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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인] 기초연구 고사 직전인데, 전 정부 탓만 하는 과기정통부

2025년 06월 27일 16시 03분
■ 이덕환 / 서강대 명예교수

[앵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8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난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기초연구 과제 수가 크게 줄고 연구 생태계가 훼손됐다며 R&D 삭감의 여러 문제점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전 정부의 책임 탓만 하고, 정작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주무 부처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와 함께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14일 기초과학학회협의체 대표들이 국회에서 기초과학 연구생태계 복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연구실에서 연구해야 할 과학자들이 국회 앞으로 뛰어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덕 환 / 서강대 명예교수]
참 답답하죠. 한 2천여 명의 과학자들이 서명을 한 성명서였습니다. 시작은 재작년, 정확하게 2년 전 2023년 6월에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자들이 국가 연구개발비를 나눠 먹고 갈라 먹는다, 그래서 카르텔이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갑자기 연구개발 예산의 14.8%를 깎았습니다. 정확하게 14.8%를 깎았습니다. 4조 6천억을 깎았는데, 그것 때문에 연구계가 완전히 황폐화가 됐죠.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받은 게 기초과학 분야였습니다. 소규모 과제를 다양하게 나눠서 연구를 수행했었는데 이 작은 과제들이 나눠 먹고 갈라 먹는다는 카테고리 안에 갇혀버린 거죠. 그래서 작년에 지방대학, 신진 연구자들, 그리고 관심을 그렇게 많이 받지 못하는 소외 분야들이 굉장히 심각한 타격을 받았는데 올해도 그게 복원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 연구실에 있던 과학자들이 나섰고, 다음 주 월요일에는 국회에서 또 그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똑같은 내용으로.

[앵커]
아직 복원이 안 되고 있군요.

[이 덕 환 / 서강대 명예교수]
국민은 올해 연구개발비를 다시 30조 이상으로 크게 늘린 걸로 알고 계시는데, 작년에 깎았던 부분은 그냥 두고 글로벌 국제 협력이라고 하는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서 거기다가 잔뜩 투자를 했습니다. 그래서 기초과학 분야는 아직도 그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기초연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억 원 미만, 즉 3천~5천만 원 규모의 풀뿌리 연구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풀뿌리 연구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이 덕 환 / 서강대 명예교수]
국가 연구개발 사업은 사실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업입니다. 그 연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잘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소위 '수월성 연구 사업'이 있고요. 그다음에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 그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게 주 목적인 보편성 또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액 과제들로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 풀뿌리 연구는 그 후자에 해당하는 겁니다.

특히 이제 노무현 정부 때, 참여정부 때 황우석 사태를 기억하시죠? 이 황우석 사태는 우리나라가 수월성 연구 지원을 시작한 첫 사례였습니다. 그러면서 그 당시에 많지 않던 연구비가 수월성 쪽으로 몰려가니까 기초과학 쪽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죠. 그래서 참여정부 말기에 다시 만들기 시작한 게 '풀뿌리 기초 연구'라는 연구 사업이었습니다. 3천만 원 내지 5천만 원 정도의 소액 과제를 집중적으로 지역이나 신진 연구자나 소외 분야에다가 쏟아붓는. 그렇게 해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을 하다가 보니까 이제 또 수월성 쪽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거죠. 그래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갑자기 예고도 없이 풀뿌리 연구를 폐지해버리고 이제 수월성 연구 쪽으로 집중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풀뿌리 연구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어떻게 보십니까?

[이 덕 환 / 서강대 명예교수]
현재 상황은 아주 심각하고요. 지방대학의 연구실은 거의 다 문을 닫았다시피 했고, 수도권 지역의 연구실도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통계적으로는 21년도와 25년도의 풀뿌리 사업 쪽 과제 수를 비교하면 한 30%가 줄었습니다. 30%가 이제 서울 쪽에만 살아남고, 30%가 지방에서 다 죽었다는 얘기가 되겠죠.

[앵커]
과기정통부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실이나 기재부는 재정 적자 해소 차원에서 R&D 예산 삭감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 하더라도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기초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텐데, 제대로 된 설득과 대응책 마련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요?

[이 덕 환 / 서강대 명예교수]
엄청나게 부족했던 거죠.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을 떼도둑이라고 폄하를 해 놓고, 떼도둑이 돼버린 과학자들에 대한 명예 회복 시도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게 가장 심각하죠. 그리고 과기부가 지금 연구비를 늘리는 노력은 둘째 치고 무너졌던 연구 생태계를 되살리는 노력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요. 이번 정부에 들어서 이제 좀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데요. 과기부가 좀 걱정스러운 거는 과기부가 언제나 그랬습니다. 본인들은 수월성 분야의 지원에 집중하고, 다양성 보편성을 지향하는 이 풀뿌리 연구는 교육부에 가서 해라 이런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더 이상 그 성립되지 않은 패러다임이고요. 과기부가 보편성과 다양성 그리고 수월성을 추구하는 두 축을 함께 가져가야 가져가도록 노력을 해야지 되고요.

