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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시] 신주! 첨단 과학클러스터…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2023년 09월 11일 16시 16분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느 도시로 떠나볼까요?

[기자]
오늘 둘러볼 도시는 첨단 IT 기업과 연구소가 몰려있는 과학도시인데요, 특히 반도체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전 세계 반도체의 요람으로 불릴만한 도시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디인지 감을 잡아보시겠습니다.

오늘의 과학도시는 타이완 북서부에 있는 신주 시입니다.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요, 면적은 104㎢ 정도로 우리나라의 강원도 속초시 정도의 크지는 않은 도시이지만, 전 세계 반도체의 절반 이상, 첨단 반도체의 경우 90% 이상을 이 도시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앵커]
준비하신 영상을 보니까 신주가 타이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더라고요, 그 이유는 있을까요?

[기자]
타이완의 대표적인 과학 클러스터인 신주과학단지가 신주 시에 조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신주과학단지는 면적이 15㎢ 정도로, 우리나라 동대문구와 비슷한 크기인데요, 과학 관련 기업이 600여 곳 들어서 있고요, 여기서 일하는 사람만 17만 명에 달합니다. 또 여기 과학단지에서만 연간 무려 66조 원 이상의 매출액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요 산업은 반도체 웨이퍼 생산, 집적회로 패키징과 테스트, 집적회로 디자인, LCD 패널·실리콘 태양전지·LED 생산 순입니다. 대부분 전자 기술인데요, 그 가운데서도 반도체 관련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막대한 매출을 내는 전자 기업들뿐 아니라 명문 교육기관도 이곳 신주에 들어서 있습니다. 타이완 4대 대학에 속하는 국립 칭화대와 국립 양명 교통대가 있는데요, 이 덕분에 명문대 출신 인재들이 과학 클러스터로 유입되기 유리한 조건이기도 하고요, 기업들과 학교, 연구소가 산학연 협력을 하기에도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습니다.

[앵커]
여기 과학단지에서만 매출이 66조 원이라고 하니까 정말 과학기술력이 국력이 되는 현장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신주 과학단지는 어떻게 조성이 됐나요?

[기자]
1980년대 대만 정부가 전자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과학단지 조성을 추진했는데요, 부지를 선정할 때 앞서 말씀드린 국립 칭화대와 국립 교통대 인근에 부지를 물색한 결과 신주에 과학단지가 조성됐습니다. 이후 대만 정부는 공업기술연구원과 같은 정부 출연 연구원을 세우고, 다른 도시에 퍼져있던 민간 전자기업들이 신주로 이전하도록 했습니다.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조세우대정책도 펼쳤는데요, 신주과학단지에 들어선 기업들에게는 설비나 원재료의 수입 관세를 면제하고, 일정 기간 법인세를 면제해 주기도 했습니다.

또 일부 R&D 대해서도 50%까지 세액 공제를 실시한다든가, 자동화 설비와 교육비에 대한 세액 공제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신주에 원래 있던 명문대와 정부 주도로 설립된 연구소, 혜택을 받아 이전한 민간 기업이 한곳에 모인 거고요, 산학연 협력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겁니다. 예를 들면 대학교수가 기업의 임원을 겸직하기도 하고, 연구원들이 대학에 출강하기도 하고, 연구소에서 대학원생들을 연구보조원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활발해진 겁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신주과학단지는 세계적인 과학클러스터로 성장했고,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전자 산업 단지로도 손꼽히고 있습니다.

[앵커]
그리고 타이완이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반도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특히 파운드리로 굉장히 유명하죠, TSMC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타이완의 대표 기업이죠. TSMC의 본사와 공장들이 바로 이곳 신주에 들어서 있습니다. TSMC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자면, TSMC는 파운드리 기업입니다. 파운드리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건데요, 삼성이나 인텔 등은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도 하는 데 반해, 파운드리만 하는 TSMC는 위탁 생산만 합니다.

반도체 생산은 나노미터 수준의 초정밀 공정이 필요하고 불순물이 없는 첨단 시설이 갖춰져야 하는데요, TSMC의 시설과 기술력이 업계 1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주요 고객들이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큼직한 기업들이고요, 인텔의 경우도 주문 물량이 밀려서 자사가 생산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경우에 TSMC에 파운드리를 주고 있기도 합니다. 파운드리 사업 기준으로 TSMC는 올해 2분기 기준 점유율이 60.1%인데, 2위인 삼성전자가 12%에 채 못 미치는 것을 보면, 압도적인 1위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정말 대단한 기업이군요. 그런데 신주 시가 최근에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기자]
네. 과거부터 타이완 신주 시는 아열대 기후로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었는데요, 최근 들어서 강우량이 급격히 적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름 태풍도 굉장히 잦았던 지역인데, 여름 태풍도 줄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지구온난화, 그러니까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자원이 깨끗한 물이라는 겁니다. 반도체가 불순물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세정 작업에 깨끗한 물이 필수이고, 미세한 연마 작업 등에도 공업용 용수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타이완은 연중 내리는 비나 여름 태풍 때 쏟아지는 비를 저수지에 모아서 반도체 기업이나 단지에 공업용수로 공급해왔는데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앵커]
실제로 기업들이 타격을 받기도 했을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21년 타이완에 100년 만의 가뭄이라고 불렸던 극한의 가뭄이 찾아왔는데요, 당시 타이완 정부는 반도체 생산에 타격을 줄이기 위해서 농업을 잠시 중단시키고, 농업용수를 끌어와 반도체 생산설비에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생산량을 맞추지 못해서 전 세계 반도체 시장들이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가뭄이 찾아와서 타이완 정부가 신주과학단지에 물 사용량을 10% 줄일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도 대만 주요 저수지들의 저수량은 지난 3월 기준으로 10∼20%대 수준으로 물 부족이 심각해졌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더 문제는 반도체 생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물 소비량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TSMC는 이 때문에 지난해 공업용수 재활용을 위한 재생수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TSMC를 비롯해서 신주의 반도체 생산시설이 세계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는 더 이상 한 도시, 한 나라만의 문제로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기후변화가 반도체 업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 오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최소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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