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기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유럽에서는 겨울임에도 고온현상이 나타났고, 북미에서는 강력한 눈 폭풍과 혹한, 그리고 미국 서부지역으로는 최악의 대형홍수가 일어났습니다.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고온 현상과 대홍수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북반구의 겨울 중에 가장 추운 시기가 바로 12월부터 1월인데요. 그런데 유럽에서 여름 기온까지 오르는 이상고온현상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인터뷰]
미국기상청은 올해 1월 1일에 전 세계 새로운 1월 국가 기온 기록을 경신한 지역을 발표했습니다. 체코의 자보르니크가 19.6도, 폴란드의 코르비엘로우가 19도,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이 16.9도, 동유럽의 동쪽 국가인 벨라루스의 비소카예도 16.4도를 기록했는데요. 스위스의 경우 알프스 북쪽 지역 기온이 20도를 처음으로 넘는 등 벨라루스라든가 체코, 덴마크, 라트비아, 리히텐슈타인,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폴란드 등 8개 나라가 1월 1일에 가장 따뜻한 날씨 신기록을 세웠는데요. 겨울철 고온현상은 평년에 비해서 20℃ 이상 높은 기록입니다. 기상학자 막시밀라노 헤라는 "현재 고온현상은 유럽 기후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사건이다."라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는데요.
이렇게 고온현상이 발생하면서 알프스 지역으로 눈 대신 비가 내리면서 스키장들이 문을 닫았고요. 1월 7~8일간 스위스 아델보덴에서 열렸던 스키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인공눈을 이용해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온상승은 유럽의 에너지난을 완화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주었는데요. 가스수요가 줄어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작년 2월 이후 가스 가격이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에너지난 등 추위로 인해 큰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유럽은 한숨을 돌렸다고 하죠.
[앵커]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의 공격으로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이런 기온상승이 고온현상이 도움이 되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유럽에 발생한 이상고온현상의 원인이 뭘까요?
[인터뷰]
먼저 고온현상이 일어난 걸 기상기압계분석으로 말씀을 드려보겠는데요. 올해 1월 1일 유럽중기청의 ECMWF 모델 일기도를 보면 상단 좌중간인 영국과 노르웨이 중간인 북해로 강력한 저기압이 위치해 있고 좌측하단의 스페인 정도에 중심을 둔 따뜻한 고기압이 위치해 있었는데요.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불죠. 북서 아프리카의 뜨거운 기류가 남서풍으로 유럽으로 강하게 유입되고 있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기압배치로 인해 유럽지역의 고온현상이 발생했는데요. 여기에 대서양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2℃ 정도 높았던 것도 기온상승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이상고온의 원인이라고 보는 기후학자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기상학자 제프 마스터스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기상 패턴이 중단이 됐다. 어느 계절이든 이상기후 현상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이런 극단적인 겨울 폭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고요. 작년에 기록적인 폭염을 관측했던 영국기상청은 올여름이 작년보다 더 심각한 폭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하순부터 시작했던 유럽의 이상고온현상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올해 1월 11일 평년과의 기온 차이를 보여주는 일기도를 보면 아직도 유럽지역은 평년보다 5도에서 10도 이상 높은 고온을 보여주고 있죠.
[앵커]
역시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유럽이 이렇게 이상고온현상이 발생한 반면에 반대편에 있는 미국 서부지역에는 지금 대홍수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인터뷰]
1월 12일 CNN 보도를 보면은 "작년 12월 26일부터 올해까지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내린 극한 폭우로 18명이 사망하고 범람, 침수, 산사태 등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작년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1일까지 미 서부지역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지역은 400mm 이상의 호우를 기록했고요. 이후 4~5일 사이 또 8~9일 사이 연속으로 강력한 비구름대가 서부지역을 강타했습니다.
