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이언스] 국과심 안건 통과…'연구할 맛 나는 환경' 조성하려면?
[앵커]
지난 월요일에 열린 제24회 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연구할 맛 나는 환경조성'을 위하여 행정부담을 줄이는 안건이 통과되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한양대학교 김상선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먼저 이런 대책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배경부터 짚어주실까요?
[김상선 /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그동안 연구현장에서는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과 행정부담에 따른 문제점을 지속해서 호소해 왔습니다. 현재 부처마다 관련 규정이 상이함에 따라서 연구현장에서의 혼란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연구자가 연구하는 사람인지 연구비를 관리하는 사람인지 이런 지적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번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도 "불필요한 정부간섭과 행정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연구몰입환경을 조성"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확정된 대책은 지난번 전략회의에서 확정된 방침에 따른 세부실천계획이라고 볼 수 있고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각종 연구개발 표준서식을 획기적으로 간소화하고 각 부처의 R&D 관련 규정을 통일하는 것입니다.
[앵커]
연구개발 표준 서식이 그동안 복잡하고 길었다고 불만이 많았었는데 대학생 리포트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아요. 간소화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김상선 /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국가연구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신청, 선정, 협약, 연차별 보고, 최종보고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요. 단계별 서식을 획기적으로 간소화함으로써 행정부담을 줄이고 연구에만 몰입하게 하자는 취지로 이번에 방침이 됐고요.
첫 번째, 연구개발신청서를 대폭 간소화하여 정부출연금 연 5억 원 이하의 과제는 연구 필요성, 목표, 내용, 성과의 활용 및 기대효과 등 꼭 필요한 내용 중심으로 5쪽 이내로 작성하는 것이 이번에 결정됐고요. 물론 다수기관이 참여하거나 그래프, 설계도, 국내외 기술개발 현황 상세 비교가 필요한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과제가 선정되면 협약을 위한 사업 계획서를 자야 하는데 이때도 별도로 추가 작성 없이, 이미 제출되어있는 신청서에다가 연구비 세부 비목만 보완하여 협약되도록 하고 있고요. 아울러 기초연구 분야에서는 자율양식에 따른 에세이 연구계획서를 시범적 사업을 하고 있고요. 또, 자유 공모과제 중 연구비 규모가 큰 사업 중심으로 5쪽 내외의 개념계획서 활용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매년 연차실적·계획서의 경우는 해당연도 연구수행 결과와 다음 연도 연구계획 중심으로 간단하게 작성하도록 해서 기존보다 1/4 수준으로 대폭 줄여나갈 계획이고요. 최종결과보고서의 경우도 기존 12개 항목을 5개 항목으로 줄여서 연구실적 중심으로 간결하게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앵커]
분량 채우기 위해서 불필요한 시간 보내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확 줄어들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게다가 부처별로 상이한 R&D 관련 규정도 통일하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김상선 /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금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은 총 19조 1천억 원 규모인데 34개 부.처.청.위원회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처마다 관련 규정이 상이함에 따라서 연구현장에서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죠. 그래서 이번에 확정된 두 번째 대책은 부처마다 상이한 연구비 관리규정을 통일시켜 나간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인건비·연구활동비·간접비 등의 적용기준을 부처마다 다르게 할 게 아니라 통일해서 하도록 하고요. 또, 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연구비 집행 변경 사항 최소화시키고, 연구수당의 집행기준 단순화하는 등 행정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연구비 규정 통일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앵커]
이번에 제도의 잔가지를 많이 쳐내면서 연구 성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많은 예측이 있는데, 근데 우리나라가 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성과가 미미하지 않냐는 지적이 있거든요.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김상선 /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그런 지적이 사실 안타까운데요. 사실은 변명을 해보라고 한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투자 규모를 보면 GDP 대비 연구개발투자가 4.29%로서 세계 1위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GDP 대비 4.29%라는 것은 그중의 75%가 민간이 쓰는 돈입니다. 나머지 25%만 정부가 쓰는 돈입니다. 1조 9천억 원이라는 것이 정부가 쓰는 연구 개발비입니다. 근데 연구비 19조 천억 원이라는 것이 34개 부.처.청.위원회가 나누어 쓰고 있고요. 예를 들어 미국 국립보건원 1년 예산이 35조 원을 넘게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춰볼 때는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특히 예전에 국가 R&D는 오로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가 유일의 목표였지만 최근에는 아시다시피 삶의 질 향상, 각종 사회문제 해결, 모든 문화예술 국가 안보, 핵융합이나 우주, 원자력 같은 빅사이즈 분야라든가 대형연구 시설과 같은 이런 수요가 폭등하고 있는 것을 감안 해 볼 때 결코 큰 규모가 아니라고 볼 수 있고요.
예전에는 성과가 많았는데 요즘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느냐고 하는 지적들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아시다시피 개발, 실용화 중심 연구였습니다. 그래서 마켓 근처에 있는 연구를 해서 눈에 띄는 가시적인 성과가 많았지만, 민간의 역량이 커짐에 따라 정부 R&D가 기초원천 연구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면 이제 기초원천 연구 쪽은 어떻게 보면 눈에 띄는 성과가 별로 없는 게 당연한 일이죠.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 그리고 기초원천 연구라는 것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그다음 단계, 데스 밸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눈에 띄는 성과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큼 어렵다는 말씀이고요. 과학계에서는 그래도 우수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지만, 또 미래의 씨앗인 투자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도 지속해서 늘려나가야겠다는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김상선 /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여러 가지가 있을 수가 있는데,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저는 가장 중요한 게 긍정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과학기술계가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취급해서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정말 잘해오고 있다, 주변 여건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새로운 전략으로 접근하자는 긍정적인 방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1+1=2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100일 수도 1,000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긍심을 높여주고 기를 살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요.
두 번째는 스마트하고 정교한 전략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예전의 모방, Fast Follow일 때와는 달리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국가적인 Think Tank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총연구비가 70조 원쯤 되는데요. 그 돈이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연구비의 2~3%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7%가 어디에 무엇을 위해 사용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올바른 방향과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과제수행단계에서 철저히 연구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개별 단위에서는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 잘할 수 있는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연구환경 조성해야 한다고 볼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정책의 지속가능성 및 일관성 유지도 중요한 점입니다. 연구현장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할 때 새로운 정책도입에 따른 이점이 크지 않을 때에는 가급적이면 정책변화보다는 지속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수 있다. 특히 정권에 따라 정치권 취향에 따라 좌지우지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며 안정적이고 신명 나는 연구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앵커]
신명 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연구환경 개선이 꼭 도움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한양대학교 김상선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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