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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HOT5]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반도체…12월 둘째주 과학소식

2022년 12월 09일 16시 58분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간 가장 주목받은 과학 소식을 되돌아보는 사이언스 핫파이브 시간입니다. 이번 주에는 어떤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는지 최소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5위 소식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테슬라 CEO이자, 브레인 칩 회사 뉴럴링크의 공동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앞으로 6개월 안에 사람 뇌에 칩을 심는 실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럴링크는 뇌에 동전 크기의 무선 칩을 심어서 손상된 시력이나 운동 능력을 다시 살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임상시험이 매우 조심스럽긴 하지만 미 FDA에 실험 승인을 위한 대부분의 서류를 제출했다면서, 곧 임상시험이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또 임상시험은 두 가지로 진행된다면서 첫 번째는 시각장애인에게 칩을 심어서 시력을 회복하게 만드는 시험이고, 두 번째는 척추 손상 등으로 근육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야말로 영화에서만 보던 정말 꿈만 얘기인데요. 하지만 윤리 문제 같은 뉴럴링크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뉴럴링크는 당초 2020년까지 당국의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목표 기한을 늦춘 건데요. 최근에 뉴럴링크가 수많은 실험 동물을 죽게 한 혐의로 미 연방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로이터와 인터뷰한 뉴럴링크 전현직 직원들은 일론 머스크의 개발 속도 압박이 실험 실패로 이어졌고, 실패에도 불구하고 실험이 반복되면서 폐사되는 동물도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이후 뉴럴링크 실험으로 죽은 동물은 양과 돼지, 원숭이 이백여든 마리 이상을 포함해서 모두 1,500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죽은 동물의 숫자가 많다는 점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실적을 빨리 내라는 머스크의 지시로 희생된 동물 수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직원들의 지적입니다.

[앵커]
기적과도 같은 기술의 발달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 과정에서 동물이 희생되는 문제는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4위 소식도 알아볼까요?

[기자]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가 지구를 떠난 지 어느덧 3주가 넘었습니다. 아르테미스의 무인 우주선 오리온은 달 궤도까지 무사히 도달해서 과거 아폴로 탐사선들이 달에 착륙할 때 도달했던 궤도를 통과했고요, 또 5일간 달 주변을 돌면서 달 표면 100㎞ 이내로 근접 비행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미국 시각으로 지난 5일부터는 이동 방향을 지구 쪽으로 바꾸고요, 달이 오리온을 끌어당기는 힘을 역으로 이용해 달을 지나 지구로 돌아오는 비행을 시작한 겁니다.

[앵커]
아직 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오리온은 정확히 지구로 언제 돌아옵니까?

[기자]
오리온이 지구로 돌아오는 날짜는 현지시각 11일, 우리 시간으로 12일 새벽 2시쯤입니다. 음속의 서른 배가 넘는 빠른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해서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부근 태평양에 낙하산을 펴고 입수할 예정입니다.

미 NASA는 바다에 착륙한 오리온을 회수해서 오리온에 타고 있는 마네킹과 과학 표본을 연구할 예정입니다. 우주 방사선이 다양한 인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나 비행 중 발생한 진동의 영향 등을 면밀하게 살펴볼 계획입니다.

또 이번 성과를 토대로 2024년에는 사람을 태우고 달 궤도를 비행하는 아르테미스 2단계에 나서고, 2026년쯤에는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는 3단계 미션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이후엔 달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기지와 우주정거장을 짓고, 궁극적으로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2일 새벽 2시쯤이면 우리 시간으로는 월요일 새벽인데요. 그 월요일에 관련 소식 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3위 소식 알아볼까요?

[기자]
어젯밤 하늘에 펼쳐진 진귀한 우주쇼 모두 보셨나요?

[앵커]
네, 봤습니다.

