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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이언스] 한국의 파브르가 말하는 토종 곤충

2016년 05월 18일 15시 48분
[YTN 사이언스] 한국의 파브르가 말하는 토종 곤충

■ 정부희 / 고려대학교 한국곤충연구소 연구교수·곤충학 박사·'정부희 곤충기' 저자

[앵커]
20여 년 동안 우리 산과 들을 누비며 곤충 연구에 매진한 학자가 있습니다. 한국의 파브르를 꿈꾸며 한국산 토종 곤충 이야기도 써 내려가고 있다는데요. 탐구인 에선 고려대학교 한국곤충연구소 정부희 연구 교수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2010년 정부희 곤충기란 이름으로 6권의 책을 내고 단행본도 10권 이상 책을 내셨는데 이렇게 곤충 관련 책을 계속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인터뷰]
우선 곤충을 사랑해서고요. 지금 현재 우리나라가 도시화가 계속 진행되고 사람들도 굉장히 편한 생활을 선호하잖아요. 그러면 그럴수록 자연 생태계가 훼손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인데 그런 와중에 곤충들도 같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에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곤충들과 조금 친하게 지내고 우리가 본능적으로 곤충을 보면 징그럽다, 해충이다, 이렇게 인식을 하는데 그런 생각을 조금은 완화하면서 곤충도 우리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굉장히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조금 더 쉽게, 누구나 알기 쉽게 일반인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앵커]
지금 의상을 보니까 꽃과 브로치인가요? 나비가 달려있어요. 의도하신 건가요?

[인터뷰]
원래 제가 곤충을 연구하면서부터 악세사리, 브로치나 머리핀이나 이런 것을 다 곤충으로 하고 있습니다.

[앵커]
잘하고 오셨네요. 버섯 살이 곤충을 15년간 연구하셨다고 했는데 먼저 버섯살이곤충은 생소한데 어떤 곤충입니까?

[인터뷰]

버섯을 집으로 삼아, 버섯을 먹이 삼아 사는 곤충들 모두를 일컫는 말입니다. 원래 기존에 '균식성 곤충' 또는 '식균성 곤충', 균은 버섯을 뜻합니다. 그런 용어가 있었는데 저는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해서 조금 어감도 좋고 듣기에도 편한 버섯에서 산다 해서 '버섯살이 곤충'으로 제가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괜찮지요?

[앵커]
버섯살이 곤충 연구를 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버섯살이 곤충은 원래 곤충 연구를 한 이래로 15년 이상 평생의 주제입니다. 처음에 접하게 된 계기는 곤충이 예쁜 것처럼 버섯도 천의 얼굴이라고 하잖아요. 굉장히 예뻐요. 예쁘고 모양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고 버섯을 관찰하다 보니까 그 안에 항상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곤충이라는 녀석이 동거하는 거죠.

그래서 이 곤충들이 누구일까 그래서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했습니다. 시작해서 지금 10여 년 이상 연구를 하다 보니까 데이터가 많이 쌓이게 되죠. 그렇게 되면서 아쉬운 것은 무엇이냐면 우리나라에서 버섯에 사는 곤충들을 연구하는 학자가 저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서 세계적으로도 이 버섯살이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일을 내가 안 하면 영원히 이 버섯에서 사는 곤충들이 사장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버섯 곤충 외 우리나라 토종 곤충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고요. 멸종위기에 처한 곤충들도 많은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인터뷰]
우리나라에서 사는 곤충들은 대부분이 토종 곤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90% 이상이 토종 곤충이니까요. 우리가 잘 아는 배추흰나비, 호랑나비, 사슴벌레, 장수하늘소, 장수풍뎅이 모두 다 우리 땅에서 사는 토종입니다.

단지 미국선녀벌레랄지 꽃매미, 이런 것은 외국에서 무역품을 통해 들어오기는 했지만, 머지않아 몇십 년 지나면 걔네들도 우리 토종과 함께 어우러져 살겠죠. 곤충이라고 하는 것들은 곤충뿐만 아니라 생물이라고 하는 것은 외국 종이든 우리나라 종이든 존재의 의미가 있으니까 우리나라 생태계만 교란이 안 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는데요.

우리나라가 현재 곤충들이 과거보다 많이 사라지고 있어요. 그래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곤충은 5종 정도 되고요, 보호종으로 지정된 종수는 14종 정도 됩니다. 앞으로 지금처럼 온난화가 지속하고 환경파괴가 계속 지속한다면 멸종위기에 처한 곤충들이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물리학자였던 아인슈타인도 벌꿀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그만큼 곤충이 생태계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 아닌가요? 거기에 동의하십니까?

