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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보고서] 재앙처럼 다가오는 '치매'…예방과 치료법은 없을까?

2023년 12월 18일 16시 10분
■ 변민수 /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앵커]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 환자도 늘고 있는데요. 건강한 노년을 위협하는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정복하지는 못한 게 현실입니다. 오늘 '내 몸 보고서'에서는 치매의 종류와 원인, 자가진단법까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변민수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의학적으로 '치매'는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건가요?

[인터뷰]
네, 의학적으로 치매란 '이전에 비해서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저하되었을 때' 치매 상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치매로 진단할 때 중요한 부분은 원래 본인의 기능과 비교했을 때 '저하'가 나타나는 점인데요, 예를 들어서 원래부터도 건망증이 심하던 분이 나이가 들어서도 건망증이 있긴 한데 이전과 비교해서 차이가 없다면 치매 진단 조건을 만족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원래는 기억력도 좋으시고 계산도 잘하시고 방향도 잘 찾으시던 분이, 이전에 비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못하시게 되면 현재 '치매 상태'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치매 하면 알츠하이머도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알츠하이머와 치매는 같은 개념인가요?

[인터뷰]
네, 요즘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두 가지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어서 혼동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은 두 단어는 다른 개념입니다. 치매는 앞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인지기능이 '이전에 비해' 저하 되어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일단 치매라는 상태가 진단되면, 그다음에는 치매라는 상태에 이르게 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진단하게 되는데요, 이 치매 상태를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알츠하이머병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이상 단백질 축적으로 인해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퇴행성 뇌 질환의 일종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고, 대략 적으로 전체 원인 중 70% 내외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유발하는 다른 질병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알츠하이머 치매 이외에 다른 치매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
네, 치매 상태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은 개수로만 보자면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는 세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뇌의 이상 단백질 문제로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퇴행성 뇌 질환이 있습니다. 이 분류에는 앞서 말씀드린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파킨슨병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 측두엽 치매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두 번째로는 뇌경색이나 뇌출혈 발생 직후 인지기능이 손상되는 '혈관성 치매'와 같은 혈관성 원인이 있습니다. 한편 퇴행성도, 혈관성 원인이 아닌 경우에도 치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체적 질환으로 인해 전신상태가 안 좋거나, 뇌종양이나 수두증과 같이 뇌에 다른 이상 소견이 있거나, 또는 우울증이 심한 경우에도 치매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앵커]
치매 증상을 보이는 원인이 말씀하신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요. 그럼 이러한 치매 초기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인터뷰]
네,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대표로 말씀드리면, 초기에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한 건망증이 서서히 나타나 서서히 나빠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초기에는 치매 상태라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먼 과거에 있었던 일은 잘 기억하시기 때문에 치매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 날짜나 방향감각이 예전보다 떨어지거나, 사람 이름이나 물건 명칭이 바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거나, 복잡한 기계를 다루는 능력이 이전보다 서툴러지시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기분이 우울하다, 잠이 안 온다, 불안하다'와 같은 증상이 자주 동반되기도 합니다.

[앵커]
초기에 최근 있었던 일이 서서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게 가장 큰 증상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런데 치매 하면 대부분 노년기에 많이 나타나는 거로 저희가 알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도 많이 걸린다고요?

[인터뷰]
네, 치매는 통상적으로 우리가 노년기라고 일컫는 65세 이후에 많이 생기지만, 65세 이전에도 치매가 생길 수 있고, 실제로 4~50대인 치매 환자분들의 수가 꽤 있습니다. 이렇게 노년기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초로기 치매'라고 이야기합니다. 초로기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은 노년기와 유사하게 다양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알츠하이머병도 65세 이전에 조기에 발병하기도 합니다. 또, 주로 성격의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전 측두엽 치매의 경우에도 초로기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앵커]
지금 시청하시는 분들도 '나 요즘 기억 잘 안 나는 거 같은데'하고 불안하신 분들도 많이 계실 거 같은데요, 지금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 같은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
네, 보통은 본인의 자가보고보다는 같이 사는 가족과 같이 본인을 잘 아는 사람의 보고가 더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나를 잘 아는 사람이 검사를 받도록 권유한다면 병원 방문을 고려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화면에 보시는 건 주관적 기억감퇴 설문입니다.

