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제 일어났던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 터널 화재 사건을 다룬다고요?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 오후였죠.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나들목 부근에 있는 방음 터널 구간에서 불이 크게 났습니다. 지금까지 사망자가 5명 부상자는 수십 명에 달하는데요. 특히 이번 사고는 플라스틱과 비슷한 터널 재질이 피해를 키웠다. 이렇게 알려져 있잖아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내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저도 자주 지나가는 길이라서 화재를 보면서 정말 아찔했는데, 지금 하루 정도 지났는데 현장 상황은 어떻습니까?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네. 오늘 오전 11시쯤부터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현장 합동 감식을 진행을 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아직은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고 해요, 당분간 제2경인고속도로 해당 구간은 통제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경찰은 우선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고 수사본부를 꾸리고, 불이 처음 시작된 5톤 폐기물 운반용 집게 차 운전자 A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을 했습니다. A 씨는 차량 조수석에서 갑자기 '펑'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불이 시작됐다. 이렇게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경찰은 화물차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에어 호스'가 터진 것으로 추정하고, 화재와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사망자 5명이 모두 집게 차의 반대편 방향인 안양 방향 차선에서 발견된 이유를 포함해서 이번 화재 사고의 피해가 커진 경위 또한 함께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방음 터널에 붙은 아크릴 패널들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소재가 어떤 소재입니까?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네,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 터널에는 흔히 아크릴이라고 불리는 폴리메타크릴산메틸, 이름이 조금 어렵죠. PMMA라고 줄여서 부르는데 이 소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PMMA는 PET보다 강도가 3배 정도 높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굉장히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고요. 하지만 빛 투과율은 유리와 비슷한 93%로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햇빛을 잘 투과하기 때문에 유리를 대신해서 투명 방음판에 많이 설치됐다고 합니다. PMMA와 함께 투명 방음판에 최근에는 폴리카보네이트라는 PC라는 소재도 많이 쓰고 있고요. 접합유리도 동시에 많이 쓰고 있는데요. 하지만 PMMA가 가격도 저렴하고, 강도도 높은 데다 투과율도 높기 때문에 소재로서의 강점이 굉장히 큰데 문제는 인화점이 280도 내외로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불만 안 나면 방음판에 쓰기에는 딱 좋은 소재라는 건데 말씀하신 거처럼 인화점이 280도 내외면 불에 약하다라는 거잖아요?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한국도로공사에서 방음 터널 소재로 많이 쓰이는 재료들을 대상으로 화재실험을 진행을 해봤습니다.
PMMA와 폴리카보네이트 그리고 접합 유리 등 방음 터널에 쓰이는 소재를 불에 붙여서 얼마나 잘 붙는지 실험을 해본 거거든요. 인화점이 낮은 PMMA는 280℃ 정도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실제로 6분 만에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고 하고요. 폴리카보네이트의 경우는 450℃에 불이 붙어서 불에 타오르는 걸 알 수 있었고요, 용융점이 650℃인 유리는 끝까지 불이 붙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화재가 일어나면 승용차 한 대가 터널에서 화재가 일어나면 터널 온도가 500도 올라가고 이번 사고나 대형 버스 같은 것들이 화재가 나면 터널에서 화재가 나면 터널 온도가 800도~1,000도까지 올라간다고 해요. 그러니까 실제로 방음 터널 소재로 쓰이는 어떠한 소재들도 결국 불이 나면 조금 녹기는 하는데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녹느냐의 문제인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 사고 영상을 보니까 불붙은 천장 조각들이 마치 우박 떨어지듯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던데요?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맞습니다. 저도 그 영상을 보고 많이 놀랬었거든요. 그런데 방음 터널이라는 자체가 막혀있는 거잖아요. 투명 방음판은 특히 개방감을 높이기 위해서 지붕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천장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수평으로 방음판을 세우고 밑에서 불을 붙인 화재 실험 또한 진행을 해봤다고 해요. 그 결과, PMMA는 이번 사고 현장 영상처럼 불이 붙은 뒤 재료가 불티 형태로 떨어졌다고 하고요, 떨어진 뒤에도 불이 꺼지지 않아서 2차 화재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폴리카보네이트의 경우 화염이 직접 닿는 부분에 구멍이 잠시 생기다가 얇은 막 형태로 흘러내렸고요. 접합 유리의 경우 접착제에만 불이 붙었을 뿐 유리 자체는 큰 손상이 없고, 실험 후에 유리가 식는 과정에서 깨짐 현상만 일어났다고 합니다.
[앵커]
불타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녹아서 겔 형태로 떨어진 다음에 불이 또 나니까 피해가 더 커졌다. 이렇게 볼 수 있을 텐데요. 앞으로 정부는 대책은 뭡니까?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우선적으로 국토교통부가 전국에 있는 방음 터널 55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습니다. 또 화재에 취약한 소재를 쓰려고 하고 있는 방음 터널 공사는 전면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음 터널의 안전성은 이미 감사원이 지난해 한차례 지적한 바 있다고 합니다. 방음 터널의 방음판이 가연성 재질일 경우 화염에 취약하다라는 지적사항을 국토부에 보낸 건데요. 국토부는 이를 받아들여서 올해 7월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미 쓰이고 있는 PMMA 소재 방음 터널은 어떻게 하냐 물었더니 전면 교체하거나 부분적으로 내화성 도료나 방화 보드로 보강하는 계획도 밝혔고요. 터널 상부가 열리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화재 대피와 구조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조치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금까지 문제 해결이 미뤄진 데 대해 정부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이렇게 밝히면서 "공사 시 들어가는 비용만 따질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생기는 피해에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공사 비용에 대한 개념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강조했다고 합니다.
[앵커]
원희룡 장관의 마지막 말이 공감이 되는 거 같은데요. 사고 수습과 원인조사는 물론, 방음 터널에 대한 소재 조사와 교체가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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