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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친환경부터 신기술까지…카타르 월드컵 속 과학

2022년 11월 28일 16시 35분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집중, 분석하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기자]
요즘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이죠. 카타르 월드컵은 평소와 다른 점이 많다고 합니다. 우선 최초로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이고요. 반칙을 잡아내는 신기술이 적용된 월드컵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된 과학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앵커]
사실 월드컵 하면 한여름의 축구 축제였는데 이번에는 겨울에 열리니까 좀 낯설기도 합니다. 날씨가 더운 중동 지역에서 진행되기 때문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겨울에 월드컵이 열리는 게 이번이 처음이죠. 이건 지역적인 이유 때문인데, 카타르의 한여름 체감 온도가 50도 이상으로 덥고 습해서 축구를 하기 어려운 날씨인데요. 그래서 그나마 덜 더운 11월 말로 개최 일정을 결정한 겁니다. 카타르의 겨울 평균 기온, 그러니까 요즘 평균 온도는 24~26도 정도인데, 겨울이긴 해도 우리나라 초여름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앵커]
네, 날씨도 날씨지만 선수들과 관중의 열기까지 더해지면 경기장 안은 더 덥게 느껴질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실제로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의 냉방 장치를 총괄한 사우드 압둘 가니 카타르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말을 한 걸 보면요. 축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1시간에 70g 정도의 땀을 흘리고, 노트북 2대 분량의 열을 쏟아낸다고 말했습니다. 축구선수는 한 경기를 뛰는 동안 10km 이상 달리고 3L 정도의 땀을 흘리는데요. 그래서 경기장 내 온도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가니 박사는 경기장 전체를 식히는 냉방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공기 순환식 냉방 시스템으로, 송풍구를 이용해 찬 공기를 내보내고 선수나 관중에 의해 따뜻해진 공기는 경기장 중간에 위치한 추출기 팬을 통해 밖으로 배출됩니다. 이렇게 배출된 공기는 경기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에너지센터로 보내져 냉각수로 다시 차가워지고, 경기장으로 되돌아오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를 통해 내부 온도를 20도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게 어떤 원리를 이용해서 경기장 전체를 시원하게 만드는 건가요?

[기자]
뜨거운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움직이는 대류현상을 이용한 건데요. 가니 박사는 냉방 낭비를 막기 위해 사람이 있는, 그러니까 선수와 관중이 있는 곳에만 냉방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해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또, 필드 근처와 관중석 아래 송풍구 노즐이 설치됐는데, 적외선 카메라 등으로 관중과 선수의 체온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너무 체온이 올라가면 냉방의 강도나 방향 같은 걸 조절해 냉방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경기장 하나가 거대한 냉방 장치가 되는 거 같은데요. 그런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과학이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이죠. 경기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경기장에 설치된 12대의 카메라가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추적하고 있죠. 오프사이드 반칙이 일어난 순간을 정확히 찾아내고 있는데요. 이 판독 기술에서 카메라는 선수들의 관절 움직임을 29개로 나눠 추적하고, 공인구 속 센서는 공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해 오프사이드 순간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전송된 데이터를 토대로 오프사이드를 판단해 주심에게 알리는데, 최종 결정은 주심이 하기 때문에 자동 시스템이 아니라 반자동 시스템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앵커]
공인구에도 첨단 기술이 스며들어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인구 알 릴라는 아랍어로 여정이라는 뜻인데요. 최대한 구 형태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고무풍선 위에 폴리우레탄 패널을 수성 접착제로 붙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8개의 삼각형과 12개의 마름모꼴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들었는데요. 마름모꼴 조각에는 카타르 국기를 형상화한 무늬를 새겼다고 합니다.

또, 공 표면을 자세히 보면 골프공처럼 돌출 가공이 돼 있는데, 이를 통해 공기저항을 줄였다고 합니다. 아디다스는 이번 알 릴라가 역대 공인구 중 가장 빠르고 가장 정확하게 날아가는 공인구라고 얘기했습니다.

알 릴라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내부에 숨어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공 중앙에 관성측정센서가 들어있습니다. 안쪽 가운데에 위치되어 있죠. 이 센서 덕분에 공의 속도와 방향, 각도 등의 위치 정보를 아주 정확히 알 수 있는데, 이 정보들은 이용해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공인구 알 릴라는 일반인도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관성측정센서가 내장된 알 릴라는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만 사용된다고 합니다. 센서가 포함된 알 릴라는 무선 충전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받는데요. 경기 중에는 충전하지 않고, 완충 시 약 6시간 동안, 대기 상태에서는 최대 18일 동안 센서가 작동한다고 합니다.

