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요즘 어린아이부터 성인들까지 푹 빠진 장난감이 있다는데요.
오, 어른들도 좋아한다고요? 어떤 장난감인가요?
어떤 장난감인지 영상으로 먼저 확인해 보시죠.
이건 젤리같이 쫀득한 촉감을 가진 액체 괴물이잖아요~
말랑말랑한 느낌도 좋지만 만질 때마다 나는 작은 소리 때문에 많은 분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렇습니다.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액체 괴물이 유행하는 이유와 우리의 심리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액체 괴물, 요즘 슬라임이라고도 하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기인데요. 혹시 교수님도 가지고 놀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인터뷰]
저는 없습니다. 실제로 화면으로 본 적은 여러 번 있는데요. 슬라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끈적끈적한 물질, 점액' 같은 뜻을 가지고 있거든요. 말캉말캉한 것들이죠.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말캉말캉한 장난감, 저희 세대에는 만득이, 먹깨비, 이런 이름으로 말랑말랑한 액체 같은, 젤리같이 생긴 것들이었는데요.
정확히 액체 괴물이 어떤 장난감인 건가요?
[인터뷰]
일단 저랑 세대가 많이 다르신 것 같고요. 액체 괴물은 액체와 고체의 중간인, 젤(gel) 상태의 끈적끈적하고 말캉말캉한 장난감인데요.
보통 물풀이나 베이킹소다를 섞어 만드는데, 요즘은 기호에 따라 작은 구슬이나 진주 혹은 반짝이를 추가하게 되면 시각적이나 청각적인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다른 이름으로 '플러버'라는 말이 있습니다. 플라스틱과 고무를 뜻하는 러버를 합쳐서 플러버라고 하고요. 이게 확산한 이유는 SNS에서 요즘 이게 유행이거든요.
유명한 연예인이나 아이돌들이 이걸 사용하는 걸 영상으로 올려요, 그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걸 보는데 거의 1,000만 뷰 이상 봤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하다 보면 조물락조물락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도 좋아지고 그렇다고 하네요.
[앵커]
사실 저도 슬라임 영상을 SNS에서 많이 찾아봐요. 보고 있으면 빠져들기도 하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글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심리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원래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것을 좋아하는 게 애착과 관련 있을 수 있습니다.
[앵커]
애착이요?
[인터뷰]
애착은 주 양육자와 얼마나 정서적인 유대감을 가졌나 하는 건데요. 심리학에서 말하는 것 중 하나가 ‘블랭킷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어요.
[앵커]
담요를 끌어안고 자거나 하는 거요?
[인터뷰]
그렇죠, 담요라든가 이불이라든가 부들부들한 것들 있잖아요. 그런 것을 안고 자야만 마음이 편안해지고 불안이 가라앉는 거죠.
그런데 이게 보통 아이들이 그런데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부드럽고 따뜻한 애착, 그것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볼 수 있겠죠.
[앵커]
저희 언니가 아직도 그렇게 인형을 끌어안고 자요. 아마 성인기의 애착 불안이 아닐까 싶네요.
예전에 침팬지를 활용한 실험도 말씀해주셨는데, 애착과 관계가 있다면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제 생각에는 액체 괴물 같은 경우는 만져서 늘리고 그러는 게 가능하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주변의 환경이나 행동 같은 것을 통제할 수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심리학적인 용어로는 '지각된 통제감', 자신이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뜻인데, 사실 액체 괴물 같은 것들을 저희가 '안티-스트레스-토이'라고 부릅니다.
스트레스에 대해 예방할 수 있고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거죠.
[앵커]
그런데 액체 괴물의 매력 중에는 말랑말랑한 촉감도 있지만, 뽀드득거리는 특유의 소리가 있어요. 저도 꼭 영상을 볼 때 소리를 켜놓고 보거든요.
이렇게 소리에 열광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실제로 액체 괴물을 만들 때 구슬이라든지 빨대를 잘라서 넣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거죠. 혹시 저희가 소리를 들을 수 있나요?
[앵커]
한 번 들어보시죠. 오, 맞아요! 귀를 기울여 보겠습니다. 저게 진주 슬라임이거든요.
