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리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음식에 담긴 재밌는 과학 이야기 듣는 시간입니다. '푸드 톡톡', 오늘도 이혜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쌀쌀해진 거 보니 올해도 김장철이 돌아왔어요. 겨우내 먹을 김치를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계신 분들 많을 텐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 준비해오셨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치는 우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자, 발효 과학의 결정체라고도 표현을 하죠.
오늘은 과학적인 음식의 '끝판왕' 김치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두 앵커는 '김치' 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앵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무래도 유산균 아닐까요?
[기자]
그렇죠, 그렇다면 김치에 들어있는 유산균은 얼마나 될까요?
[앵커]
한 수백 개의 유산균이 들어있지 않을까요?
[기자]
훨씬 더 높은데요. 익은 김치 1g을 기준으로 최대 약 1억 개가 들어 있습니다. 그 종류도 알려진 것으로만 약 200종에 달한다고 합니다.
[앵커1]
정말 다양한 유산균이 김치 안에는 아주 많이 들어있군요. 그럼, 김치 1g을 먹으면 유산균 1억 개를 먹는 거네요. 정말 발효 식품에 대명사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김치가 어떤 조건에서 발효되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유산균의 양과 종류도 다 다르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떤 온도와 어느 정도의 염도에서 김치를 발효하느냐에 따라 김치 안에 생성되는 유산균의 수와 종류가 달라지는데요.
중요한 건, 이렇게 유산균이 다르게 형성되면 김치의 맛에서도 차이가 나게 된다는 겁니다. 우리 집 김치 맛과 친구 집 김치 맛이 다르잖아요!
[앵커]
그렇죠, 김치 맛은 집집 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기자]
물론 집안 별로 어떤 젓갈을 쓰는지, 어떤 재료를 더 넣는지 등 조리법도 다 다르긴 하지만요.
똑같은 조리법으로 만든 김치라고 해도 어떤 온도 그리고 염도에서 발효하느냐에 따라 유산균이 다르게 형성되면서 맛도 변하게 됩니다.
[앵커]
김치를 발효하는 데 있어서 온도와 염도가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 같네요. 그런데 유산균이 다르게 형성되면 그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하셨는데, 유산균 종류에 따른 고유의 맛이 있는 건가요?
[기자]
아, 유산균 자체에 맛이 있는 건 아닙니다. 유산균은 쉽게 말하면 일종의 세균인거죠.
이 유산균이 김치 안에서 당을 분해하는 등의 활동을 쉬지 않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특정한 물질이 만들어져요, 그 물질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겁니다.
예를 들면 어떤 김치 유산균은 신맛을 내는 물질을 만들어내고, 어떤 유산균은 시원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물질을 만들어 냅니다.
[앵커]
아 그럼, 유달리 신맛이 많이 느껴지는 김치라면 '그런 유산균이 많이 만들어져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신맛 나는 김치를 좋아한다, 그러면 그런 유산균이 잘 만들어지게끔 김치를 발효하면 되겠죠?
[앵커]
그러네요, 그럼 앞서 얘기한 대로 발효 온도나 염도를 조절한다면 그런 일이 가능해지는 건가요?
[기자]
아 오앵커, 요즘 유행어대로 표현하자면 응용력 '그뤠잇'이네요!
특정 맛을 내는 물질을 만드는 유산균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발효 조건을 만들어준다면 원하는 김치맛을 내는 것도 가능한데요.
일단 유산균 별로 자기가 좋아하는 온도가 있습니다. 우선 시원하면서 단맛이 나는 그러니까 김치 특유의 맛있는 맛을 내는 물질을 만드는 유산균이 바로 '류코노스톡'인데요, 이 유산균은 10도 씨 이하에서 증식합니다.
일반적으로 숙성 기능을 갖춘 김치냉장고가 약 6도 정도에서 작동되니까요, 이런 환경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하면 되겠습니다.
[앵커]
저는 신김치를 좋아해요! 이건 어떻게 해야 하죠?
[기자]
신 김치는 쉽게 말해 상대적으로 조금 높은 온도에서 김치를 푹 익히면 되죠! 신맛을 내는 물질을 생성하는 유산균인 락토바실루스의 경우에는 10도 이상에서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거든요.
김장 김치를 담가서 거실이나 베란다에 약 2∼3일 정도 두면 김치냉장고에 뒀을 때보다 금방 신맛이 나게 되잖아요. 그게 다 이런 이유 때문 인거죠.
[앵커]
맛에 따른 발효 방법을 소개해주셨는데, 염도는 어떨까요?
