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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20세기 주름잡은 야수파 창시자 '앙리 마티스' 이야기

2022년 12월 02일 16시 17분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20세기를 주름잡은 야수파의 창시자 '앙리 마티스'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여러 화려한 색채로 눈을 사로잡는 장식적 요소의 작품을 제작한 '앙리 마티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야수파에 창시자라고 알려져있는데 야수파 이름부터 아주 강렬하거든요. 야수파가 뭔지부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맞습니다. 앙리 마티스가 야수파를 창시했죠. 20세기 초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미술 운동인데요. 이 야수파를 뜻하는 포비즘은 프랑스어로 '사나운 야수'를 의미합니다. 야수파라는 이름 자체에서도 이미 좀 거친 느낌이 나는데요, 여기에 속하는 작가들은 색채를 마치 야수처럼 거칠고 힘있게 사용하기 때문이고요. 처음 창시됐을 때 미술계에서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물이 원래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색이 아니라, 작가가 사물을 보고 느낀 감정에 따라서 마음대로 색을 바꿔 표현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마티스가 어떤 여성을 그린 그림을 보고 누군가가 못 그렸다고 하자 마티스는 '나는 여성을 그린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린 거다.'라고 했다고 하죠. 이 얘기는 말 그대로 사물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보고 느낀 대로 재해석해서 표현했다는 의미입니다. 야수파는 작가가 느낀 바에 의해 색을 주관적으로 사용했고요, 또 다른 야수파 작가들로는 조르주 루오, 모리스 드 블라맹크 등이 있습니다.

[앵커]
이런 야수파를 주도한 작가가 앙리 마티스라는 건데요. 어떤 인물인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앙리 마티스는 프랑스 출신으로, 처음부터 예술가의 길을 걸었던 건 아닙니다. 1887년에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했는데요. 자격을 취득한 후에 법원 행정관으로 일하기도 합니다. 마티스는 1889년에 충수염을 앓게 되는데요, 이때 어머니가 가져다준 미술 재료로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요. 바로 이 순간이 마티스를 예술가의 길로 안내합니다. 훗날 마티스는 이때를 회상하며 '일종의 낙원을 발견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예술가가 아닌 다른 길을 가길 원했던 마티스의 아버지는 이 일로 크게 실망했지만, 마티스는 끝내 반대를 무릅쓰고 예술가로 대성하게 됐죠.

마티스는 1892년에 파리의 장식 미술학교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하는데요. 어느 날 루브르에서 그림을 보며 모사를 하고 있던 마티스는, 또 다른 프랑스의 대표적인 예술가인 구스타브 모로의 눈에 띄어 가르침을 받게 됩니다. 이후에 약 1905년경부터 야수파를 창시하게 되고요. 이 운동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피카소의 입체파와 함께 미술적으로 굉장히 유의미한 사조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앵커]
병을 계기로 법조계에서 예술계로 아주 놀라운 변신을 한 작가군요. 그렇다면 마티스의 대표적인 작품은 어떤 게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마티스의 대표작인 '춤'에서는 어떤 즐거운 인생관이 드러나는데요. 사실 이 '춤' 시리즈는 마티스가 작업한 여러 버전이 있고요, 뉴욕 현대미술관이나 모스크바 국립 근대미술관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소장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이 작품은 1910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소유하고 있는 버전의 작품입니다. 러시아의 '세르게 슈츄킨'이라는 한 남작의 의뢰로 그려졌고요. 이 남작은 마티스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던 컬렉터이기도 합니다.

이 작업을 할 당시에 마티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요. '세 가지 색이면 충분하다. 하늘을 칠할 파란색, 인물을 칠할 붉은색, 동산을 칠할 초록색.' 굉장히 단순하고 대담하죠. 마티스가 추구하는 유일한 이상은 '조화'였습니다. 작품 속에는 5명의 등장인물이 손을 맞잡고 마치 우리나라의 강강술래 하듯 춤추고 있는데요. 몸의 형태나 곡선에서 리듬감과 유쾌함이 느껴집니다. 어떤 이상적이거나 정확한 비율의 신체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몸을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앵커]
보통 예술가들은 다른 작가에게서 영감을 받잖아요. 야수파를 창시한 앙리 마티스에게 영향을 준 작가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빈센트 반 고흐가 마티스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마티스가 학생일 때, 호주의 화가인 존 러셀에 의해서 고흐의 그림을 마주하게 됩니다. 존 러셀과 고흐의 영향으로 전보다 강한 붓 터치를 시도하게 됩니다. 또 색감 또한 다양해집니다. 작품에 보색 대비를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요. 이 시기의 마티스 그림에서는 고흐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본능적이고 거친 붓 터치와 비슷한 느낌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마티스는 작품의 영감을 주로 어디서 받았을까요??

