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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인공지능 소방관…화재 감지·식별·진화 가능

2023년 02월 09일 17시 12분
■ 정정훈 / 한국기계연구원 박사

[앵커]
화재가 일어났을 때는 초동대응이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교통 상황, 건물 구조 문제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화재 초기에 신속하게 진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화재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해 진압할 수 있는 자율형 초동진압용 소화체계 개발과 관련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계시스템안전연구본부 시스템다이나믹스연구실의
정정훈 박사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화재 발생 초기에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해야 하죠. 이런 걸 우리가 '골든타임'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것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율형 초동진압용 소화체계라는 걸 개발하셨다고 하는데. 어떤 기술인지 직접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자율형 초동진압용 소화체계는 기존 소화설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소화체계로서 일반인들에게는 ‘인공지능 소방관’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본 소화체계는 화재 발생 초기, 화재가 소규모인 상태에서 자율적으로 화원에 소화수를 조준 분사하여 진압함으로써, 골든타임(golden time) 내에 화재 확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주변 장비, 설비 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화재진압을 위해 함정, 건물 등에 설치된 기존의 소화전,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는 화재 감지 시 공간 전체에 소화수를 분사하는 형태입니다. 특히, 화재 허위경보(false alarm)가 발생할 경우 해당 공간에 불필요한 소화수가 분사되면 피해가 크므로 자동 또는 반자동 작동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통상 수동으로 작동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저희가 개발한 소화체계는 다양한 화재 및 비화재 상황에 대한 기계학습을 통해 실제 화재에 대해서만 작동하고, 화재의 정확한 위치도 파악합니다. 이를 통해 공간 전체에 소화수를 분사하는 것이 아니라 소방관이 불을 끄는 것처럼 화원에 소화수를 직접 조준 분사하여 진압하는 점이 기존 소화설비와 대비됩니다.

자율형 소화체계는 화재탐지를 위한 색기반의 RGB(Red, Green, Blue) 센서, 적외선 센서 및 자외선 센서로 구성된 복합센서, 소화수 분사를 위한 소화 모니터,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화재 진위여부 판단과 화재위치 추정 및 소화 모니터 제어를 위한 분석 및 제어장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화재 초기에 화원에 자동으로 조준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굉장히 효과적일 거 같습니다. 실제로 불을 끄는 건 어떤 소화제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요?

[인터뷰]
저희 소화체계는 목재화재와 같은 A급의 일반화재 진압을 위한 물과 유류화재와 같은 B급의 화재 진압을 위한 폼(foam)의 두 가지 소화재를 분사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습니다. 물의 경우에는 청수 뿐만 아니라, 함정에서는 해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해수에 대한 내구성을 가지도록 스테인리스강인 SUS 316L 재질로 제작하였습니다.

소화재로 청수를 사용하는 경우 최대압력조건인 12bar에서 1분간 연속 구동하였을 때 최대유량은 분당 2,510리터, 도달거리는 65.6m이고, 함정에서와같이 3% 수성막 형성 폼(Aqueous film forming foam)을 6bar의 압력조건에서 청수와 혼합하여 1분간 연속 구동하였을 때 도달거리가 35m임을 각각 시험을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실제 화재 진압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대표적인 예로서 목재화재를 구현하고 청수를 사용하여 진압하는 시험도 수행하였습니다. 이때의 압력조건은 함정 내의 소화주관 압력조건과 같은 6bar로 설정하였고, 화재위치는 약 18m 정도 떨어졌으며, 이 경우 5초 정도에 화재탐지 진위여부 판단과 실제 화재 위치를 추정하고, 20초 이내에 화재를 성공적으로 진압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앵커]
화원뿐만 아니라 시설의 내구성까지 아주 세심하게 고민해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일단 화재가 발생한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과정인데, 어떻게 화재를 인지하게 되나요?

[인터뷰]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개발한 복합센서 한 세트는 한 개의 색 기반의 RGB 센서, 두 개의 적외선 센서, 그리고 한 개의 자외선 센서로 구성됩니다. 이 센서들 각각이 1초마다 취득하는 데이터들을 분석 및 제어 장치에 송부 하면 본 제어장치에 탑재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화재 진위여부를 판단하고, 화재라고 판단한 순간 데이터의 추가 처리를 통한 화재 위치 추정 및 소화모니터 조준, 소화수 분사를 위한 유량밸브 개방 등 일련의 과정이 진행됩니다.

화재 진위여부 판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상호보완적인 기계학습 즉, 앙상블 학습을 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 화재위치는 RGB 센서에서 취득한 데이터들을 이용한 욜로(YOLO) 기반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사용합니다.

화재가 진압되는 과정 중에도 복합센서는 계속 해당 구역을 감시하며, 화재진압이 완료될 때까지 소화수를 분사합니다. 화재진압이 완료되어 ‘비화재’라고 판단될 경우 유량밸브가 닫혀 소화수 분사가 중단되고, 시스템은 다시 초기 상태로 복귀하게 됩니다.

[앵커]
조금 전 욜로(YOLO) 기반의 알고리즘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욜로'면 사실 '지금을 즐겨라'라는 의미로 알고 있는데 지금 여기서 말하는 욜로 알고리즘은 뭔가요?