[앵커]
지금 상당히 많은 기억감퇴 설문이 있는데 14가지, 잘 한번 보시고 가족이 혹시나 여기에 해당 되는 거 같다 싶으면 반드시 검사를 권하는 게 좋겠습니다.

[인터뷰]
지금 보여드린 설문지의 문항과 같이 스스로 느끼기에도 자신의 또래에 비해 기억력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 기억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 최근에 일어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등의 변화가 6개 이상으로 다수 있다면 미루지 마시고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치매 진단 검사를 고려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또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게 건망증이 있으면 치매가 되는 건가 이런 걱정도 많이 하시잖아요? 이게 건망증과 치매가 어떻게 다른 건가요?

[인터뷰]
치매가 막 시작되는 초기와 건망증을 구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치매가 아닌 건망증의 경우에는 일시적으로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거나, 힌트를 드리면 금방 생각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중요한 일은 비교적 잘 기억하고 시간이 지나더라도 더 심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치매에서는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 자체 또는 경험 자체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일이 흔하게 나타나고, 힌트를 드리더라도 아예 기억을 못 해내는 경우가 잦습니다.

따라서 4~50대에 나타나는 건망증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특징들을 보이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빈도가 늘고 심각해진다면 병원을 방문하시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또한, 단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과 의학적인 치매 진단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다른 개념입니다.

[앵커]
치매 환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번 진단이 되면 완치가 없다 이런 말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진단 시점보다 경과가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을까요?

[인터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치매 상태를 일으킨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경과가 달라집니다. 내과적 치료나 수술을 통해 호전될 수 있는 원인이라면 원인교정을 통해 원래 상태로 회복되기도 하기 때문에 치매가 의심되면 빨리 병원에 내원하여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통상적으로는 뇌졸중 직후 인지기능이 급격히 나빠졌다가 다시 회복되기도 하고, 또는 혈관성 치매 그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아서 이 경우에는 뇌졸중이 재발하지 않도록 항혈전제 투약 등 뇌졸중 치료에 준해서 치료를 잘 받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다만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경우에는 아직 까지는 병 진행 자체를 완전히 막거나 원래 대로 회복시키는 치료법이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치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나이가 듦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가 좀 더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뇌의 이상 단백질 자체를 없애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현재 처방 가능한 인지기능 개선제를 꾸준히 드시면서 운동과 같은 신체활동과 인지 활동 등의 활동을 병행하시고 신체적 건강이 잘 유지되시는 경우, 나이가 듦에 따른 진행속도를 보다, 완만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최근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뇌 이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의 축적을 없애는 항체 치료제가 개발되어서 최근 미국 식약처에서 승인받은 바 있습니다. 향후 이 약제가 치료 현장에 도입된다면 이전에 비해서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앵커]
퇴행성 뇌 질환 같은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아직 까지는 뚜렷한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양한 원인이 있으니까 치료가 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빨리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마지막으로 치매 예방법에 대해서 짚어주시죠.

[인터뷰]
치매 예방의 기본은 운동 등의 신체활동과 영양섭취를 통해 평소 신체적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입니다. 특히 중년기의 고혈압, 당뇨 등 혈관성 위험요인들은 단순히 혈관성 치매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성 치매에서도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중년기부터 미리 예방,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우울증도 만성적으로 방치할 경우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울증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잘 유지하고 정기적인 의학적 검사를 받는 것이 치매에 대한 기본적인 예방법이 되겠습니다.

[앵커]
한 설문조사를 보니까 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이 암도 아니고 바로 '치매'라고 하더라고요. 치매 원인이 굉장히 다양하니깐요,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식이요법도 잘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고, 말씀처럼 정기적인 검진도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변민수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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