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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 Book]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결빙방지단백질 이야기

2014년 11월 04일 16시 20분
[앵커]

과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도서를 소개해드리는 '사이언스 앤 북' 시간입니다.

최근 일부 지역에 서리가 내리거나 얼음이 어는 곳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요.

과연 사람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운 극지방에 사는 생물들은, 어떻게 혹독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걸까요?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결빙방지 단백질이야기'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저자 김학준 교수, 자리에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날씨가 추워지면 바람이 차가워지고 물이 얼기 시작하는데요.

이렇게 날씨에 따라서 극지생태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게 되나요?

[인터뷰]

바다표면의 생태계가 수생태계에서 해빙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로 바뀌게 됩니다.

남극이나 북극 바닷물이 얼어서 형성된 것이 해빙인데요.

해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관들이 존재하는데 이 관을 염수통로라 부릅니다.

해빙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생기게 되죠.

하지만 해빙은 수 마이크로미터에서 수 밀리미터의 염수통로들이 미로처럼 얽혀있는 거대한 극지생물의 은신처입니다.

해빙 환경은 굉장히 추울뿐아니라 소금물 보다 4배나 더 짭니다.

이런 해빙 속에 특히 염수통로라 불리는 곳에 엄청난 숫자의 생물이 살고 있다면 쉽게 믿어지지 않으실 텐데요.

실제 굉장히 많고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얼음의 땅이라고 불릴 정도로 추운 남극이나 극지의 생물들은 어떻게 매서운 추위를 견딜 수 있는 건가요?

[인터뷰]

극지생물들이 혹독한 추위 속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로 말씀 드릴 수 있는데요.

온도가 떨어짐에 따라 세포막, 단백질 등 생체 중요분자들의 기능이 정지하거나 망가지는 것과 물이 얼음으로 변하거나 물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서 생기는 손상입니다.

세포의 경우는 일차적으로 세포막이 가장 먼저 추위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요.

세포막은 인지질 이중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세포 안과 밖의 경계를 짓는 역할 외에도 생존에 필수적인 각종 물질의 확산, 수송, 신호전달 등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세포막이 온도가 내려가면 딱딱하게 굳게 되어서 세포내 물질 수송 등에 장애가 생기므로 세포가 사멸하게 되죠.

그래서 극지생물은 온도가 내려가면 세포막이 딱딱해지지 않도록 불포화지방산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세포막에 끼워 넣어서 세포막을 좀 더 유동적으로 만듬으로써 저온에 적응합니다.

두 번째로 온도가 내려가면 세포 밖의 물이 먼저 얼게 되면서 세포 밖의 물질의 농도가 높아져서 물이 세포 밖으로 빠져 나가는 삼투 현상을 겪게 됩니다.

배추가 소금에 절여지는 현상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때문에 세포안의 핵산, 단백질과 같은 분자들이 엉기고 변성돼 버려서 결국 세포가 사멸하게 됩니다.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세포는 세포질 내에 수용성 용질의 양을 늘려 용액의 농도를 높이는 기작을 발동합니다.

물에 잘 녹는 글라이신, 프롤린, 글리세롤, 트레할로스 등과 같은 아미노산이나 당류를 몸속에 축척함으로써 추위에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앵커]

남극의 바다를 보면 얼음에 덮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어떻게 물고기들은 얼지 않고 바다 속을 헤엄칠 수 있는 건가요?

[인터뷰]

두꺼운 해빙 밑에는 액체 상태의 바닷물이 있습니다.

온도가 섭씨 영하 1.9도의 차가운 바닷물이죠.

그리고 이 바닷물에는 아주 작은 얼음 입자들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남극의 물고기들이 물을 마시면 몸속으로 아주 작은 마이크로 단위 또는 그 이하 크기의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고기의 혈액에는 얼음 알갱이들이 더 이상 커지지 않게 막아주는 특이한 단백질인 결빙방지 단백질이 들어있습니다.

자동차의 부동액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혈액이 얼지 않게 되고 차가운 물속에서도 살 수 있는 것이죠.

[앵커]

물고기 피에 얼음이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물질, 그러니까 '결빙방지단백질'이 숨은 비결이었군요.