[기자]
맨눈으로도 달 옆에서 붉게 빛나고 있는 화성을 관측할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였습니다. 태양과 지구, 달과 화성이 일직선으로 늘어서면서 지구에서 2억㎞ 넘게 떨어진 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었는데요, 이런 현상은 지난 3백 년 동안 다섯 번밖에 나타나지 않았고요, 앞으로는 2059년과 2078년에 다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화성은 이번 달 내내 1등성보다 10배 밝게 빛나다가 달과 점점 멀어져서 동쪽 하늘에서 홀로 빛나게 됩니다. 이달 말이 되면 밝기가 급격히 줄고 내년에는 다른 별과 구별이 어려워진다고 하니까 올해 밤하늘에서 화성을 찾아보는 것이 하나의 큰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저도 밤하늘에서 보름달 옆에 빛나고 있는 별을 봤는데 정말 선명하게 잘 보이더라고요. 이제 2위 소식 알아볼까요?

[기자]
정부가 앞으로 식당과 카페에서 종이 빨대만 사용하도록 하고, 지난달부터 1년간의 계도 기간에 들어갔는데요, 하지만 종이 빨대로 음료를 마시다 보면 빨대가 금방 눅눅해져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종이 빨대의 코팅성분인 폴리에틸렌이 빨대에 균일하게 코팅되지 않아서 빈틈으로 수분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친환경 목적이 무색하게도 이 폴리에틸렌은 환경에서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눅눅해지지 않으면서도 쉽게 분해되는 종이 빨대를 개발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앵커]
저도 오늘 종이 빨대를 이용하다가 이 소식을 떠올렸는데요. 어떤 기술이었죠?

[기자]
한국화학연구원의 연구 성과인데요, 환경에서 잘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종이와 잘 붙는 성분인 셀룰로스 나노크리스탈을 섞어서 코팅제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종이 빨대에 코팅이 강하게 결합할 수 있어서 빨대 표면이 빈틈없이 코팅돼 빨대가 물에 잘 젖지 않았습니다.

또 바닷물에 2개월간 담가서 분해되는 정도를 살펴봤더니, 일반 빨대와 달리 분해가 진행되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새로 개발된 빨대가 기존 종이 빨대보다 10% 정도 더 비싸지만, 편의성과 환경성을 생각할 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번 성과가 종이 빨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게 될지 주목되네요. 드디어 1위 소식이죠?

[기자]
고무줄처럼 길게 늘일 수 있는 반도체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이번 주 가장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의 연구성과인데요, 반도체에 들어가는 전선을 말발굽 모양으로 구불구불하게 배열해놓고 그 위에 반도체 소자를 집적한 겁니다. 그리고 이걸 신축성 있는 기판 위에 옮겼더니 기판을 길게 당기면, 전선이 직선으로 펴지면서 반도체가 길게 늘어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때 쓰인 반도체 소자는 유연하지만 성능이 떨어지는 유기 소자가 아니고, 딱딱하지만 성능이 뛰어난 무기 소자인데요, 고분자 보호제를 개발해서 소자를 감쌌기 때문에 기판을 늘려도 소자는 손상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험 결과, 반도체 길이를 두 배까지 늘려도, 또 만 번을 반복해서 늘려도 반도체 성능은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기존에도 신축성 반도체가 있었는데요, 어떤 점이 다른 건가요?

[기자]
기존 신축성 반도체는 전선과 소자를 번갈아 가며 배열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전선만 늘어나고 소자 부위는 늘어나지 않아서 신축성이 좋지 않았고, 많은 소자를 넣기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기술은 전선 위에 소자를 다닥다닥 올려놓을 수 있어서 기존 신축성 반도체보다도 같은 면적에 15배 많은 소자가 들어간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반도체를 디스플레이로 제작한다면 더 해상도가 좋은 신축성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어서 웨어러블 기기 제작에 유용할 전망입니다. 또 연구진은 개발된 반도체가 기존 반도체 공정으로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면서 대량 양산에도 문제가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앵커]
딱딱한 사각형 모양의 전자기기가 앞으로는 모습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되네요. '사이언스 핫5' 최소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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