[인터뷰]
네, 아무래도 끊임없이 작업하는 작가들에게는 영감을 얻는 게 참 중요한 일인데요. 마티스는 순수한 영감을 찾기 위해 여행을 자주 떠났다고 합니다. 지중해나 알제리 그리고 특히 두 차례 방문한 모로코에서의 여행이 마티스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1911년, 1913년에 두 번 방문한 모로코의 이국적인 문화와 분위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품에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게 됩니다.

또, 아라베스크라고 하죠, 이슬람 사원이나 장식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라비아풍의 문양도 작품에 표현하게 되고요. 비잔틴 모자이크라던가 동방 직물을 수집하기도 하는 등 이국적인 정취에 완전히 매료됩니다. 또, 마티스는 여행을 다니면서 훗날 회상할 수 있도록 기념품을 사서 수집하기도 합니다.

[앵커]
마티스는 굉장히 자유로운 인물이었던 거 같습니다. 이렇게 자유로운 감정이 마티스의 작품에 잘 드러나는지도 궁금한데요. 앙리 마티스 작품의 주제는 뭘까요?

[인터뷰]
야수파의 특징이, 자신의 감정에 따라 주관적으로 색을 사용한다고 했는데요. 마티스는 특히 긍정적인 감정을 작업에 활용한 것 같습니다. 일상 속에서의 즐거움이나, 평온한 감정, 유쾌함 등을 작품에 주로 표현했는데요. 마티스의 대표작들을 보면 주로 쨍한 파란색이나 안정감을 의미하는 푸른 계열의 색감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즐거운 모습이나, 일상을 즐기는 풍경 등을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리고 또 마티스가 말년에 병환을 앓으면서도 새로운 작업 기법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어떤 작업기법이었습니까?

[인터뷰]
네, 마티스는 70대 이후에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요. 1941년에 안타깝게도 십이지장암을 진단받게 됩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심각한 합병증을 앓았고요. 아무래도 이전처럼 앉거나 서서 작업하는 게 어려워졌는데요. 약 3개월 동안 누워서 생활해야 했던 마티스는 종이와 가위로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게 됩니다. 이 작업방식을 '컷 아웃'이라고 불렀는데요. 과슈로 칠한 다양한 색상의 종이를 여러 가지 형태로 자르고 배열해서 작품을 만들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크기의 작업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커져서 벽화 크기의 대작까지도 작업하는데요. 마티스는 인생의 말년 약 10년간을 이 작업 방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야수파 작가가 있다고요?

[인터뷰]
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야수파 작가로는 '구본웅'이 있습니다. 한국 미술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데요. 구본웅은 마티스와 함께 야수파 운동을 전개했던 또 다른 예술가인 블라맹크로의 영향을 받기도 했는데요. 특히 구본웅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친구의 초상'은 블라맹크의 '파이프를 문 남자'를 보고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측되기도 하거든요. 작품 '친구의 초상'은 구본웅의 절친 이자 우리나라 대표적인 작가죠, '이상'을 모델로 그린 작품입니다. 작품 속의 거친 붓터치와 흰색과 붉은색, 어두운 색감이 각자 대비를 이루고 있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구본웅의 작품은 주로 평면적이면서도 대담한 색채 대비와 구성, 역동적인 형태의 왜곡 등이 특징입니다.

[앵커]
피카소가, 앙리 마티스를 보고 '뱃속에 태양을 삼킨 사나이'라고 했다죠. 그만큼 그의 강렬한 색채가 돋보였다는 거 같은데. 마티스는 물론, 구본웅 작가까지! 오늘 눈을 사로잡는 야수파 작가들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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