[인터뷰]
저도 동의하죠. 왜냐하면, 꿀벌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먹는 식량의 70% 정도를 수분 매개로 해줍니다. 그러니까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가 식량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앵커]
곤충연구를 늦게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곤충 박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으실 것 같아요.

[인터뷰]
처음부터 곤충 박사가 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다 보니까 우연히 박사가 되었는데요. 제가 원래는 출신이 영어 전공이었어요. 그러다 30대 초반부터 우리 문화에 눈을 뜨면서 전국에 유적지를 찾아다니면서 답사를 했어요. 그런데 이 유적지라는 게 아시다시피 산속 오지에 있잖아요. 산속 오지를 가는 중에 야생화를 만나게 되고, 새를 만나고 물고기도 만나고 버섯도 만나고 이러면서 자연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어요.

처음 야생화를 만났을 때는 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굉장히 설렜거든요. 이런 와중에 늘 야생화를 보면 곤충이 그 꽃에 앉아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 곤충들은 알고 싶은데 그 당시만 해도 자료가 많지 않아서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자료는 없을 때였거든요. 그래서 이 곤충들에게 내가 이름을 불러주고 싶은데 내가 알 길이 없으니까 내가 늦은 나이지만 공부를 정식으로 해보자, 그래서 대학원에 용감하게 진학하게 됩니다. 그때 나이가 마흔 살입니다.

[앵커]
굉장히 늦게 곤충 연구를 시작하셨는데 사랑 때문에 여기까지 오신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산과 들로 많이 다니지 않습니까? 물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면 좋지만,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아요. 짧게 한 번 들어볼까요?

[인터뷰]
에피소드가 물론 좋은 일도 많이 있지만, 위험했던 일이 제일 먼저 떠오르죠. 제가 생물을 공부하면서 참 아이러니하게 뱀을 무서워합니다. 그래서 채집을 나갈 때마다 뱀을 자주 보거든요. 한 번은 강원도에 가리왕산을 갔을 때 일인데 그 산이 굉장히 가팔랐어요. 7부 능선 정도가 굉장히 가팔랐는데 저기 밑에 보니까 쓰러진 나무에 버섯이 탐스럽게 달린 거예요.

또 저는 버섯을 따와야지 그 속에 사는 곤충을 보니까 산을 잘 못 타는데도 갔어요. 갔는데 편한 자세로 버섯을 관찰하려고, 저희는 채집 짐이 좀 많거든요. 무거운 가방을 통나무 옆에 내려놓는 순간 살모사가 똬리를 트고 저를 노려보고 있는데 제가 순간 얼음이 돼서 주저앉았어요. 앉다 보니까 뱀의 위치와 제 위치가 거의 똑같아서 앞에서 혀를 날름거리는데 어떻게 그 자리를 빠져나왔는지 몰라요. 그 기억 때문에 그런지 가끔 악몽에도 시달립니다.

[앵커]
무서운 뱀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반대로 인생 중에 최고의 곤충을 꼽으라고 한다면 어떤 곤충을 꼽을 수 있으십니까?

[인터뷰]
저는 나비를 꼽습니다.

[앵커]
나비요? 오늘도 달고 오신 나비군요.

[인터뷰]
네, 우리가 '고집멸도'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나비 하면 우리가 나풀나풀 나는 모습이 굉장히 우아하고 예뻐요. 그렇지만 나비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고될 수가 없습니다. 알에서 깨어나서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쳐 어른 나비가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위험과 고비가 있는지를 알 수 없어요.

예를 들어서 태풍이 불고 폭우도 내려치고, 천적이 도처에 깔렸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곤충이 싫다고 살충제 샤워를 시키네요, 그러다 보니 나비가 가문을 잇기 위해서 살아가는 게 쉽지가 않아요. 그런 입장에서 고통과 번뇌 속에서 참다운 나를 찾아 고집멸도에 길을 걷는 성자와 매우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지금 교수님을 나비로 비유한다면 어느 단계에 와있으세요? 날개를 펴셨나요?

[인터뷰]
아직 아닙니다.

[앵커]
날개를 펴는 그 날까지 응원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고려대학교 한국곤충연구소 정부희 연구 교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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