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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주삿바늘보다 얇은 3D 내시경 개발

2022년 11월 17일 16시 39분
■ 최원식 /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앵커]
좁은 공간 안의 물체나 인체 내부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내시경이 주삿바늘보다 얇아졌습니다. 이번 기술개발로 기존의 내시경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폐나 모세혈관, 나아가 뇌 신경계 질병까지 조기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최원식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앵커]
주삿바늘보다 얇은 3D 내시경. 말만 들어도 참 놀라운데요. 이게 어떤 기술인지 설명해주시죠?

[최원식 /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내시경은 좁은 공간이나 인체 내부의 영상을 획득하기 위해 개발된 가느다란 영상 장비입니다. 위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과 같이 의료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어 건강검진을 받아 보신 분들에게는 친숙하겠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내시경은 직경이 커 실제로 사용하면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해상도도 현미경급에는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저희는 수십만 개의 광섬유가 다발로 묶여 있는 광섬유 다발에 렌즈나 기타 장치를 부착하지 않고, 광섬유 다발 자체가 내시경 역할을 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개발한 내시경의 직경은 350㎛인데, 이는 직경이 500㎛ 정도인 피부에 놓는 주삿바늘보다 얇습니다. 참고로 1㎛는 백만분의 1m입니다. 해상도는 일반 현미경과 동일한 수준인데, 0.85 ㎛의 크기까지 구분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해상도가 높아 대략 10㎛ 크기인 세포들을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 홀로그래피 이미지를 측정하기 때문에 물체의 3차원 구조를 한 번에 복원할 수 있습니다.

[앵커]
3D 내시경. 그러니까 굉장히 얇은 내시경이라는 건데요. 어떤 기술을 적용해서 영상을 나타낼 수 있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최원식 /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저희가 개발한 내시경은 물체의 2차원 단면에서 반사된 빛으로 이미지를 구성합니다. 따라서 각각의 이미지는 물체의 단면을 보여주는데, 여러 단면 이미지를 층층이 쌓아 3차원 이미지를 구성합니다. 저희 기술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광섬유 다발의 한 코어에 빛을 모아서 묶어 광섬유를 물체로부터 충분한 거리만큼 떨어뜨려 물체의 넓은 면적을 조명하였습니다. 조명된 빛은 물체에 의해 반사된 후 원래 광섬유 다발로 돌아오는데, 이 반사된 빛의 홀로그램을 측정합니다. 렌즈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카메라에서 측정된 이미지가 물체의 이미지는 아니고, 이미지 복원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되돌아오는 빛이 광섬유 다발을 지나면서 광섬유 마다 빛이 통과하는 시간이 달라 이미지가 왜곡되는 것이 큰 문제였는데, 저희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해 광섬유 다발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제거하였습니다.

[앵커]
앞서 말씀해주셨지만, 내시경을 이렇게 가늘게 만들면 어떤 장점이 있는 걸까요?

[최원식 /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현재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내시경은 줄일 수 있는 두께가 한정적이어서 인체 내부에 삽입할 때 불편함을 동반합니다. 또 해상도가 현미경급은 아니고, 수십에서 수백 마이크로미터 수준이어서 개개의 세포 내부를 관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더 가느다란 내시경을 개발함으로써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고, 기존의 내시경으로는 접근할 수 없었던 더 비좁은 공간,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 폐나 모세혈관, 나아가 뇌 신경계까지도 큰 수술 없이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해상도가 높아 초기 암에서 흔히 보이는 세포핵의 크기 증가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용종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조기에 암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앵커]
네, 이렇게 얇고 해상도도 높은 3D 내시경도 '광섬유'를 이용하셨다고 하셨는데요. 기존에도 광섬유 내시경과 이번 기술과의 차이점은 뭘까요?

[최원식 /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수십만 개의 광섬유가 다발로 묶여 있는 광섬유 다발을 내시경에 활용할 때, 보통은 그 끝단에 렌즈를 부착해 광섬유 하나하나가 이미지 픽셀 역할을 하도록 구성합니다. 이렇게 할 경우 광섬유들 사이의 공간에서는 이미지를 획득할 수가 없어 이미지가 픽셀화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광섬유 다발 자체에서의 난반사가 크기 때문에 생체조직에서 반사되는 빛은 측정되지 않고, 물체가 전혀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 때문에 별도의 광섬유로 옆에서 따로 조명해야 해 내시경의 직경을 줄이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부가적인 조명을 위해서는 광섬유 다발과 물체 사이 거리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 때문에 현미경급 해상도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저희 내시경 기술은 광섬유 다발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광섬유로 조명하고, 나머지 광섬유로 빛을 받기 때문에 별도의 조명 광섬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홀로그램을 측정해서 소프트웨어로 이미지를 재구성하기 때문에 렌즈를 없앨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주삿바늘보다 얇으면서도 높은 해상도를 확보할 수 있었고, 쥐의 소장과 같은 생체조직을 높은 대비도로 이미지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렌즈를 부착하지 않았다는 건 카메라 같은 장치가 앞에 없다는 말이잖아요? 이런데도 정확한 관찰이 가능한가요?

