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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바우하우스 100년의 이야기

2023년 09월 08일 16시 59분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철재와 같은 간결한 소재와 단순한 선, 그리고 실용적인 디자인은 현대 인테리어에 자주 등장하는 특징들인데요. 이러한 특징들은 과거 독일에 있는 디자인 학교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오늘 '사이언스 in Art' 에서는 지난주 '칸딘스키'가 재직한 학교로 소개해드리기도 한 '바우하우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지난 주 칸딘스키 편 설명을 들을 때 바우하우스가 나와서 많이 궁금했었는데, 오늘 그 주제를 잡아오셨더라고요. 바우하우스가 지금까지도 디자인과 건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요?

[인터뷰]
네, 지난 2019년이 바우하우스 100주년이었는데요. 100년이 넘는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바우하우스가 꽃피운 여러 업적들이 지금까지도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인테리어로 크게 주목받았던 조립식 가구나 현대식 주방 디자인, 또 가전용품이나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광고 디자인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요. 지금의 산업 디자인에서 많은 부분에 대해 정의를 내렸고, 기준을 마련했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현대 건축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했는데요.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유리 소재로 만들어진 건물을 최초로 설계하는 등 기존의 상식을 깨고 혁신을 일으킨 곳이 바로 바우하우스입니다.

[앵커]
정말 최근 인테리어나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끼는 게 카페가면 바우하우스 포스터가 있어 바우하우스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깨닫게 되는데요, 그러면 우리가 알만한 브랜드나 기업 중에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곳이 있나요?

[인터뷰]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가 바로 바우하우스의 슬로건이었는데요. 20세기 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만큼 우리가 아는 수많은 브랜드에 영감을 줬습니다. 바로 애플이나 무인양품, 이케아, 브라운 등 이름만 들어도 엄청난 기업들이 바우하우스의 신념을 따랐는데요. 애플사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자기 자신을 '바우하우스의 후예다' 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고 하고요, 또 이케아 역시 실용성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등 바우하우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무인 양품' 또한 이케아처럼 합리적인 가격이나 아주 심플하고 간소화된 디자인이 특징인데요. 이런 거대한 브랜드들이 크게 성장하고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예술과 기술의 조화에 집중했던 바우하우스의 철학을 따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영향을 준 바우하우스 학교가 어떻게 설립되었나요?

[인터뷰]
1919년에 독일 바이마르에서 시작해서 1933년까지, 약 14년이라는 어찌 보면 짧은 시간 동안 운영된 바우하우스는 지금 우리 현대의 건축과 디자인 등에도 여전히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건축가인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립한 바우하우스는 독일어로 건축이라는 뜻의 'Bau'와 '집'이라는 haus를 결합해 만든 용어인데요. 기존과 다른 새로운 형태와 커리큘럼을 지닌 예술교육기관이었습니다. 당시 제1차 세계대전 직후에 독일 내에 주택 단지 건설 등이 이슈였고, 건축의 공업화가 필요했는데요. 더욱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 고민했다고 합니다. 바우하우스가 창립됐을 당시에 학생 모집을 위한 선언문에는 "미래의 새로운 건축을 위해서는 조각이나 회화 같은 순수 미술과 공예 같은 응용 미술이 통합되어야한다." 등의 내용이 있었는데요. 이를 배경으로 학생들은 새로운 방식의 커리큘럼으로 교육을 받았습니다.

[앵커]
바우하우스는 교수진도 굉장히 신경 썼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이 있었나요?

[인터뷰]
우리가 잘 아는 예술가 중에는 칸딘스키나 모홀리 나기 등이 있습니다. 특히 칸딘스키는 종합예술을 지향하는 바우하우스의 이상에 동의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나치의 탄압으로 불안정하던 바우하우스의 상황 속에서도 부 교장직까지 취임하며 자긍심을 가지고 일했다고 하는데요. 평소 시도하지 못했던 연구와 실험 등을 진행하면서 점, 선, 면에 대한 이론을 확립하기도 했습니다.

또, 헝가리 출신의 모홀리 나기는 생소한 분들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모홀리 나기는 그림과 조각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많은 업적을 남긴 예술가입니다. 바우하우스에서 후학을 양성했는데, 28세의 나이로 최연소 교수였다고 합니다. 모홀리나기는 주로 재료와 기법 등을 더욱 실용적이고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하고요, 모홀리 나기 본인이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런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아주 창의적인 사람들만 모여있고 그런 사람들을 키워내는 곳이기 때문에 운영방식이 정말 궁금한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예를 들면 '교수'라는 용어보다 ‘마이스터(Meister)’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스승과 학생 간의 위계를 없앤다는 시도가 있었고요. 형태와 색채에 대해 6개월간 이수한 후에 공예, 형태 교육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예술과 기술을 통합시키는 것에 집중했는데요. 순수 회화라던가 공예 중심보다는 비교적 산업 디자인 중심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바우하우스는 전시를 열어서, 자체 공방에서 만들어진 여러 제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이 전시를 통해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하고, 또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만 당시 나치로부터 탄압을 받게 되면서 좌절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나치로 인해 탄압을 받았다고 하셨는데, 나치 때문에 폐교가 되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나치는 바우하우스가 너무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하고, 또 전위적인 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 시킨다고 생각했는데요. 바우하우스가 1919년에 바이마르에 설립 되었지만 1925년에 데사우라는 곳으로 옮기게 되는데, 1932년에 데사우의 시의원 일부가 나치주의자였거든요. 이들에 의해서 폐교 위기에 처하기도 하거든요. 설립 이래 교수진도 자주 바뀌고, 이사도 하면서 어떻게든 운영해오던 바우하우스는 결국 1933년에 폐교됩니다. 걸출한 교수진들은 순식간에 직업을 잃었는데, 이때 많은 인재들을 미국의 하버드와 시카고, 일리노이 등에서 초빙해갑니다.

[앵커]
위계질서가 뚜렷한 시기였고, 전체주의가 있었기 때문에 아마 이런 위기가 일어난 게 아닌가 싶은데요, 바우하우스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제품이나 디자인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우리가 흔히 아는 디자인 중에는 철제 의자를 소개하고 싶은데요. 지금은 스틸을 이용한 프레임이 흔하지만 1900년대 초반만 해도 가구는 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바우하우스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사람 중심의 실용적인 디자인과 제품을 만들고, 이를 대량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재를 바꿔서 나무가 아닌 철제 프레임을 활용하게 되는데요. 바우하우스의 초대 교장이었던 발터 그로피우스의 제자이자 20세기 큰 획을 그은 건축가이기도 한 마르셀 브로이어가 디자인한 게 바로 바실리 체어 입니다.

브로이어가 처음 이 의자를 만들었을 때는 크게 감흥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바우하우스 교수였던 칸딘스키가 흥미를 보이면서 이 의자가 빛을 보게 됩니다. 이 전위적인 디자인과 실용성이 화제가 되면서 이후 수많은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철제 프레임을 통해 가구를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이 의자의 이름인 '바실리 체어'에서 '바실리'는 바실리 칸딘스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앵커]
정말 사진을 보니깐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디자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우하우스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고요?

[인터뷰]
지난 2019년이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이었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당시 100주년 기념으로 바우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바우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부터 현대 산업 디자인의 기원, 어떤 것들이 되어 만들어진 디자인인가? 등에 대해 다룬 내용으로 바우하우스와 디자인, 예술 등에 관심이 있거나 종사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길 추천 드리는 영화입니다.

[앵커]
100년 전의 학교가 지금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근처에 디자인을 보면서 바우하우스의 유산이 뭐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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