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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우리는 왜 가상인간 버추얼 인플루언서에 열광할까?

2023년 01월 31일 16시 53분
■ 조연주 / 미디어심리학자

[앵커]
가상을 의미하는 버추얼(Virtual)과 유명인을 의미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합성어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유명인을 의미하는 신조어 버추얼 인플루언서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사람들이 가상인간 버추얼 인플루언서 열광하는 심리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요즘에 광고나 여러 컨텐츠에서 정말 사람을 쏙 빼닮은 가상인간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상인간을 버추얼 인플루언서 라고 부르고 있는데 버추얼 인플루언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상인간을 활용한 콘텐츠도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휴먼, 메타 휴먼, 사이버 휴먼 등 실제 인물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만든 가상인간을 버추얼 휴먼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SNS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을 인플루언서라고 하죠.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SNS에서 영향력을 가진 버추얼 휴먼을 말합니다.

이들은 진짜 사람 같은 매력으로 팬덤이 생기고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요. 상품 모델의 역할뿐 아니라 SNS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실시간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라이브방송을 직접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해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존재로 조금씩 스며들고 있습니다.

[앵커]
가상인간이 정말 요즘에는 자연스럽게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만큼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가상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인터뷰]
가상인간은 인공지능과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집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정교한 가상인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제작 과정을 보면 주로 활동하게 될 미디어 영역에 적합한 방식으로 만들어졌어요. 국내 최초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는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으로 탄생했습니다. 실제 사람을 영상으로 촬영한 뒤 CG 작업을 통해 얼굴만 3D 모델링 한 방법입니다.

각 포인트들을 움직여 원하는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막대한 작업량 때문에 전신을 3D 모델링 하지 않았습니다. 옷을 여러 번 갈아입는 광고모델 특성상 모두 CG로 만드는 것보다는 사람을 촬영한 뒤 얼굴만 바꿔주는 것이 시간·비용 면에서 효율적이죠.

LG전자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김래아는 AI 기술과 딥러닝 기술, 모션 캡처 작업, 자연어 학습 등을 통해 목소리를 입히고 움직임을 구현했어요. 모션 캡처 작업만 실제 배우의 움직임과 표정 약 7만 건을 추출했고, 딥러닝 기술을 통해 3D 이미지를 학습시켰다고 합니다.

[앵커]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로지 같은 경우에는 사람 몸에 얼굴을 만들어서 합성을 시켰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설명해주신 대로 지금 광고에 많이 활용이 되고 있는데 기업들이 사람 대신 이런 가상인간을 광고에 활용하는 이유가 뭘까요?

[인터뷰]
가상인간의 강점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모든 장면을 연출할 수 있어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대와 맞물려 급성장 중인 메타버스에 가상인간을 적용할 수 있어 확장성도 넓고요. 가상인간을 모델로 발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상인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제할 수 있어 브랜딩 구축에 용이하고, 무엇보다 사생활 문제 리스크가 없어서 위험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입니다. 가상인간이 갖는 잠재력과 기술 발전이 맞물려서 앞으로 좀 더 확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어쩌면 가상인간은 힘들어하지 않는다라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전문가님이 가상인간이 조금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신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가상인간을 지금 이해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가상인간을 예전보다 이해하게 된 걸까요?

[인터뷰]
과거 가상세계는 현실과 분리된 별도의 공간 느낌이 강했어요. 지금은 소셜미디어로 인해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상태가 되면서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현재 가상인간은 외형은 물론이고, 행동과 화법까지 인간처럼 정교하게 구사합니다. 그래서 실제 인간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죠. 인공지능이 점이나 주근깨, 솜털까지 정교하게 표현하기 때문인데요. 2020년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가 등장했을 때 가상인간이란 사실을 모르고, 성형외과에서 성형을 협찬해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해요. 그만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건데요.

제작사는 가상 인간임을 밝히지 않고 로지의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소통했어요. 대중들은 로지를 실제 인간 모델로 알았고, 일부 이용자들은 사람으로 착각해서 호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로지를 탄생시킨 기업의 대표는 로지의 성공을 기술이 아닌 마케팅이라고 말합니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중요해진 거죠. 가상인간이지만 심리적 거리감을 많이 줄인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여러 가지 이유를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이런 가상인간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지만 약간 무섭고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이런 심리를 설명하는 용어가 있다면서요?

[인터뷰]
1970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소개한 불쾌한 골짜기 현상인데요.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급격히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입니다.

1998년 국내 최초 사이버 가수 '아담'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생한 아담은 앨범을 발매하고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당시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인간이라는 SF영화 같은 개념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기술과 자본의 한계에 부딪혔죠. 불과 몇 분간의 립싱크 하는 입 모양도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이후 아담은 입대설, 컴퓨터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설 등 소문만 남기고 사라졌어요. 일시적인 성공으로 '아담' 이후로 '류시아', '사이다' 등 사이버 가수가 등장했지만, 불쾌한 골짜기를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앵커]
아담, 류시아, 사이다 등 여러 사이버 가수가 등장했지만 불쾌한 골짜기는 해소할 수 없었는데요. 그럼 불쾌한 골짜기를 해소한 사례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기술이 발전해서 이런 수준을 뛰어넘고 인간과 거의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닮게 되면 불쾌한 골짜기가 해소되고 다시 호감도가 급상승하게 된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로지'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활동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배우 윤여정 씨가 출연한 금융 광고를 보면 20대 윤여정 씨와 70대 윤여정 씨가 함께 출연합니다. 이 광고는 한 사람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윤여정 씨의 20대 시절부터 현재 모습을 함께 담았는데요. 20대 윤여정 씨는 광고를 위해 만들어진 가상인간이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실제 윤여정 씨 특유의 손짓부터 말투, 웃는 입매까지 똑같이 재현해 놀랍다는 반응을 이끌어냈죠.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광고 속 대역배우가 누구인지 회사로 문의가 쇄도했다고 합니다. 마치 그 시절 윤여정 씨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앵커]
70대와 20대의 동일인물이 함께 등장할 수 있다라는 게 정말 대단한 창작력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 이런 가상인간에 대한 반응을 보면 주로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젊은 층을 사로잡은 매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AI 기반 인플루언서 마케팅 분석회사 하이프오디터에 따르면 버추얼 인플루언서 팔로워의 73%가 18세~34세라고 합니다. MZ 세대가 가상인간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요소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가상 세계에 대한 익숙함과 기술력의 발전, 그리고 소통을 꼽을 수 있습니다.

'로지'가 국내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선두 주자로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발전한 기술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핵심은 소통이었어요. 가상인간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합니다. 가상인간의 외형이 거부감 없고 자연스러우며 아름답게 구현되어 있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히고요. 거기에 MZ 세대가 추구하는 자유분방한 성격과 패션,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는 라이프스타일로 관심을 끌고, 따라 하고 싶게 만듭니다.

[앵커]
이렇게 가상인간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들어봤는데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또 유한하기 때문에 더 소중한 거잖아요. 가상인간의 활용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논의가 좀 더 이뤄질 거 같습니다. '한 길 사람 속은' 조연주 미디어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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