과기부가 연구 현장을 좀 봐줬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대통령실로 전달해 주는 역할도 과기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렇게 좀 강조하고 싶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기초과학 정책이 정부에 따라서 이렇게 뒤바뀌게 된다면 현장에서는 연구의 연속성 차원에서 위협을 받을 것 같은데요.과학기술계 관료들의 특성상 '눈치 보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데,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 덕 환 / 서강대 명예교수]
과학기술 연구개발 정책이 일관성을 상실해 버린 게 가장 중요하죠. 아까 말씀드렸던 수월성과 다양성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그뿐만 아니라 거기다가 이제 분야별로 MB 정부 때는 녹색 성장, 그다음에는 창조경제. 이러면서 자꾸 정권마다 새로운 사업을 가지고 와서 연구자들을 몰아가고 있는 게 훨씬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번 정부도 이제 인공지능 문제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데, 인공지능 쓰나미가 닥쳐오는 거 아닌가 하고 걱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또 그런가 하면, 기초 연구와 관련해서 과기정통부가 새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달 20일에 발표한 게 있는데, 기초연구 질적 고도화를 위한 정책 방향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떤 점이 문제인 거죠?

[이 덕 환 / 서강대 명예교수]
참 묘해요. 국정기획위원회에 과기부가 보고한 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건데요. 재작년 카르텔 발언을 한 이후에 사실은 대통령실도 그렇고 과기부도 그렇고 카르텔의 정체에 대해서 아무 얘기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카르텔의 존재를 밝혀내지 못했었죠. 그런데 이번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하면서 처음으로 이 카르텔 발언을 핑계로 기초과학 분야에 아주 참혹하게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저는 그 부분을 굉장히 주목하고 있고요.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게 이제 기초 연구의 고도화인데, 이거는 좀 죄송한 얘기지만은 그렇게 의미가 있는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소액과제와 고액 과제의 균형을 적정하게 맞추겠다 하는 주장인데, 그건 당연한 얘기고 별로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큰 성과는 없고 방향이 좀 잘못됐다, 이렇게 보시는 것 같은데 말씀하신 대로 기초과학 연구를 수월성 등 단기 성과만 강조하면 장기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과기정통부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 안 하는 건지, 알고 있다면 왜 이런 정책을 추진한다고 보십니까?

[이 덕 환 / 서강대 명예교수]
이게 이제 관료주의죠. 관료주의는 속성이 본인들이 성과를 챙길 수 있는 사업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풀뿌리 기초 연구는 성과라는 게 뚜렷하지 않아요.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굉장히 많은 인재들이 육성돼서 다양한 분야로 흩어져 나가거든요. 그러니까 관료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강조할 만한, 자랑할 만한 성과가 보이지 않으니까 자꾸 옆으로 밀어내게 되는 거죠.

과기부가 사명감을 가지고. 이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게 수월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가의 경제와 국민 생활을 떠받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기술 개발, 그리고 연구 활동이 필요하다는 핵심적인 캐치프레이즈를 기억하고,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책무성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분위기가 좀 만들어져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과기정통부는 오는 9월쯤 과학기술 혁신전략을 발표할 예정인데요. 지금까지 상황을 봐선 기초연구 생태계 복원이 녹록하지는 않아 보입니다.그렇다면 끝으로 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 과기정통부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 덕 환 / 서강대 명예교수]
아까 말씀드린 대로 과기정통부가 연구 현장을 제대로 살펴보고, 연구 현장의 현실을 안타까운 현실을 대통령실이나 정부에 알려주는 역할에 더 치중해야 될 것이고요. 이제 8월 말로 연기한 건 사실은 우리나라의 현재 제도로는 6월 말까지 과기부가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예산을 국회에 제출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마련한 국가 연구개발 사업 예산이 새 정부가 원하는 분위기 및 방향과 전혀 맞지 않기 때문에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이것을 두 달 동안 손을 봐서 국회에 제출하는 마감을 8월 말로 연기해 줄 테니까 수정을 해 봐라. 이런 얘기였는데 2년 전에도 우리가 급하게 국가 연구개발 사업 예산을 손질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과기부가 지금부터 앞으로 두 달 동안 기초 연구를 되살리는 노력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지금까지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 덕 환 / 서강대 명예교수]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박기현 (risewis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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