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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사람 개입 없이 스스로 물체조립… AI 기반 로봇 개발

2023년 06월 08일 17시 03분
■ 배지훈 / 한국생산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부문 박사

[앵커]
로봇이 사람처럼 설명서를 보고 스스로 물체를 파악해 조립하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는데요. 바로 AI 기반의 로봇으로 AI를 학습시켜 나타낸 결과라고 합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사람의 손기술처럼 물체를 조립하는 'AI 기반 로봇'에 대해서 소개하고, 원리와 상용화 기대까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AI 로봇연구부문 배지훈 박사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지금 저희가 소개하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신기한 기술인데요, 개발하신 'AI 기반 물체 조립 기술'이 어떤 기술인지 간략하게 소개를 해주실까요?

[인터뷰]
현재 로봇 기술의 수준은 스위치를 조립하여 켜고 끄거나 로봇이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로봇의 동작은 개발자가 동작 하나하나를 프로그램한 것인데요. 실제로 사람의 지능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짜놓은 순서대로 동작할 뿐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여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개발된 AI 기반 로봇 물체 조립 기술은 기존 로봇제어 기술에 AI를 적용하여 사람이 프로그램했던 부분을 AI가 대신하기 때문에 사람의 개입 없이도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여 물체를 조립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앵커]
듣기만해도 신기한 기술인데요, 제공된 설명서를 따라 가구를 조립할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설명 도안을 어떻게 인식하는 건가요?

[인터뷰]
2021년도에 3월에 과기부와 산업부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물품조립 AI-로봇 챌린지라는 대회가 있었는데요. 이 대회는 조립식 의자의 조립설명서를 AI가 읽고 이해하고 로봇이 빠르고 정확하게 조립하는 대회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조립식 가구를 사면 사람을 위한 종이로 된 조립설명서가 들어 있는데요. 이 종이로 된 조립설명서는 컴퓨터가 바로 읽어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조립설명서를 파일로 변환해서 컴퓨터에 주면 AI가 파일로 된 조립설명서를 읽어 들여서 조립설명서를 이해하고 로봇이 해야 할 작업을 생성합니다. 그리고, 이 AI에 의해 생성된 작업순서에 따라 로봇들이 부품을 인식하고 집어 의자를 조립합니다. 이 대회에는 총 4개의 팀이 참가했는데요, 저희 팀이 최종 조립시간 37분으로 우승하였습니다.

[앵커]
37분이면 사실 손재주가 없는 분들보다 더 빠른시간이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만약에 바닥 여기저기에 물체가 널브러져 있다고 가정해 본다면, 이것들을 하나씩 주워서 조립을 할 수 있다 이런 말인가요?

[인터뷰]
물론 가능합니다. 방금 전에 말씀드린 가구조립 챌린지에서는 조립 테이블 위에 고정된 카메라가 물건들의 상황을 스캔해서 그 결과를 로봇에게 전달하고, 로봇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볼트와 나무못, 연결부품 등을 인식해서 필요한 물체를 하나씩 집어내어 의자 조립을 수행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조립기술에는 로봇의 손목 부분에 카메라를 장착한 '핸드 아이 카메라' 방식으로 로봇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서 보고 싶은 곳을 보거나 원하는 부분을 더 가까이에서 자세하게 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복잡하게 쌓여 있거나 무작위로 널브러져 있어도 원하는 부품을 잘 잡아 조립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앵커]
한마디로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물체를 찾고 집어서 필요한 조립을 행한다는 것인데, 어떤 원리로 가능한가요?