현재 우리 생활에도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인터뷰]

결빙방지단백질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얼음 결정에 달라붙어 얼음의 성장을 억제하는 단백질입니다.

대개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모여서 커다란 얼음으로 자라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거든요.

먹고 남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일정기간 두고 꺼내 다시 드시면 작긴 하지만 딱딱한 얼음 알갱이가 씹히는 것을 경험하신 분이 계실 겁니다.

이런 현상을 얼음 재결정화 과정이라고 하는데요.

결빙방지단백질이 바로 이런 얼음재결정화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물고기의 결빙방지단백질을 유전자재조합기술로 대량생산해서 실제 아이스크림 첨가제로 넣어서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스크림에 지방성분을 줄이더라도 아이스크림의 질감을 똑같이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저지방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 아니라 장기간 보관해서 드셔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결빙방지단백질'은 미래 사회에 어떤 가치를 가진 자원이라고 볼 수 있나요?

[인터뷰]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무독성 동결보호 물질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입니다.

현재 의학이나 연구 목적으로 다양한 생체 조직이나 세포를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극저온에 얼려 보존합니다.

이때 동결에 의한 손상을 막기 위해 동결보호제를 사용하는데 현재 가장 많이 쓰는 동결보호제는 DMSO라고 하는 화학물질입니다.

하지만 이 물질은 독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줄기세포의 경우 독성 때문에 제대로 생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천연의 결빙방지단백질은 그러한 부작용이 없는, 말 그대로 무독성 천연 동결보호제인 셈입니다.

결빙방지 단백질은 무독성인 동시에 얼음 재결정화를 막아주니 동결보존 분야에 활용되기에 딱 좋은 물질입니다.

이를 활용하려는 연구가 미국, 일본, 이스라엘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우리도 현재 극지연구소에서 발굴한 결빙방지단백질을 적혈구, 줄기세포, 제대혈, 유용세포 등을 장기간 동결 보존하는데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앵커]

정말 추운 극지방에서 결빙방지 기능을 연구하신 끝에 이 책을 펴내셨는데요.

어려운 점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떠셨나요?

[인터뷰]

처음에는 1996년 공저자인 극지연구소의 강성호 박사께서 남극세종기지에서 월동을 하면서 동계기간 아무것도 살아 있을 것 같지 않은 남극 바다얼음 속에서 움직이는 미세조류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것이죠.

얼음 속에서 살아있다는 게 정말 흥미롭게 생각됐고, 물고기처럼 이 생물도 결빙방지 기능을 가진 물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결빙방지단백질을 가진 생물을 찾는 데는 겨울이 최적기이기 때문에 채집은 주로 겨울철에 국한되어 있다 보니 그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지요.

남극의 경우 11월에서 2월, 북극은 고작 3월에서 4월까지 야외활동이 가능한 정도이구요.

이 기간의 기온도 최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질 때가 많습니다.

이런 기온에서 하루 3~4시간 눈과 얼음 밭을 헤치고 다니는 것은 체력 소모도 대단히 큽니다.

때때로 나타날 지도 모를 북극곰을 경계하기도 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채집을 나서다 보니 채집 당시의 생생한 자료를 카메라에 많이 담지 못해 책에 소개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과 앞으로의 집필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이 책의 독자들은 주로 중고등학생일 거라 생각이 됩니다.

결빙방지단백질에 대한 연구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거든요.

차가운 바다에서 물고기는 어떻게 얼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 말입니다.

이 책은 결국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을 보여드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의 공동 작품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즉 융합과 통섭을 통해서만이 더 나은 해석이 가능한 것이죠.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도 자연을 잘 관찰하고 또 거기에 맞는 질문을 던져 보시기 바라구요.

기회가 된다면 청소년들이 과학을 좀 더 친근하고 쉽게 느낄 수 있는 과학 분야의 책을 써나갈 계획입니다.

[앵커]

추위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고, 차가운 바다 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며 살아가는 극지생물의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앞으로 청소년들을 위해 집필하실 과학도서도 기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극지 과학자가 들려주는 결빙 방지단백질'의 저자, 김학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