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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시] 갈라파고스 제도! 진화론의 성지…생태계 보호 시급

2023년 07월 17일 16시 57분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과학도시' 오늘도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도시로 가볼까요?

[기자]
오늘 둘러볼 곳은 우리가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책이나 교과서에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다른 어디서도 보기 힘든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어서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도 불리는 곳인데요, 준비된 영상 보시고 감을 잡아보실까요?

네, 영상 속에 진화론이라는 단어를 보고서 많은 분이 이미 예상하셨을 텐데요, 오늘의 과학도시는 바로 갈라파고스 제도입니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엄밀히 말하면 도시는 아니고, 19개 섬과 많은 암초로 이뤄진 지역인데요, 남미 에콰도르 본토에서 서쪽으로 천km 떨어진 태평양 상에 자리하고 있고요, 전체 육지 면적은 제주도의 4배 정도 됩니다. 대부분 섬이 화산 활동으로 솟아올랐기 때문에 현무암으로 이뤄졌고, 분화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앵커]
갈라파고스 제도는 굉장히 유명한 곳인데요, 가는 분들도 많이 못 본 것 같고 저도 한 번도 갈 생각을 못 해본 것 같습니다. 이곳이 가기가 어려운 곳일까요?

[기자]
네, 일단 인천에서 직항이 없어서 기본적으로 비행기를 두 번 이상은 거쳐야 갈 수 있는 곳입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공항이 두 곳 있는데, 모두 국제선 비행기는 들어갈 수 없고, 에콰도르에서 출발하는 국내선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작은 섬 여러 개로 이뤄졌기 때문에 관광할 때 한 번에 섬을 방문하는 게 좋은데, 섬 간 거리가 생각보다 꽤 멉니다. 그래서 경비행기로 이동하거나 배를 타고 2시간에서 6시간 이상까지도 가야 해서 난도가 꽤 높은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도 지난해만 27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갈라파고스 제도를 찾았는데요, 갈라파고스 전체 인구의 10배 가까운 숫자입니다.

[앵커]
영상에서 아름다운 갈라파고스의 모습을 보니까 왜 가는지 알 것 같습니다. 자, 무엇이 갈라파고스를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었는지 알아볼까요?

[기자]
갈라파고스는 일단 환경부터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적도 부근에 자리하고 있어서 연중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데, 수온은 비교적 차갑거든요. 이 때문에 대기 중 더운 공기가 응결되면서 가랑비가 자주 내립니다. 그런데 계절별로, 또 섬별로 강수량 편차가 심해서 건조 기후부터 우림 기후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기후뿐 아니라 해양 환경도 독특한데요, 차가운 심층수로 이뤄진 훔볼트 해류와 따뜻하고 영양분이 많은 파나마 해류와 남적도 해류가 이곳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합쳐집니다. 이렇게 해류가 뒤섞이면서 많은 동물이 먹이 활동을 하러 모이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다양한 해양 생태계가 형성됩니다. 희귀한 산호초와 물고기들이 살고 있고, 거대한 땅거북과 바다 이구아나도 가득하고요, 심지어 가장 북쪽 섬에는 펭귄이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환경 덕분에 갈라파고스 제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도 등재됐습니다.

[앵커]
특이한 기후 덕분에 희귀한 동물들이 많이 살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갈라파고스만의 고유종으로도 굉장히 유명합니다. 물고기와 새, 포유류의 80% 정도 이상이, 이곳 갈라파고스에만 존재하는 고유종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대륙과 떨어져 바다 가운데 고립된 입지 덕분에 독자적인 진화를 이룬 생물들이 사는 건데요, 여기에 대형 육식 포유류가 존재하지 않고, 인간도 이곳 생태계를 보호하려고 노력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고유종의 대표격으로 갈라파고스 땅거북이 있는데요, 갈라파고스란 말 자체가 스페인어로 거북이란 뜻일 정도로 갈라파고스의 상징입니다. 갈라파고스 땅거북의 몸길이는 무려 1.4∼1.8m, 몸무게는 400∼500kg으로 지구 위에서 두 번째로 큰 거북입니다. 갈라파고스 땅 거북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성체 크기가 20cm밖에 되지 않는 차코거북인데요, 오래전 갈라파고스가 대륙과 단절될 때 거북이 갈라져 나와서 독자적으로 진화하면서 크기가 커진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또 다른 고유종으로는 갈라파고스 이구아나가 있습니다. 몸통 부위는 50cm 내외이고, 꼬리까지 하면 전체 길이가 1.1∼1.2m 정도입니다. 날카로운 발톱이나 얼굴을 보면 험악하게도 생겼지만 초식 동물이고, 선인장의 잎이나 꽃, 과일을 먹고 삽니다. 이와 비슷하게 생긴 바다 이구아나도 있는데요, 도마뱀류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특이한 이구아나입니다. 바다 이구아나는 갈라파고스 육지 이구아나와 800만 년 전쯤 종이 분화됐다고 보고됐는데요, 먹을 것이 많지 않은 갈라파고스에 적응해서 바다를 기반으로 살아갈 수 있게 진화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앵커]
정말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동식물이 가득하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또 갈라파고스 제도가 화산섬이라는 점도 독특한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화산 폭발 바다 밑에서 지각이 솟아오르면서 생성된 화산섬입니다. 화산활동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고, 몇 년에 한 번씩 분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높은 화산인 울프 화산이 분화했습니다. 이때 연기와 재 기둥이 4천 미터 가까이 치솟았고, 용암이 흘러나왔는데요, 화산지역이 거주지에서 100㎞ 이상 떨어져 있어 인명 피해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울프 화산섬이 멸종위기종인 분홍 이구아나의 서식지라서 전 세계적인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분홍 이구아나는 갈라파고스에만 사는 고유종으로 2021년 기준으로 200여 마리가 서식한다고 보고됐습니다. 울프 화산 분화로 분홍 이구아나 멸종 우려가 나왔지만, 다행히 이때 화산으로 큰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고요, 최근엔 분홍 이구아나 새끼를 포함해서 어린 개체들도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정말 독특한 환경과 생태계를 간직한 곳이네요. 그런데 갈라파고스라고 하면 진화론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왜 여기가 진화론의 성지가 되었나요?

