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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중이온가속기 첫 성과…꿈의 원소 찾아낼까?

2022년 11월 21일 16시 20분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깊이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너무 작아 눈으로 볼 수 없는 입자를 빛의 움직이는 속도까지 가속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국내에 이런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가 구축되고 있는데요, 현장을 취재한 최소라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한다는 것이 잘 상상이 가지 않는데요, 어떤 장비인지요?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가속기라는 장비인데요, 가속기는 전자나 양성자, 이온과 같이 매우 작은 입자를, 말씀하신 것처럼 빛의 속도 수준으로 빠르게 움직이게 만들어주는 장비입니다.

빛의 속도가 초속 30만㎞로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수준인데,이번에 취재한 장비는 이온을 광속의 5분의 1에서 절반까지도 가속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정부가 1조 5천억 원을 투입해 만들고 있는 중이온 가속기 '라온'인데요,

대전에 구축되고 있는 단군 이래 최대 과학 사업의 현장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앵커]
먼저 가속기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어떤 장치인지 짚어보고 소식 다뤄보죠.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가속기는 전자나 이온과 같은 작은 입자를 빛의 속도 수준으로 가속해서 초미세 세계를 연구하는 장비인데요, 현대 기초과학의 대표적인 대형연구시설입니다.

노벨 물리학상 5건 중 한 건꼴로 가속기 관련 연구에 주어졌기 때문에 노벨상의 산실로도 불립니다.

[앵커]
저희 사이언스투데이로도 전해드렸는데, 국내에도 다양한 대형 가속기가 있잖아요.

총 몇 기가 있나요?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네, 지금까지 국내에 구축된 대형 가속기는 아직 구축 중인 시설을 포함해서 모두 7기인데요, 작은 전자를 가속하는 방사광 가속기가 있고요, 전자보다 2천 배 더 무거운 양성자를 가속하는 양성자 가속기가 있고요, 탄소 등을 가속해서 암을 치료하는 중입자 가속기도 대형 병원에 구축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다녀온 중이온가속기는 전자보다도 수십만 배 더 무거운 입자인 중이온을 가속하는 장비입니다.

무거운 입자를 가속해서 표적에 충돌시키면 자연계에서는 잘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깐 이번에 중이온가속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오신거죠?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중이온 가속기가 구축된 곳은 대전에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신동지구인데요,도착하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건 광활한 규모였습니다. 연구시설 부지 면적이 축구장 137개 크기로,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 정도입니다.

부지 내 건물은 모두 11개 동인데, 이 가운데 중이온 가속기가 있는 가속기동이 핵심 시설입니다.가속기동 지하로 10미터 정도 내려가자 긴 터널에 100m 길이로 늘어선 가속기가 드러났는데요,거대한 금속 모듈이 54개 보이는데, 각각 내부에 가속관이 2개 이상씩 들어있어서 가속관 갯수로는 120개가 늘어서 있는 겁니다. 가속관이 있는 터널은 실험 과정에서 방사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두꺼운 벽과 문으로 차폐돼 있었습니다. 또 산소 농도를 실시간으로 표시해주는 전광판이 눈에 띠었는데요, 입자를 가속하기 위해서 가속기 내부 온도를 영하 268도까지 낮춰야 해서 가속기로 액체 헬륨이 공급되는데요, 헬륨이 가속관 밖으로 다량 누출될 경우 산소농도가 떨어져 사람이 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전광판을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앵커]
은색 가속기가 늘어선 것을 잠깐 봤는데, 이 시설이 이번에 중이온을 가속하는 데 성공한 그 시설인 거죠?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네, 그렇습니다.지난달 7일 오후 3시 3분 중이온가속기가 처음으로 중이온을 가속하는 데 성공했는데요,방금 보신 가속 장치를 액체 헬륨으로 영하 268도까지 냉각시키고, 높은 전력을 공급한 후에 아르곤 이온을 넣어서 입자 가속 성능을 확인한 겁니다. 이번 시도에서는 가속모듈 54개 가운데 5개에서만 아르곤 이온이 가속됐습니다.가속에너지와 전류값이 목표했던 바를 달성해서 가속 장치와 기반 장치들의 성능, 연계성까지 확인했다는 의미라고 연구진들은 평가했습니다.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재흔 / 과기정통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조성추진단장 : 빔 인출 시험을 통해서 모든 계통이 사고 없이 잘 작동될 수 있다는 것을 검증한 데 의미가 있겠습니다. 마치 이것을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자동차 시제품을 제작해서 1단계를 놓고 저속 주행 시험에 성공했다는 정도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아직은 5개 가속 모듈만 중이온 가속에 이용한 건데요. 연구진은 내년 3월까지 54개 모든 가속 모듈에서 입자를 가속해볼 계획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성공하면 내년 4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활용성을 검증하고, 2024년 10월부터는 가속기를 실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네, 모든 가속 모듈을 이용해 가속하면 정말 빛의 속도에 다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과학자들은 입자를 가속해서 어떤 연구를 하게 될까요?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핵심 목적은 중이온 가속기를 통해 자연 상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원소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중이온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서 표적 물질, 예컨데 우라늄에 세게 충돌시키면,희귀 동위원소가 생성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동위원소라는 건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에 양성자가 추가된 형태로 원래 원소와 본질은 유사한데, 완전히 다른 성질을 띱니다. 예를 들면 빨간 소독약 성분인 요오드의 동위원소는 갑상선 암을 치료하는 물질로 활용될 수 있고요, 불소의 동위원소는 치매 진단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미발견 동위원소 가운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철강, 첨단 신소재 개발에 도움되는 입자를 찾을 수도 있고요, 연구소 측은 중이온가속기를 통해 새로운 원소를 찾아낸다면, 원소 이름을 '코리아늄'으로 지을 계획입니다.

[앵커]
우리나라 이름을 딴 원소라니, 말만 들어도 설레네요. 중이온 가속기는 구축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거라면서요?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네, 그렇습니다. 중이온 가속기 라온 구축 사업은 지난 2011년부터 추진된 사업인데요, 당초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했습니다. 하지만 2013년, 2015년, 2019년, 2021년 모두 네 차례에 걸쳐서 사업 기본계획이 변경되면서 완공 시기가 늦춰졌습니다.

특히 지난해 사업계획 변경 때는 '전 구간 구축'에서 '단계별 구축'으로 방향을 다시 잡았는데, 가속기의 저에너지 구간을 1단계,고에너지 구간을 2단계로 나눴습니다. 이번에 첫 가속 성과를 낸 가속기는 1단계에 해당하는 구간이고요, 이보다 약 10배 정도 강한 에너지를 내는고에너지 구간, 2단계 사업은 2025년 R&D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권면 / 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 : 만족할만한 품질의 장치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들어가는 시간이 지연으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기술이 많이 개발되고 저희가 많은 것을 이해하고, 경험도 쌓은 단계이기 때문에 이번에 완성하지 못한 2단계는 훨씬 더 쉽고, 잘 맞춰가면서 잘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사업단은 아직 2단계 사업 완료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내놓지는 않았는데요,또 현재 2단계 장비 구축을 위한 선행 R&D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제품을 개발했고, 1단계를 구축하는 데 걸린 시간보다 더 적게 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사업이 수차례 계획 변경 등으로 늦어진 만큼 이제는 차질 없이 추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 까지 듣겠습니다. 최소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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