[기자]
일반적으로 염도가 높을수록 신맛을 만드는 유산균이 잘 자라게 됩니다. 반대로 염도가 낮을수록 시원하면서도 단맛을 만드는 유산균이 많아지고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염도가 낮은 물김치, 동치미의 경우 시원한 맛이 강하죠. 반면에 염도가 조금 높은 편인 전라도 지역의 김치는 묵은지의 맛, 감칠맛이 나면서도 신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앵커]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보편적으로 맛있고 유산균도 많이 생성할 수 있는 김치 발효의 '모범 답안'과 같은 조리법도 있을까요?
[기자]
네, 여러 종류의 유산균이 골고루, 그러면서도 많이 생성될 수 있도록 하려면 약 4∼6도에서 1주일 정도 발효하는 것을 추천하겠습니다.
그런 온도에서 일주일 정도 발효했을 때가 유산균 수가 가장 많은 1g당 1억 마리까지 생성될 수 있고요. 그 후부터는 유산균 수가 조금씩 줄어듭니다.
또 염도가 너무 높으면 유산균도 많이 죽어서 염도는 높지 않게, 그러니까 물 9, 소금 1의 비율로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앵커]
맛있는 김치 담그는 법, 오늘 확실하게 알아가네요.
[기자]
제가 말씀드린 건 아주 일반적인 방법이에요. 온도와 염도 위주로 설명했지만, 김치에는 수십 가지의 재료가 들어가잖아요. 재료에 따라서도 맛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들도 김치를 참 어렵고, 복잡한 음식이라고 말합니다. 전문가의 이야기 잠시 들어보시죠.
[장지윤 / 세계김치연구소 박사 : 계절에 따라 유산균 수도 다르게 나타나는데 배추 종류에 따라서도 다른 것 같고요. 특히 겨울철 배추에서 유산균 더 많이 생성되고 있거든요. 겨울철 배추가 수분은 적지만 영양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김치는) 정말 복잡한 식품이거든요.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서 유산균의 종류나 수도 달라질 수 있어요.]
[앵커]
김치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어렵지만 그만큼 재밌는 연구 소재가 아닐까 싶네요. 유산균이 일종의 세균이라고 하셨죠? 그러니까 김치는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면서 수시로 변하는, 매력 만점의 식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김치가 우리나라 대표 음식이라는 것에서 자부심도 느껴지는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 김치에 들어 있는 유산균이 다른 나라 발효 식품에 들어있는 유산균에 비해 정말 강한 친구들이에요!
[앵커]
유산균이 강하다고요? 그건 무슨 말이죠?
[기자]
앞서 염도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염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어떤 균도 잘 자라기 힘들거든요. 물론 좋지 않은 균을 죽이는 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요, 그만큼 유산균에게도 가혹한 환경인 거죠.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 잘 자란 유산균은 그야말로 생명력이 더욱 강해서 장까지 살아서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앵커]
그래서 김치 유산균에 대한 우수성이 많이 주목받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흔히 요구르트에 있는 '비피도박테리움', 흔히 비피더스균이라고 부르죠.
비피도박테리움과 김치에 들어있는 대표 유산균, 류코노스톡을 비교해보면, 비피도박테리움은 우선 발효 음식 특유의 신맛을 내고요. 류코노스톡의 경우 김치 고유의 맛, 시원한 단맛을 내는 역할을 하는데요.
요구르트에 들어있는 유산균은 동물성이고, 김치에 든 유산균은 식물성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정확하게 두 유산균의 생존력을 비교한 연구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식물성 유산균이 생존력 면에서 더욱 우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유산균에도 동물성과 식물성이 있군요.
[기자]
취재하다가 이런 재밌는 표현도 들었어요. 유제품에 들어 있는 유산균이 서양에서 태어난 부잣집 도련님, 혹은 온실 속의 화초, 이런 느낌이라면 김치 유산균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잡초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강하다고 볼 수 있겠죠.
[앵커]
김치의 특성이 우리 민족의 특성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여러모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피클만 봐도요, 오이, 혹은 양배추와 같은 단순한 재료만을 사용하는데, 김치는 멸균하지 않은 생태에서 여러 재료를 섞어서 만들잖아요. 젓갈도 넣고요,
이런 재료에서 나온 단백질, 탄수화물 등이 유산균에게는 좋은 먹이가 되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 김치에는 유달리 수도 많고 종류도 다양한 유산균이 들어있을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렇네요. 매일 먹는 김친데 말이죠, 새삼스럽게 김치의 우수성이 느껴집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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