[인터뷰]
먼저 손목에 붙어있는 카메라를 이용해서 테이블 위에 제멋대로 놓여 있는 물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위치가 어디인지를 인식하고 놓여진 물체를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조립할 수 있는 순서와 방식을 AI가 생성해 냅니다. 이렇게 생성된 조립 순서와 방식을 로봇이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하여 물체를 조립하게 되는데요.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AI가 학습할 때 조립을 빠르고 간단하게 하는 순서를 생성해 내면 보상을 해주고 어려운 동작이나 조립을 하다가 실수할 가능성이 있는 순서를 생성해 내면 불이익을 줍니다. 이러한 원리로 AI는 빠르면서도 안전한 조립방식을 고민하고 선정하여 로봇에게 알려줍니다.

[앵커]
마치 동물을 훈련시키는 것 같은데 지금 말씀해주신 기술이 물체를 찾아서 조립한다는 특징 이외에도 물체의 소재에 따라 물건을 집는 방식도 다르다고 하는데요, 그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게 되나요?

[인터뷰]
저희가 이 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제일 먼저 했던 것이 물체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것인데요. 물체의 형태와 물체의 특성에 따라서 어떻게 잡는 것이 가장 좋은지, 힘은 얼마나 세게 해서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을 판단하는 AI를 개발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끄러운 물체라던가 부서지기 쉬운 물체에 적합한 잡는 방법과 잡는 힘이 있고, 그러한 요소들을 결정해 주는 AI입니다. 이 AI는 사람들이 실제로 물체를 잡는 동작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학습했기 때문에 사람의 잡는 방법과 매우 유사하게 달걀이나 종이컵과 같이 부서지기 쉬운 물체는 약한 힘으로 살짝 잡고 단단하면서 무거운 물체는 손 전체로 꽉 쥐는 등의 물체 특성에 따라 적합한 잡는 방식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앵커]
물건을 찾고 조립도 하는 AI라면 이런 기능 이외에 다른 기능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능한 게 있을까요?

[인터뷰]
현재는 알고 있는 두 물체를 조립하고 있는데요. 이 기술을 더 응용하면 휴대폰같은 전자제품의 조립과 자동차 조립라인과 같이 다양한 부품들을 취급해야 하는 제조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사람이 하고 있는 진공청소기 돌리기, 식기 세척기에 접시나 컵 집어넣기, 세탁기에 빨래 집어넣기 등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영상을 통해서도 봤습니다만 상당한 완성도 인 것 같은데, 스스로 작업하는 AI 기반의 물체 조립기술은 세계 최초인가요?

[인터뷰]
물체조작과 조립에 관련된 AI 연구는 실제로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수준이고 저희처럼 실제 로봇에 AI를 적용하여 물체를 잡고 조작하여 조립하는 것은 세계 최초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사람 대신 무언가를 만들고 조립하는 기계는 무수히 많은데요. AI기반 로봇기술이 차별성과 우수성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인터뷰]
무엇보다도 다양성과 확장성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대부분의 기계는 특정 작업에 특화되어 한 가지 일에는 특별히 잘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개발한 기술은 여러 가지 작업에 적용할 수가 있고 또 다른 작업을 학습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더 늘어날 수 있다는 확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상용화되면 어디에 쓰일 수 있나요?

[인터뷰]
자동차의 계기판이나 의자 같은 부분을 조립하거나 휴대폰, TV,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을 조립하는 제조환경에서 사용 가능 하고요, 또한, 최근 코로나 유행 이후 중요해진 음식 배달과 택배 배송 등의 물류 환경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가장 기대되는 것은 가정에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설거지, 빨래, 청소와 같은 가사서비스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앵커]
하루 빨리 적용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상용화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인터뷰]
개발된 기술 중에서 특히, 물체를 잡고 조작하는 기술이 포함된 로봇 핸드와 그리퍼가 국내 기업에 이미 기술이전이 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특히, 로봇 핸드의 경우에는 연구목적으로 전 세계 연구기관, 대학,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에 약 200대 정도가 판매되었고 현재 연구개발용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기술이전을 마친 그리퍼의 경우에는 연구목적뿐만 아니라 실제 제조환경에서도 시험 적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도 너무나 신기한데요.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한국 생산기술 연구원 배지훈 박사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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