[인터뷰]
욜로는 'You Only Look Once'의 약어로서 이미지 전체를 한 번만 보고도 어떤 물체가 있고 그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객체탐지 기법이라고 간단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이 이야기를 계속 나눠보니까 이 시스템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인 게 정확도가 아닌가 싶은데요. 얼마나 정확할까요?

[인터뷰]
정확하다는 의미로 저희는 복합센서의 화재 감지 정확도 즉, 화재인 경우 화재로 비 화재인 경우 비 화재로 판단하는 능력, 실제 화재 위치의 추정 정확도와 소화수를 분사하는 소화 모니터의 조준 정확도로 구분하고 시험을 통해 개발된 소화체계를 검증하였습니다.

먼저 복합센서의 화재감지 정확도 검증을 위해 25m 거리에서 가스버너를 이용하여 26.5kW 규모의 불을 반복적으로 켰다 껐다 하면서 화재/비 화재 판단을 정확히 하는지 시험하였습니다.

또한, 기존 센서들이 비 화재지만 화재로 오인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즉, 전기 히터, 화염이 프린팅된 옷, 담뱃불, 커피포트, 라이터, 화재 영상, 성냥불, 인두, LED 조명, 촛불 등에 대해서도 저희 소화체계가 ‘비화재’라고 판단하는지 시험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당초에 목표했던 98%를 넘어 100%라는 화재감지 정확도 결과를 얻었습니다.

화원의 위치 추정 정확도 검증을 위해서 21.3×13.4×8.5 m 시험 공간을 12개로 등분하고 등분된 공간 바닥과 1.5m 높이에서 가스버너를 이용하여 26.5kW 규모의 불을 발생시키고 위치를 추정하고 실제 위치와 추정된 위치의 오차를 계산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위치 추정 오차가 1.9m 이내에 있음을 확인하였는데, 이는 미국 해군연구소에서 퇴역함 USS-SHADWELL의 격납고에서 실시한 동일한 시험에서 얻은 3.2m의 위치 추정 오차보다 훨씬 개선된 결과입니다.

끝으로, 소화 모니터의 조준 정확도 검증을 위해 소화 모니터에 레이저를 장착하고 24개 주어진 좌표에 조준 시험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모든 경우에 있어서 목표 오차 범위인 16cm 반경 내에 조준이 가능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앵커]
저는 설명을 들으면서 인공지능이 화재 여부를 판단한다고 하니까 혹시나 요리 중에 갑자기 물이 끼얹어지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불상사는 없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기존에는 이런 자율형 초동진압용 소화체계라는 게 없었나요?

[인터뷰]
아닙니다. 국내의 경우 원격 소화설비라는 유사한 시스템이 다수 개발되었지만, 자율형 기능이 부족하여 화재 탐지 이후에 사용자가 수동으로 개입하여 소화수를 조준하고 화재를 진압해야만 했었습니다. 국외의 경우 스웨덴 UNIFIRE사가 FlameRanger라는 자율형 기능을 탑재한 유사 시스템을 먼저 개발하여 상용화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화질의 IR 센서를 사용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소화체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오동작률과 위치 오차가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해군의 경우 최첨단 함정인 줌왈트급 구축함에 자동 소화체계가 적용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까지 파악하기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완전 자율형으로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체계는 저희가 개발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완전 자율형 초동진압용 소화체계,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군수 분야인 경우에는 각종 함정, 항공기 격납고, 탄약고 등에, 민수 분야에서는 물류창고, 대형공장, 터널, 지하주차장 등에 적용될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배터리 화재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데요, 군용 폐배터리 저장소나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소 등에도 사전 배치하여 화재를 초기진압함으로써 막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앵커]
터널과 주차장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또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죠. 최근 터널 화재가 있었고 부산 주차타워 화재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만약 자율형 초동진압용 소화체계가 있었다면, 화재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보십니까?

[인터뷰]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작은 규모의 화재라도 수 분 내에 대규모 화재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희가 개발한 자율형 소화체계의 개념은 대형 화재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만병통치약과 같은 소화설비는 없기 때문에 사용 장소와 조건에 맞는 자율형 소화체계를 지속적으로 확장, 개발해 간다면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대형 화재를 막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앵커]
그럼 마지막 질문으로 이 기술을 실제로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까?

[인터뷰]
저희 소화체계는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에서 시행한 ‘민·군겸용기술개발과제’로 ‘19년 6월부터 ’22년 6월까지 3년간 수행한 시험개발 과제로 개발되었으며 기술성숙도는 6 이기 때문에 상용화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실제 적용 환경에서의 성능 검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를 위해 저희는 최우선으로 함정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함정 화재의 주요 원인인 유류화재에 대한 추가 학습 및 성능 검증과 해상에서 운용되는 실제 함정에서의 소화수 전달 시험을 통해 상용화를 계속 추진할 계획입니다.

[앵커]
계속해서 말씀해주셨지만, 화재는 예고 없이 발생하는 만큼, 작은 불씨가 큰 불행이 되지 않도록 초동 진압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고 계신데요. 이번 소방 AI 기술이 초기 진압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계연 정정훈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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