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집중, 분석하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소식을 알아볼까요?
[기자]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1년에 100번이 넘는 로켓이 발사되고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텐데요. 그런데 뉴 스페이스 시대에 놓치지 말아야 할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로켓을 한 번 쏠 때마다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그나마 다행인 건 우주개발 기업들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겁니다. 로켓에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업체도 늘고 있고, 엔진이 필요 없는 발사대를 개발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사실 그동안 개발 성과나 탐사성과에 가려져서 이런 로켓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처 생각을 해보지 못한 것 같은데요. 로켓이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은 얼마나 많길래 이런 문제가 떠오른 건가요?
[기자]
로켓 한번 발사에 상상 이상의 오염물질이 배출됩니다. 지구 중력을 거슬러 우주로 나가려면 엄청난 양의 연료를 태워야 하니 사실 그만큼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건 당연할 텐데요.
현재 대부분 로켓은 케로신 그러니까 등유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먼지 등의 오염물질이 배출되는데요. 2021년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대 연구진은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로켓을 한 번 발사할 때 이산화탄소가 200~300톤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키프로스 니코시아대 연구진은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팰컨9이 한 번 발사할 때 이산화탄소를 336톤 배출한다는 조사결과를 국제학술지 '유체물리학'에 발표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336톤 배출하는 건 자동차로 지구 70바퀴를 돌 때 배출되는 양과 같은 수준인데요.
연구진은 또, 팰컨9 로켓은 발사 후 고도가 올라갈수록 이산화탄소 배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조사했습니다. 대기 밀도가 높은 고도 10km까지는 로켓이 1km 상승할 때 로켓 주변 1㎦(세제곱킬로미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7%씩 증가했습니다. 대기밀도가 그보다 낮은 중간권에서는 고도가 1km씩 상승할 때 이산화탄소 농도가 26배로 늘어났는데요. 고도가 높아질수록 지구를 탈출하기 위한 로켓 속도가 더 빨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양은 급격히 늘어난 겁니다.
질소산화물 배출도 문제입니다. 팰컨9는 발사 후 1분여 동안 질소산화물 1톤을 쏟아냈는데, 이는 자동차 천4백 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같습니다. 로켓 배기가스인 질소산화물은 1,200도에 이르는 엔진 불꽃에 가열돼 대기 중으로 나오는데요. 뜨거워진 질소산화물은 구름과 섞여 산성비를 내리게 하고, 지상에서는 미세먼지와 결합해 오존을 만들어 오존층 파괴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앵커]
비유해주신 예시를 들어보니깐 정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것 같은데요. 사실 로켓 발사가 횟수가 굉장히 적잖아요, 자동차나 비행기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데 그럼 에도 대기에 미치는 영향이 클까요?
[기자]
방금 말한 대로 전문가들 역시 현재 전 세계 로켓 발사 횟수로는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로켓 발사가 많이 늘긴 했지만, 연간 100회 정도인데, 전 세계 항공기 운항 횟수는 하루 평균 10만 회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죠.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로켓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년 5.6%씩 늘고 있고요. 게다가 우주관광 등 민간 우주시장도 연간 1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로켓 발사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리경제대학의 '2022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우주여행을 한 번 하면 약 10억 명이 평생 배출하는 양에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 미국 해양대기청이 지난 6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40년 우주로켓 발사 횟수가 지금보다 10배 늘어날 경우 연간 대기에 축적되는 대기오염물질은 현재 천 톤에서 만 톤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성층권 온도는 최대 1.5도 오르고, 제트기류 속도는 최대 초당 5m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대부분의 로켓 발사가 열대 지역에서 일어나는 만큼 이 지역의 기상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열대성 폭풍 경로까지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앵커]
미래를 생각한다면 로켓 발사로 인한 대기오염 물질 배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해결책은 없을까요?
[기자]
해결책도 물론 있습니다. 기름 대신 전기 충전을 하는 자동차처럼 로켓 연료 역시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것으로 바꾸는 건데요. 우선 등유 대신 액체 수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액체 수소를 사용하면 탄소 배출이 없기 때문인데요. NASA의 SLS 로켓과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이 액체 수소를 사용하는데, 문제는 폭발 가능성 크고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케로신 대신 메탄을 연료로 쓰는 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메탄을 연료로 쓰면 그을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는데요. 화성탐사용 로켓이자 차세대 발사체 '스타십'에 이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연료 발사체 개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로켓 업체는 바이오디젤 부산물인 바이오프로판을 연료로 쓰는 로켓 '프라임'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영국 액시터대와 공동연구 결과, 비슷한 크기의 화석연료 로켓보다 탄소 배출량을 최대 86% 줄일 것이라는 예측값이 나왔습니다.
미국 우주 분야 스타트업은 농업폐기물로 만든 바이오 연료를 사용한 친환경 로켓 '스타더스트' 개발했는데요. 이 기업은 지난해 시험 발사에 성공해 '친환경 연료를 사용한 세계 첫 상용 발사 성공'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더스트 로켓은 바이오 연료를 사용해 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로켓 자체가 작고 가벼워 비용 또한 저렴한 특징을 가졌는데요. 이 기업은 1~2개의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우주 우버'를 목표로 현재는 지구 저궤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개량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앵커]
친환경 연료 사용 이외에 다른 로켓 발사 방법도 있다고요?
[기자]
네, 지상에서 발사를 할 때 연료를 아예 태우지 않고 로켓을 발사하는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마치 해머던지기처럼 원심력을 이용해 최대 시속 8천km로 로켓을 던지는 방식인데요. 진공상태인 대형 가속기에 발사체를 넣고 빠른 회전을 통해 로켓을 상공으로 던지는 기술입니다.
지난해 11월 첫 발사 시험에 성공한 이후, 올해 9월 27일 10번째 발사 시험까지 모두 성공했습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지구 중력을 이기는 데 필요한 1단 로켓 엔진과 그때 사용하는 엄청난 양의 연료가 필요 없기 때문에 연료 사용량은 4분의 1로, 발사비용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다만 가속기를 회전시킬 때 발생하는 중력가속도가 1만G에 달하는데요. 우리가 비행기나 롤러코스터를 딸 때 느끼는 중력가속도가 1.2~1.7G 정도이고요. 전투기 조종사들이 훈련 때 9G에서 30초간 버티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일반인의 경우는 3~4G의 중력가속도에도 바로 기절한다고 하니 가속기 방식의 로켓 발사는 유인발사는 불가능하고요. 인공위성이나 화물 발사용 무인 로켓 발사에만 사용할 전망입니다. 이 기업은 2026년까지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 천km 높이에 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앵커]
모든 과학 분야는 기술이 지속 가능해야 더 발전 할 수 있는 거니깐, 친환경 로켓이 얼른 상용화가 되기를 기대 하겠습니다. 사이언스 취재파일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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