[최원식 /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저희 기술은 광섬유를 이용하여 좁은 공간 내부의 물체로부터 반사되는 빛을 외부의 카메라에 전달하여 영상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카메라 없이 사용한다는 것은 좁은 공간 내부로 들어가는 부분에 카메라 센서가 없다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내시경에도 여러 가지 모양이 있는데요, 저희가 주로 비교한 광섬유를 이용한 내시경 외에도 프로브 끝단에 직접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작은 카메라 센서를 집어넣는 모델도 존재합니다. 이 경우에도 센서의 물리적인 크기와 물체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광학 소자의 크기에 따라 내시경의 직경이 결정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광섬유 끝에 반사된 빛을 홀로그램화 해서 영상을 얻는다는 말씀이신 거 같은데요. 기술을 실제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나요? 

[최원식 /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이번 연구는 새로운 방식의 내시경을 구현한 것으로 상용화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광섬유 다발을 제외한 외부 장치를 소형화해야 하고, 광섬유 다발을 구성하는 개개의 광섬유마다 조명 레이저 빛을 접속시켜야 하는데, 그 속도와 정확도를 높여야 합니다. 또 이미지 재구성 알고리즘을 발전시켜 실시간 영상 획득이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개선 후 살아있는 동물에 대해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예를 들면 생쥐의 대장에 암 조직이 생성될 때, 개발한 내시경이 어느 단계부터 진단 가능한지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겠습니다. 이러한 과정과 임상 시험을 거친 후 상용화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다. 개발한 내시경은 반도체 공정에서 검사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요즘은 반도체가 적층형으로 제작되는데, 공정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공정 과정을 관찰할 때 활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경우에도 앞서 말씀드린 기술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긴밀한 공동연구가 필요하겠습니다.

[앵커]
아직은 갈 길이 조금 남았다 라는 말씀이신데요. 이번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최원식 /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이번에 개발한 내시경은 얇으면서도 해상도가 현미경급으로 높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내시경 검사의 불편감을 줄일 수 있고, 더 나아가 기존 내시경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곳, 예를 들면 폐나 모세혈관, 나아가 뇌 신경계까지도 최소한의 시술로 검사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질병 진단의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겠습니다. 또 현미경급 해상도를 가지고 있기에 기존 내시경으로는 진단이 어려운 질병 발생 초기 단계까지도 정밀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예를 들면 일반 대장 내시경의 경우 표면에서 발생하는 용종을 관찰할 수 있지만, 개발한 내시경은 용종이 발생하기 전 표면 내부에서의 미세 변화를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진단 시기를 앞당겨 치료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기술을 개발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최원식 /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사실 10년 전에 저희 연구팀에서는 세계 최초로 다중모드 광섬유 한 가닥으로 내시경 이미징이 가능함을 보인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연구에서는 광섬유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측정한 후에 이를 보고자 하는 물체 내부에 삽입해야 했기 때문에, 중간에 광섬유가 휘어지거나 뒤틀릴 경우에는 사용이 어려웠습니다. 즉 경성 내시경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이후 광섬유에 대한 사전 정보를 측정하지 않고도 이미지 획득이 가능한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이 문제를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함으로써 해결하였고, 드디어 현미경급 해상도를 가지는 연성 내시경을 구현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남은 연구과제, 간략히 말씀해주시죠.

[최원식 /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단기적으로는 이번에 구현한 광섬유 다발 내시경을 기술적으로 발전시켜 실제 응용까지 가져가는 것입니다. 외부 장치를 소형화하고, 알고리즘을 발전시키며, 타 연구팀이나 의료진, 산업체와 협업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광섬유 다발이 아니라 다중모드 광섬유 한 가닥으로 연성 내시경을 구현 가능한 방법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이 연구에 성공하면 지금보다 더 가느다란, 궁극의 현미경급 내시경을 구현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3D 내시경이 단순히 크기만 작은 게 아니라 해상도까지 좋다고 하니 각종 산업은 물론 최소한의 피부 절개로 각종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최원식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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