[앵커]
방금 말씀해주신 거처럼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됐는데요. 또 친환경 월드컵, 탄소 중립 월드컵이라고도 불린다고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우선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쓰는 경기장은 총 8곳인데, 모두 반경 50km 안에 모여있어 이동 거리를 줄였습니다. 일명 '콤팩트 월드컵'으로, 이동 중 소모되는 화석연료를 줄이고, 이때 발생하는 배기가스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 중립에 좀 더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고요.

또 다른 거는 스타디움 974이라는 경기장에도 탄소 중립 아이디어가 숨어있습니다. 974는 국제전화 사용 시 카타르의 국가 번호인데요. 레고 블록을 쌓듯 974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경기장을 만들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렇게 컨테이너를 쌓아 경기장을 지은 이유는 빠르고 쉬운 철거 때문인데요. 처음부터 부수기 위해 설계된 경기장으로, 월드컵이 끝나면 바로 해체할 예정입니다.

카타르 정부는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 기부하는 등 재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스타디움 974에는 앞서 설명했던 친환경 냉각 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은 대신 자연 환기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 노력은 칭찬받을 만한데, 그런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반대로 위장 환경주의, 이른바 '그린 워싱' 논란도 일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FIFA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나왔는데, 이게 총 361만1,034톤으로 추정됩니다. 이건 월드컵을 위해 경기장 7개를 지을 때 배출된 이산화탄소량, 선수나 관객들이 월드컵을 보기 위해 이동할 때 비행기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 등을 합산한 양인데요.

아까 약 361만 톤 정도 된다고 했는데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오잖아요. 이게 자동차 80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번 월드컵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모두 상쇄하려면 30년생 소나무 5억 그루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카타르 정부와 FIFA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카타르 월드컵은 최초의 탄소 중립 월드컵이라고 홍보하면서 다양한 탄소절감 대책을 함께 발표했는데요. 앞서 설명했던 친환경 냉방 시스템과 해체 후 재활용될 경기장을 포함해 대대적인 태양열 설비를 구축했고, 만 그루가 넘는 나무와 120만㎡ 규모의 잔디를 조성하는 등 대규모 조경을 했다는 거였습니다.

[앵커]
생각보다 월드컵 한번 치르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굉장히 많은 거 같은데요. 그래도 나름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지금 어떤 게 문제가 되는 건가요?

[기자]
벨기에의 비영리 환경단체는 보고서를 통해 카타르 월드컵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정치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는데요. 이번 월드컵을 위해 카타르에 7개의 새 경기장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경기장 건설에만 들어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총 65.4만 톤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 60% 이상인 43만 톤이 스타디움 974 한 개의 몫이거든요. 그럼 나머지 6개 구장을 합친 배출량보다 경기장 하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이 2배 이상 많은 건데, 계산법이 뭔가 이상하죠? 환경단체는 이를 두고 경기장 수명이 영구적이라는 전제 아래 탄소 배출량을 나눠서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FIFA는 이번 월드컵 경기 일수인 46일과 클럽 월드컵 경기 일수 등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했는데요. 그러니까 월드컵 경기장은 앞으로 40년간 쓸 건물이니, 경기장을 짓는데 발생한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이번 월드컵 경기 일수 정도만 배출량으로 계산한 식입니다.

다른 6개의 신규 경기장과 달리 스타디움 974은 앞서 이야기했지만, 월드컵 이후 바로 철거되니 예상수명 자체가 월드컵 경기 일수, 46일 정도입니다. 전체 배출량의 60%를 차지하게 된 겁니다. 결국, 신축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온전히 반영된 건 스타디움 974뿐이고 FIFA가 발표한 배출량은 실제 배출량보다 8배가량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며 환경단체들은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974 스타디움이 철거 후 먼 곳으로 이동하면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또 앞서 이야기했듯이, 대규모 조경사업에도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실질적으로 탄소절감 효과를 조경에서 얻으려면 이번에 심은 나무와 잔디가 최소 200년 동안 생존해야 탄소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사실, 인공적으로 조성한 조경이 사막 기후 환경에서 그렇게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도 환경단체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설명을 듣고 보니 비판이 나올 만도 한데요. 기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이번 월드컵이 다른 국제 대회에도 참고할 만한 점을 많이 남길 것 같습니다. 사이언스 취재파일,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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