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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난 위기관리에 대한 가치와 철학 없어”



지난달 16일 전남 진도 해역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일으킨 세월호 사고는 배의 수명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고 화물을 더 적재하기 위해 평행수를 버려가면서 까지 운항한 결과였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내 최고령 핵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또한 정부는 매년 홍수를 막겠다고 댐을 짓고 있지만 홍수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기업은 안전을 외치지만 화학물질 누출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세월호 참사와 불안한 나라’를 주제로 환경안전사고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환경재난의 실상을 분석하고 예방책을 논의했다.

“지제체도 재난관리 대응 체계 공고히 해야”


▲ 충북대 이재은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지자체의 재난관리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기조발제에 나선 충북대 행정학과 이재은 교수는 ‘재난천국 대한민국,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는 위기관리에 대한 가치와 철학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재난관리 보직은 ‘빨리 떠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여길 만큼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자리”라며 “또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고대책본부 등의 조직이 많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주관기관인지 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력을 기울여도 자연·인적 재난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역할만 강조하기 보다는 지제체도 재난관리 대응 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운영위원장은 ‘수명 다한 노후 원전 안전한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고리원전 1호기는 설계수명이 다했지만 지난 2007년 수명을 연장해 37년째 가동하고 있다”며 “이 원전은 원자로 기재불량과 배관·전선·금속설비 등이 노후화 됐다”고 주장했다.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 4월 29일 가동된 국내 최초의 원전으로 설계수명은 30년이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다시 수명을 10년 연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편법을 써 논란이 됐었다.

김혜정 위원장은 “고리원전 1호기의 경우 안전성평가보고서도 공개하지 않고 밀실에서 안전성 평가가 진행됐으며 기존의 원자력법을 개정해서 수명연장의 근거를 마련했다”며 “고리원전은 70년대의 기술수준으로 현재 스테인리스 파이프와 설비의 균열, 강철 파이프의 두께 감소 등 구조물이 약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고리원전의 위험성 후쿠시마 원전 못지 않아”


▲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운영위원장은 노후 원전의 폐쇄가 ‘최선의 안전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박선주 기자

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사고 한 달 전에 수명연장을 한 원전에서 가장 먼저 폭발사고가 났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은 노후원전 8기를 즉각 중단시키고 폐쇄했다. 그는 “고장이 잦은 노후 원전은 사고확률이 높다. 또 원전은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을 초래하는 만큼 노후 원전의 폐쇄가 최선의 안전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리원전 1호기는 아직 큰 사고는 안 났지만, 우리나라 전체 원전 고장사고의 20%를 차지한다. 고리원전의 위험성은 후쿠시마 원전 못지 않다”고 덧붙였다.

원전은 1기에 부품이 250만개나 들어간다. 때문에 시스템의 복잡성으로 인해 발생한 작은 장애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큰 사고로 연결된다. 안전장치와 경고장치가 이중 삼중으로 설치된 상태에서도 작은 고장들에 의해 설계자도 예측하지 못한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원전사고의 알려지지 않은 위험에는 대비할 방법도 없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에 의해 원자로 전기계통이 작동되지 않았고 비상용 전기공급마저 중단돼 전원이 끊긴 나머지 중대사고관리대책이 가동되지 않은 채 사고로 연결됐다.

그는 “원전사고에 대한 복구는 영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복구와 관련해 흙의 표층을 제거하는 제염대책도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리원전 사고 나면 85만명 사망 추정”

그는 “‘대기화확과 물리’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리원전이 체르노빌과 같은 세슘에 오염될 확률은 50년에 한번 꼴로 계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원전가동 이후 670건 이상의 고장 및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고리원전 1호기의 전원상실사고 2차례와 같은 주요 원전사고가 은폐되는 등 끝없는 원전비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수원은 사장에서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시험성적서 위조와 가짜 부품 납품, 대규모 금품 로비, 인사청탁 등의 비리가 드러났다.

그는 “일본의 원전은 규모 7.2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규모 6.5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며 “고리원전에 사고가 날 경우 반경 30㎞에 약 340만명이 거주하는 것을 감안하면 85만명이 사망하고 628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봤듯 이윤과 풍요만을 추구하는 산업화는 위험 사회의 일상화를 낳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수문제 해결은 하천의 자연성 회복에서 출발해야”


▲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벌이는 제방 위주의 하천정비사업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선주 기자

이어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홍수 인재인가 자연재해인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자연재난 중 98% 이상은 홍수와 산사태 등 물과 관련이 있다”며 “자연재난의 피해 규모가 증가하는 이유는 강우강도 증가, 도로포장 등으로 인한 빗물의 유출량 및 유속 증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홍수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박 교수는 “홍수와 산사태는 자연재난이지만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비효율적 예산집행으로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사업을 위한 하천정비사업이 아닌 실질적으로 홍수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이 넘쳐 흐리는 것을 막거나 물을 저장하기 위해 돌이나 콘크리트 등을 막아 쌓은 둑을 설치하지만 하천에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해 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하천을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하천바닥에 돌을 붙이거나 부직포를 사용하는 것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제방위주의 하천정비사업에서 벗어나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며 “정부의 하천정비사업이 비효율적인 만큼 불필요한 시공을 없애고 강의 물이 흐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자”고 역설했다.

“화학물질사고 인적 과실이 많아…기업 안전마인드 필수”


▲ 경기대 건설산업대학원 김영철 교수는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선주 기자

반복되는 화학안전사고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경기대 건설산업대학원 김영철 교수는 ‘화학물질 누출 및 폭발 사고’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2012년 9월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이후 정부와 기업은 안전을 외쳤지만 유해화학물질 사고는 계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인해 사망 5명, 부상 18명, 건강검진 1만 2243명, 농작물 피해 212㏊, 차량 부식 1958대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초기대응 실패, 사고정보전달 미흡, 유관기관의 협조 미비, 장비 및 보호복 부족 등이 꼽혔다.

당시 구미에서는 현장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공장 안전책임자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또 주변에 누출된 화학물질의 맹독성을 알리지 않았다. 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까지는 12일이 걸렸다.

반면 같은 해 10월 독일 하노버에서도 유독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발생 직후 공장 측은 250여 명의 직원 전원과 주변 주민 1800여 명을 대피시켰다. 2시간 만에 방재 시스템 최고경보를 내렸고 하루 만에 사고현장의 중화작업이 완료됐다.

불화수소는 금속 부식성을 가지고 있으며 콘크리트, 유리 등을 손상시킨다. 인화성은 없으며 공기, 물과 접촉하면 불화수소 가스를 발생시킨다. 인체 노출 시 호흡곤란, 기관지 경련, 심폐기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어 그는 “통계적으로 보면 화학물질사고는 인적 과실로 인한 것이 많지만 기업의 경영자도 안전을 지켜야 기업에 이익이 된다는 경영마인드로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산업안전보건법·소방기본법 등 관련법이 부처 간에 중복돼 있다”며 “현장에 적합한 법을 제정하고 만들어진 법은 제대로 지키는 성숙된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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