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호 /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앵커]
살충제 달걀부터 발암 생리대까지 더 건강하고 편하게 살기 위해 사용한 '약'이 우리에게 독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오늘 '탐구 人' 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유해 화학물질을 살펴보고 약의 두 얼굴에 대해 조명합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 정진호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독성에 대해 연구하시는 거로 알고 있는데, 독성학자라고 분류되어있으시고요.
독성 물질을 연구하다 보면 가까이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건강에 영향이 있지 않으신가요?
[인터뷰]
네, 그래서 저도 사실 실험실에서 학생들에게 철저히 실험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해 화학물질을 다룰 때 노출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하면서 실험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모두에게 독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계시는데, 독성학이라는 게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인터뷰]
독성학은 약, 식품, 공기, 물에 포함된 유해화학물질이 인체에 해로운지 해롭다면 얼마나, 어떻게 해로운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한 약이 부작용은 없는지 독성시험을 하고 해독제를 개발하는 일을 합기도 하고요. 또 정부의 유해 화학물질을 관리를 위한 기준치에 대해 연구하는 것 역시 독성학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앵커]
앞서 약의 두 얼굴에 대해서 조명해보겠다고 이야기 드렸는데, 이번에 새로운 책을 하나 내셨더라고요.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라는 책인데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인터뷰]
책의 제목처럼 위험하지만 위대한 약이라는 두 각도에서 글을 썼습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에 좋다고 믿었던 약이 독으로 변해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한 예가 많이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사건으로는, 약 탈리도마이드 부작용으로 전 세계 1만여 명의 기형아가 태어난 사건, 그리고 가깝게는 우리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독제, 마취제, 백신, 항생제 같은 위대한 약은 수많은 인류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건강과 행복을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앵커]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책 내용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주셨고요.
안 그래도 요즘 독성 물질들이 곳곳에서 검출되면서 많은 분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살충제 달걀 같은 경우에 식약처에서 하루 동안 126개를, 평생에 걸쳐 매일 2.6개의 달걀을 먹어도 이상 없다는 발표를 했는데, 이런 정부의 입장, 독성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인터뷰]
제 생각에는 먼저 식약처에서 인체 유해 가능성을 왜 급성독성 즉 단기간 많은 양이 노출되는 시나리오로 검토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급성독성 시나리오는 농약 생산공장의 작업자라든가 농약 살포시 중독되는 작업자의 인체 유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됩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정부의 시나리오 자체가 좀 문제가 있었다….
[인터뷰]
네, 뒤에 살충제의 만성 독성 시나리오를 가지고도 식약처가 발표했는데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 조금 섣부른 발표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 살충제에 오염된 달걀을 먹고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앵커]
그리고 섭취 기간에 대한 정확한 자료도 없지 않습니까?
[인터뷰]
네, 맞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모니터링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오랫동안 섭취했는지에 대한 사실을 알 수 없고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농약도 많이 발견됐잖아요? 그런데 농약도 한 가지가 아니라 두세 가지를 같이 쓰면 유해성이 증가하거든요?
그래서 현재 판단하기에는 불확실한 변수가 너무 많아서 학계도 마찬가지고 국민도 모두 식약처 발표를 신뢰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앵커]
또 이야기했던 게 음식을 통해 섭취됐더라도 '한 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된다'라고도 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인터뷰]
네, 제가 생각했을 때는요. 살충제, 농약은 지용성이 강해서 인체에서 상당히 천천히 몸 밖으로 배출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기준치가 넘는 살충제에 오염된 달걀을 얼마나 오랫동안 먹어 왔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한 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 몸 밖으로 배설된다”라는 발표를 보면 신뢰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리고 달걀에 대해서 기준치를 '하루에 얼마나 먹느냐, 한 달에 얼마나 먹느냐?' 평균치를 냈잖아요. 그 평균치에 대한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나요?
[인터뷰]
사실은 그런 기준치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얼마나 잦은 빈도로 얼만 한 양에 노출됐는지에 대한 자료를 알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자료들이 모니터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 먹은 양만으로는 정확히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앵커]
변수가 굉장히 많겠군요. 사람마다 환경마다 말이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있었고, 이게 법원에서도 판단이 회사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이번에 살충제 달걀이나 발암 생리대 같은 경우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은 생산 과정 속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이걸 사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정부에서 잘 보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재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도 있지 않습니까?
보셨을 때 어떠신가요?
[인터뷰]
제가 판단할 때도요. 일련의 사건들이 있는데요. 거의 모든 사건이 유사성을 갖고 있으며 정부의 관리체계 부실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해화학물질의 유해성 관리는 과학적 기반에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국내 학계가 선진국과 같은 전문성을 가졌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앵커]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살충제에 대하여 말씀드리면 관리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농식품부가 농축산물 생산을 진흥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생산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허가하고 규제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왜냐하면 농축산물을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농약, 살충제 등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생산과 규제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은 제도를 갖는 곳은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농식품부의 담당 부서는 살생물제의 안전성을 평가/허가하는데, 제가 생각할 때는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들여다보면 농식품부는 허가하는 권한만 갖고 있지 시판된 후 관리에 있어서는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유해화학물질 관리 체계에 큰 그림을 그리고 중장기 계획을 세워 문제점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발암 생리대가 논란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2년 전, 한 대학의 연구소가 진행한 독성 실험 때문에 시작됐다고 들었는데, 이런 실험 결과가 얼마나 의미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저도 신문 기사를 보고 알았는데요. 생리대에서 발암 휘발성 물질과 발암성 타르색소 등이 검출됐다고 들었습니다.
생리대 속 유해화학물질의 특성이 뭐냐면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과는 달리 점막이나 혈액을 통해 인체에 더 빨리 흡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빨리 흡수되고 더 많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기에는 정부의 자료가 매우 부족합니다. 현재 식약처에서 규제하고 있는 품목들을 보면 폼알데하이드, 색소, 형광물질, 산·알칼리 등을 규제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새로운 유해화학물질이 많이 포함된 것 같고요.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분석방법에 대해서도 학계와 식약처가 이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추후 좀 더 많은 연구와 검증 자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많은 분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을 독성학자로서 나오셔서 직접 설명해주고 계시는데, 시간이 좀 짧은 관계로 마지막 질문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약이라는 게 위험하기도 하고 위대하기도 한데 건강한 삶을 위해서 적절하게, 잘 쓰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인터뷰]
약이라는 건 필요할 때 사용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지나치게 기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비타민, 슈퍼푸드, 디톡스 등 제품의 효능에 대해 인터넷상에 떠도는 가짜 정보에 의존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고요.
또한, 연이은 사건들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약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독 이야기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러한 사태들을 보면서 모든 것을 정부 관리와 기업윤리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을 독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기본 지식을 갖추어 스스로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약학 대학 정진호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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