[인터뷰]
잘 아시는군요. 이런 것들을 한편으로는 저자극 소리를 찾는 사람들, 일종의 자극 자체가 강하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요.
이런 것을 영어로 'ASMR'이라고 해요. 우리 말로는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라고 부르는데요. 액체 괴물을 만질 때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있지만, 이것 말고도 자연과 관련한 것도 많습니다.
모래 만질 때 나는 소리라든가 바람 부는 소리, 나무를 깎거나 연필로 글 쓰는 소리 등이 강력한 자극은 아니지만, 저자극 소리를 들으면서 힐링한다고 해요.
그래서 여러분도 틈날 때 주무시기 전에 들으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앵커]
안티-스트레스-토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ASMR같이 저자극 소리를 즐겨 듣는 사람들, 황보혜경 앵커 같은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대게 20~30대 젊은 층이 주로 좋아하는데요. 그동안 사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이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그게 지치는 거예요.
그리고 또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압박감 같은 것들도 많고 풀어놓고 싶은 생각이 있잖아요. 그럴 때 밋밋하고 심심해도 괜찮다, 오히려 밋밋하고 심심한 자극을 통해서 위로를 얻는다, 이런 것들이 나타나는 거죠.
[앵커]
오, 그런데 맞는 말인 것 같은 게 저도 그걸 보면서 맘이 편안해지고 자잘한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인터뷰]
원래 방송하시면서 굉장히 즐겁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앵커]
스트레스가 있나 봐요! 그런데 아무리 인기라지만 지나치게 액체 괴물을 가지고 놀거나 저자극 콘텐츠, ASMR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에는 또 한 편으로는 주의할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일단 액체 괴물 같은 경우는 가장 먼저 주의하실 게 뭐냐면 신체적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 거기에 들어가는 물풀이나 붕소 같은 것들이 잘못하면 화상을 입거나 피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요.
심한 경우에는 안구 통증이라든지 내분비계 순환에 문제를 줄 수 있다고 하네요.
[앵커]
아무래도 화학 성분이기 때문이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신체적으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 하나 있고요. 그다음에 ASMR 같은 저자극 콘텐츠도 좋긴 한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그동안 너무 자극적인 것을 보다가 이제 지쳐서 저자극을 찾는 거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저자극 콘텐츠도 유행하면 경제적으로 마케팅을 많이 하게 돼요. 그러면 그것 자체도 식상하게 되고 그러면 힐링을 찾아서 또 떠나야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만든 용어가 있는데 '힐링 노마드'. 힐링을 찾아 떠나는 유목민들,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질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시네요. 유목민이 되기 전에 자제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적당히 즐길 줄 아는 것이 중요한데 나에게 유용한 방법으로 즐기는 방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일단 제 생각에 액체 괴물을 사용하실 때는 우선 식품안전청 등에서 기준을 제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위험한 부분을 배제할 수 있도록요.
그럼 저희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액체 괴물을 만지실 때는 장갑을 활용하시거나 아니면 실제로 피부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시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ASMR 같은 저자극 콘텐츠도 좋긴 한데 이것도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니까 따라간다고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개성에 맞는 스트레스 이완하는 방법이 중요한데요.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면, 첫 번째는 너무 지나치게 안티-스트레스-토이 의존하기보다는 정적인 운동 있잖아요.
요가라든가 명상 같은 것과 동적인 운동, 자전거 타기, 달리기 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혼자서 하는 활동과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활동 자체를 균형 맞추는 게 중요하고요.
그리고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자신만의 즐거움을 누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어떤 분들은 산책한다든지 어떤 분들은 반려견과 시간을 보낸다든지 이런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마지막으로는 머리가 복잡할 수 있잖아요.
그럴 때는 주변을 정리정돈 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완화 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사실 저도 처음에는 '슬라임 같은 것을 왜 어른들이 가지고 놀지?'라고 생각했다가 빠져들게 됐는데요. 그래도 가지고 노실 때는 꼭 손을 씻어야겠고요.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만 가지고 놀아야지 그 매력을 더 발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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