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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과학] 말이 필요 없는 디자인 '픽토그램'

2013년 10월 07일 16시 11분
[앵커]

이번에는 디자인의 과학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월간 '디자인' 전은경 편집장 나와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는 공연무대 디자인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주실건가요?

[인터뷰]

오늘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빠르고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 말 안 해도 다 아는 그림 문자가 픽토그램(pictogram)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림을 뜻하는 픽토(picto)와 전보를 뜻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인 픽토그램은 정지 표시나 신호등처럼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것도 있지만 각국의 문화 별로 다른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앵커]

픽토그램은 일종의 약속이자 그림 언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인터뷰]

픽토그램은 어떤 대상의 의미를 가장 빠르게 전달할 목적으로 만든 그림 언어이므로 인종, 국가, 문화를 뛰어 넘어 보기만 해도 바로 이해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픽토그램은 일종의 약속이고요.

픽토그램은 주로 화장실, 지하철, 교통 표지판 등 공공 시설에 사용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화장실과 식당, 엘리베이터, 지하철, 버스 정류장 등의 공공 시설에 한국산업규격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국제 표준화는 일반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론 여자와 남자 표시로 남녀 화장실을 구분한다는 광의의 약속은 되어 있으나,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픽토그램을 잘못 해석해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앵커]

국제 표준화가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의외인데요.

[인터뷰]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픽토그램의 국제 표준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특히 공항과 화장실, 지하철, 비상구, 버스 정류장처럼 기본적인 공공 시설의 표준화는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이러한 표준안을 마련하는 대표적인 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준안 채택 건수는 해당 국가의 디자인 능력과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각 국가들은 자국에서 내놓은 표준안이 채택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비상구 픽토그램은 바로 일본이 제안한 것입니다.

이 도안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비상구 앞 사람의 모습이 정면이었지만, 1964년 오타 유키오라는 일본 디자이너가 사람의 몸을 긴장감 있는 사선 방향으로 바꾼 것입니다.

[앵커]

최근 우리나라가 국제 표준 픽토그램의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요?

[인터뷰]

우리가 만든 표준안이 전세계에서 통용된다는 뜻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국제표준 픽토그램 163종 가운데 병원, 육교, 의사, 음식물 반입 금지 등 32종이 '한국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그간 국제 표준 픽토그램은 역사가 긴 영국과 독일, 일본의 것이 다수 채택되던 상황이었는데요.

한국 디자인이 채택되면서 그 동안 안전 표지 등에 쓰이는 사람 얼굴 도안이 서양인이 아닌 동양인 얼굴형으로 교체되었습니다.

부수적으로는 우리의 디자인이 국제 표준안으로 선정되면 기존의 픽토그램을 교체할 필요가 없어 비용 절감의 효과도 있습니다.

[앵커]

각국의 문화나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픽토그램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데요.

[인터뷰]

픽토그램은 국가와 문화별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망가의 나라 일본에는 캐릭터를 활용한 만화스러운 픽토그램이 많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직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일부 아프리카 등의 국가에서는 아직까지도 픽토그램에 의존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어 설명적인 픽토그램이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올림픽 관련 픽토그램은 아마도 서로 다른 각국의 문화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디자인일 것 같은데요.

[인터뷰]

공공 시설 외에 대표적인 픽토그램 하면 올림픽 스포츠 픽토그램을 빼놓을 수 없겠죠.

각 나라는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개최지의 특징을 반영한 고유의 픽토그램을 개발합니다.

올림픽에서 사용되는 픽토그램은 수영, 육상, 농구 등 경기 종목의 특징을 간결하게 표현하지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전세계인이 알아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경기 종목별 픽토그램을 처음 사용한 올림픽은 1948년 런던 올림픽이었는데, 1964년 도쿄 올림픽 때부터 체계적인 사인 시스템이 등장해 올림픽의 기본 요소가 되었습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는 독일의 디자이너 오틀 아이허가 픽토그램을 넘어서 그래픽 디자인 역사의 고전으로 남을 작품을 디자인하기도 했고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한자의 기원인 갑골 문자의 형태를 띤 픽토그램으로 문화적 자부심을 표현했고,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실루엣과 다이내믹 버전의 두 가지 픽토그램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지금까지 말이 필요 없는 그림 언어이자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 픽토그램 디자인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경우도 있지만 각국의 문화 별로 다른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한다는 사실, 또 우리나라가 국제표준화의 강국으로 떠오른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지금까지 전은경 월간 '디자인' 편집장과 얘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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