[기자]
진화론에 대한 대표적인 책이죠.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찰스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채집한 표본을 토대로 진화론을 펼쳐서 갈라파고스가 명성을 얻었는데요, 다윈은 20대 때 박물학자 자격으로 영국의 해군 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면서 동식물 표본을 수집했는데요. 여정 중에 1835년 갈라파고스 제도에 이르렀고, 이곳 섬에서 수많은 표본을 채집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핀치새였습니다. 갈라파고스의 여러 섬에서 채집한 핀치새가 서식지 별로 부리 모양이 달랐던 겁니다.

예를 들면 견과류가 가득한 섬에서는 핀치새의 부리가 견과류를 까먹을 수 있도록 두껍고 강한 구조를 하고 있었고, 곤충이 가득한 섬에서는 핀치새 부리가 숨어있는 곤충을 잡아먹을 수 있는 기다란 구조였던 겁니다. 이때 조사한 것을 좀 더 발전시켜서 다윈이 자연선택의 법칙에 의한 동식물이 진화한다는 진화론을 펼친 '종의 기원'을 펴낸 겁니다.

[앵커]
화면에 나온 동물들을 보니까 왜 여기서 진화론이 시작됐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소중하고 또 의미 있는 곳이 최근 들어선 생태계 파괴 우려도 나오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갈라파고스는 1900년대 중반까지는 인구가 이천 명 내외였는데요, 2000년대 이후로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인구도 10배 넘게 늘었고, 방문객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외래 생물이 많이 유입됐는데, 특히 의도치 않게 쥐가 여행객의 짐 속에 섞여 들어와서 생태계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쥐가 빠른 속도로 번식하면서 갈라파고스 동물의 새끼나 알을 먹거나 고유종과 먹이 경쟁을 하면서 고유종이 멸종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그래서 에콰도르 정부는 2000년대부터 외래생물을 박멸하기 위해 쥐약을 살포하는 등 외래종을 박멸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갈라파고스로 들어오는 짐을 철저히 검사해서 씨앗이나 식물 등 갈라파고스 생태계에 영향 줄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갈라파고스 제도 내 인구 증가 자체를 조치도 취해지고 있습니다. 갈라파고스 섬에서 살려면 부모가 갈라파고스 주민이고, 본인도 갈라파고스에서 태어나야 한다고 엄격하게 규정하는 법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멸종 위기 고유 생물들을 살려내기 위한 인공 부화 등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갈라파고스 국립 공원이나 연구소에서 갈라파고스 거북을 인공 부화하고 방생하는 등 점점 줄어드는 고유종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에콰도르 국채 2조 원을 매입하면서 8,600억 원의 갈라파고스 채권으로 전환해주기로 했는데요, 에콰도르 정부가 빚 탕감 효과를 얻는 대신 갈라파고스 생태계 보호에 20년 동안 매년 1,800만 달러를 지출하는 조건입니다. 이 같은 거래는 자연유산 보전 차원의 국채 거래로는 금융권 최대 규모로 기록됐습니다. 이처럼 갈라파고스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에콰도르 정부뿐 아니라 전 세계가 모두가 관심이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신비의 섬! 진화론의 성지! 갈라파고스 제도는 인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인 것 같은데요. 보존을 위해 전 세계가 모두 힘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소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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