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도시로 떠나볼까요?
[기자]
오늘 둘러볼 곳은 북미 최대 도시 가운데 하나인데요,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어디인지 말씀드리기 전에 준비된 영상으로 먼저 만나보시겠습니다.
[기자]
오늘의 과학도시는 캐나다 토론토입니다. 토론토는 캐나다의 수도인 오타와에서 서쪽으로 4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요, 오타와보다도 더 큰, 캐나다 최대 도시이고, 북미에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에 맞먹는 규모로 5위 안에 드는 대도시입니다. 토론토 시의 인구는 300만 명 이상인데요, 토론토의 위성도시까지 합쳐서 광역 생활권을 기준으로는 인구가 천만 명에 달하고, 이는 캐나다 인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합니다.
[앵커]
정말 대도시인데, 캐나다 수도가 말씀하신 대로 오타와잖아요, 오타와보다 토론토를 캐나다하면 먼저 떠오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무엇으로 잘 알려졌나요?
[기자]
토론토는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금융 도시이자,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졌습니다. 지금 보시는 영상은 토론토 시내의 모습인데요, 토론토 랜드마크인 CN 타워가 보이시죠? 높이 약 550m로 눈에 잘 띄는 건축물인데요, 토론토에 텔레비전과 라디오 전파를 내보내는 송신탑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남산 타워와 비슷한 겁니다. 지금 보시는 시내 일대에 캐나다의 5대 은행과 캐나다 1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몰려 있고요, 또 이곳을 포함해 토론토 광역권을 기준으로는 캐나다 생명공학 기업의 절반 이상이 들어섰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IT 기업들도 토론토에 사무실을 두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토론토 광역권은 캐나다 GDP의 20%를 차지하고 있고요, 토론토는 캐나다의 경제수도로 불리기도 합니다.
[앵커]
영상을 보니깐 뉴욕 못지않게 최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시이군요. 그런데 캐나다가 인공지능으로 유명하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토론토는 인공지능 연구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 중 하나인데요, 현대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이 바로 2006년 토론토대 제프리 힌튼 교수가 처음 만든 개념입니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마치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예측하는 기술이죠. 힌튼 교수팀은 딥러닝 방법론을 정립하고, 2012년 국제 대회를 통해 딥러닝의 우수성을 입증했고요, 이를 통해 딥러닝이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덕분에 인공지능을 구동하기 위한 처리 장치와 인공지능에 필요한 빅데이터가 증가했고, 현대의 인공지능으로 발전하게 된 겁니다.
힌튼 교수는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이미지 인식과 음성 처리, 언어이해를 기반으로 DNN 리서치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고요. 2013년에 우리 돈 500억이 넘는 금액에 회사를 구글에 매각했고, 이후 구글 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퇴사했습니다. 힌튼 교수와 함께 딥러닝의 창시자로 불리는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는 힌튼 교수의 제자이기도 한데요, 이 두 교수는 1990년대 인공지능 산업이 침체됐던 시기에도 꾸준히 인공지능을 연구해서 캐나다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캐나다 토론토대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전통 있는, 수준 높은 대학으로 평가받습니다.
[앵커]
오픈 AI의 공동창업자로 잘 알려져 있는 수츠케버도 토론토대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캐나다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기업을 소개해 주세요.
[기자]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 때 유명세를 탄 블루닷이라는 기업이 토론토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블루닷은 토론토 병원 의사인 캄란 칸 박사가 2008년에 창업한 기업입니다. 블루닷은 2019년 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터지고 난 뒤 WHO나 미 CDC, 중국 정부보다도 더 빨리,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의 확산경로를 예측한 기업입니다. 바로 언어 이해 인공지능을 통해 전 세계 뉴스와 동식물 질병 네트워크, 항공 데이터 등을 분석해서 2019년 12월 31일에 '바이러스가 방콕과 서울, 대만, 도쿄 등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건데요, 코로나19, 그러니까 당시에는 우한 폐렴이었죠. 우한 폐렴 발생 소식이 알려진 12월 30일에서 불과 하루 뒤에 발표한 겁니다. 이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야 미 CDC와 WHO가 질병 확산을 공식 경고했고요, 자연스레 블루닷이 뜨거운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존에는 감염병 발생 국가의 공식 입장과 현지 모니터링 등을 토대로 질병 확산 위험성을 분석해왔는데, 블루닷은 이와는 다른 언어 처리 기술과 빅데이터 학습으로 신속한 감염병 예측에 성공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블루닷이라는 스타트업이 토론토에서 나온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사실 토론토는 토론토병원 등 대형 병원 인프라에 힘입어서 의료와 바이오 산업이 발달해온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의료 분야에 새로운 인공지능 산업을 접목하면서 관련 스타트업이 활발히 생겨난 것이거든요. 블루닷 외에도 캐나다의 원격 의료를 주도하는 스타트업, 메이플과 그 밖에 다이어로그, 응급의료에 IT를 접목한 스타트업, 톤힐 메디컬 등이 토론토에서 생겨났습니다.
[앵커]
그러니깐 원래 전통 강자 분야인 의료를 첨단 산업이 접목해 훌륭한 스타트업들이 나왔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기자]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배경은 마스 디스커버리 구역 덕분일 겁니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스타트업 허브인데요, 마스 디스커버리 구역은 2000년도에 첨단 의료 연구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입니다. 공공 연구비를 받는 의료 연구를 상용화하기 위해 공간을 임대해주고 민간 기업 투자를 연계해주는 역할을 했는데요, 마스라는 명칭이 메디컬 앤 릴레이티드 사이언스, 그러니까 의료와 관련 과학 산업을 칭하는 점에서 보이듯이 시작은 의료에 한정됐는데요, 2000년대 IT 산업 성장에 힘입어서 의료에 IT를 접목한 스타트업들이 생겨났고, 이후 대규모 민간 투자가 몰렸습니다.
그러자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오 의료 외에 핀테크와 바이오테크, 인공지능 등 IT 관련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마스 디스커버리 구역에서 지금까지 1,200개 넘는 기업을 지원했고, 이를 통해 3만 개 넘는 일자리가 창출됐습니다.
[앵커]
저는 마스라고 해서 우주산업 관련된 지국인가 했는데요, 그게 아니라 의료 산업에서 지금은 첨단 IT 허브로 발전한 도시다 이렇게 들어봤는데요, 토론토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어떤 과학 관광을 할 수 있을까요?
[기자]
토론토에 방문한다면 대표적인 과학 관광지인 리플리 수족관을 둘러보시면 좋겠습니다. 코너 초반에 보여드린 토론토의 랜드마크죠, CN 타워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수족관인데요, 450여 종 이상의 해양 생물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긴 수족관 중 하나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96m에 달하는 터널이 형성돼 있고, 관람객들이 터널을 지나면서 사방으로 상어 등 물고기를 볼 수 있습니다. 또 해양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체험도 다채롭게 준비돼 있어서 재미와 교육 모두 잡을 수 있을 듯합니다.
리플리 수족관은 유튜브로 수족관 모습을 6시간 연속으로 중계한 적이 있는데, 세계 최장 생중계로 기네스북 등재를 신청했습니다. 직접 방문해보실 수도 있지만, 이렇게 유튜브로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으니 온라인 체험을 해보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앵커]
리플리 수족관이죠, 오늘 한 번 꼭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과학도시 '토론토'에 관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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