미국 국립기상 예측 센터는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의 일부가 10일에만 시간당 30mm 정도의 호우가 내리면서 3,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는 지역에 홍수 주의보가 내려졌다고 밝혔습니다. 산악지역으로는 60cm 이상의 폭설이 내렸고, 필모어와 산타바바라는 9시간 동안에 160mm 이상의 비가 내렸는데요. 미국 국립기상청은 "거의 모든 캘리포니아 지역이 지난 2주 동안 평균 강수량보다 4배에서 6배의 많은 비가 내렸다."고 밝혔지요. 그림처럼 미국립기상센터의 관측에 의하면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11일까지 서부해안과 시에라네바다산맥 지역으로는 최대 750mm 이상의 비나 눈이 내렸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엘레니 쿠날라키스는 "우리 주는 작년 4년 동안 가뭄을 겪어 왔는데, 이제는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폭풍우가 지난 2주 동안 6번이나 몰아쳤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항공구조를 했다."고 밝혔는데요. 강력한 돌풍, 산사태, 도로유실, 침수와 범람, 56만 가구가 넘는 대규모 정전이 벌어졌고, 저지대 주민들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습니다.
[앵커]
강수량 숫자로만 봐도 정말 굉장히 어마어마한데요. 이렇게 대홍수가 발생한 원인이 있을까요?
[인터뷰]
미 국립기상청이 사용하는 GFS 모델을 보시면 1월 5일 미국 서쪽 태평양에 959hPa의 폭탄사이클론이 위치해 있고요, 이 저기압으로부터 발생한 한랭전선이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요. 폭탄사이클론으로부터 또 다른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이 다시 만들어지면서 2~3일 간격으로 미 서부지역으로 계속 이동하면서 비나 눈을 내리고 있는 것이죠. 캘리포니아 주지사 말처럼 11일까지 벌써 6번의 강력한 한랭전선이 영향을 줬는데요.
그런데 미 서부지역에 발생한 대홍수에 대해서 미 국립기상청은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폭우는 '하늘 위에 흐르는 강'이라는 뜻의 대기천(Atmospheric river)'의 영향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대기천은 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형성돼 미국에 접근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서부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만나 상승하며 급격히 응결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1월 4일 침전성수증기를 보여주는 일기도를 보시면 알 수 있는데요. 침전성 수증기는 모든 수증기가 액체로 응축되었을 때 대기의 기둥에 있는 물의 양을 나타낸 수치입니다. 지도상의 짙은 녹색 지역은 열대 태평양에서 서해안을 향해서 흐르는 아주 좁은 습기 띠를 나타내고요, 바로 대기의 강이라고 부르는 대기천입니다. 과거엔 대기천이 별다른 피해를 일으키지 않았어요. 1861~1862년 발생했었던 캘리포니아 대홍수를 제외하면, 겨울철 강우는 건조한 기후의 샌프란시스코 여름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 역할을 했는데요. 지구온난화로 인해 강수량이 폭증하고 대기상층의 제트기류의 흐름이 사행하면서 이번처럼 '폭우 재앙'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앵커]
대기천이라는 개념은 센터장님께서 예전에 한 번 설명을 해주셨던 개념이긴 한데 이것도 기후변화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미국 서부의 대홍수가 현재 진행형이라고 들었거든요?
[인터뷰]
네, 미국국립기상청은 1월 12일 발표에서 앞으로 7일 동안 가장 많은 비가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서 예상된다. 최대 25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고요. 최소한 1월 19일까지는 4개의 대기천이 미 서부지역을 강타하면서 폭풍우가 이어질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누적된 비로 인해 강물수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라간 데다가 산악 쪽으로 내린 눈이 녹은 경우 홍수로 인한 침수피해가 더욱더 커질 수 있고 몇 년 동안 가물었던 날씨로 토양층이 취약해져 있기 때문에 호우로 인한 산사태 위험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는데요.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날씨가 어느 지역에서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는데요. 이젠 우리나라도 이런 극한 기상재난이 우리나라도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미리 잘 대비를 했으면 좋겠네요.
[앵커]
요즘 폭우, 가뭄, 폭설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제는 이상기후에 맞서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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