세 가지 장점을 살펴봤는데요,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시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 그럼 고독을 제대로 즐기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지 한 말씀 해주시죠?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자기가 시간이 나서 자신이 생각하게 된다면 명상을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하루에 적어도 10분 정도씩 명상하는 게 좋은데, 명상할 때는 상당히 자신이 이완되는 상태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근육 같은 것도 이완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하고, 심호흡과 복식호흡 같은 걸 하면서 심신이 안정된 상태에서 편안한 마음이 나올 수 있는 거기 때문에 명상을 하는데, 그러다 가끔 불평이라든지 불만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끼어들 수 있잖아요.
그럴 때는 인위적으로 억제하려고 하지 말고, 흘려보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앵커]
그런데 명상하다 보면 잠들 것 같거든요.
지금 잠드시는 거 아니죠?
그래서 명상을 할 때 여러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방식이 좋을까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명상할 때 어떤 걸 생각할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물론 집중력 등은 훈련이 필요할 수 있는데요.
제가 제안 드리고 싶은 것 첫 번째는 '감사한 부분, 감사하기', 이게 뭐냐면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어떤 사람이 나에게 정말 도움을 줬던가, 정말 감사한 상황을 2개나 3개 정도 떠올리는 겁니다.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감사할 수 있죠.
'오늘 열심히 생활했어.'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뭔가 감사를 느꼈던, 미소 짓게 하는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되겠고요.
두 번째는 '내가 원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장점에 관해서 생각해보기'입니다.
[앵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네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그렇죠, 사실 보면 열심히 살고 있고, 잘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잖아요.
그래서 이걸 긍정적인 생각 같은 것들, 싫어하는 것들 말고 내가 잘하는 쪽으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는 용어가 생소할 수 있는데, '유도된 환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게 영어로는 'guided imagery'라고 하는데요.
편안한 자연현상이라든지 그런 장면을 떠올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 오후 2시쯤 햇살이 비출 때 그때, 편안하게 있는 모습이라든지….
[앵커]
생각만 해도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아니면 바닷가 같은 곳에서 모래밭을 걷는 느낌, 산책하면서 청량한 공기를 쐬고 있는 느낌.
때에 따라서 녹음기라든지 음악 소리를 함께 켜놓고 명상하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죠.
[앵커]
아,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요.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네.
[앵커]
참, 지금 시기적으로 좋다는 생각이 드는 게 3월이잖아요.
봄 내음이 가득하고 길거리에서 사색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발적 고독을 통해서 긍정적으로, 나도 힐링하는, 그런 고독을 즐겨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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