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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200조 원 규모 원전 해체 시장, 원자로 수중 절단용 훈련 시뮬레이터 개발

2022년 11월 14일 16시 41분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집중, 분석하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어떤 이야기를 알아볼까요?

[기자]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는 것만큼이나 영구정지된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해체하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한데요. 특히 핵연료봉이 들어있는 방사능 수치가 아주 높은 내부구조물은 해체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원전 해체를 위한 절단 연습을 실제처럼 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고 해서 제가 취재를 다녀왔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원전이 짓기도 어렵지만 사실 방사능 우려 때문에 해체하기도 아주 까다롭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원전을 해체하는 과정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수명을 다한 원자력발전소 총 5단계에 걸쳐서 해체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5단계는요, 해체를 준비하고 제염을 한 뒤에 절단, 폐기물 처리 그리고 환경복원 이렇게 총 5단계로 구분을 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원전 해체에 앞서서 먼저 계획을 세우고, 또 주변 환경영향을 평가해서 해체를 준비하는 과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죠.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5년 동안 해체 공정과 안전성을 평가를 하고요, 그리고 또 표면 오염도를 측정하는 등 환경영향평가를 통해서 해체 계획을 세우고요, 그리고 규제기관 그러니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허가를 받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렇게 해체 준비를 마치게 되면 제염 과정 본격적인 해체에 들어서는데 제염을 제일 먼저 거칩니다. 제염은 오염이 가장 심한 원전에 일차계통을 대상으로 먼저 방사능 오염 물질을 제거를 하고 격납 용기나 건물 등 시설 표면의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을 말하고요.

그다음 단계가 절단입니다. 오염이 적은 설비부터 시작해서 원자로 격납 용기 또 내부 구조물을 제거하는 등 격납 건물을 철거 과정이 이뤄집니다. 이렇게 절단을 하고 철거를 하면 그다음은 뭐해야 되냐 폐기물을 처리해야겠죠. 제염과 해체 과정을 통해서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을 모양별로 분류하고 처리하고 방사능을 저감 시킨 후 안정화를 시킨 상태에서 방사성폐기물로 처분하는 과정을 거치고요.

마지막으로 환경 복원이 남게 됩니다. 해체 후에 부지에 얼마나 잔류 방사능이 남아 있는지 측정을 한 다음에 평가를 한 결과에 따라서 부지 복원 후에 그 부지를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원자력발전소 하나를 해체하는 데는 15년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앵커]
원전 해체 과정이 5단계로 정말 복잡하고 15년이라고 하니까 정말 오래 걸리는 거 같은데요. 우리나라 원전 해체 기술이 현재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우리나라도 원전 해체 경험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두 번 정도 있는데요. 소형 연구용 원자로인 트리가 마크2와 트리가 마크3를 해체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해체 경험은 우리는 없는데 대형 원자력 발전소를 해체한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독일, 일본, 스위스 이렇게 4개뿐이고요. 현재 전 세계 영구 정지된 원전 한 200여 기가 있는데 실제로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1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 4개 국가에서 해체를 했던 원전 해체 방식도 원자로 내부에 작업자들이 직접 들어가서 해체를 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해체를 했습니다. 소형 원자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원전 해체 경험 자체는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저방사능 시설에 대한 해체 기술은 이미 확보한 상태로 볼 수 있고요.

정부는 지난 2015년에 원전 해체 관련 상용화 기술 58개 또 핵심기반기술 38개 등 총 96개의 원전 해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밝힌 바 있었는데요. 최근 정부가 지난해까지 관련 핵심기술 개발은 이미 완료한 상태다. 이렇게 밝힌 바가 있고요. 하지만 개발이 완료된 기술들은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 실용화 혹은 고도화 또 현장 검증 등의 단계를 아직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앵커]
갈 길이 좀 남았군요. 지금 국내에는 영구 정지된 원전이 두 개가 있는데, 고리 1호기 그리고 월성 1호기 아닙니까. 이 두 원전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기자]
말씀하신 대로 현재 우리나라에 영구 정지된 원전은 두 개죠.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입니다. 하나씩 살펴보면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원래 2007년에 설계수명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수명을 10년 더 연장을 했는데, 지난 2017년 6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구 정지를 처음 결정이 됐습니다.

1982년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2012년에 설계수명이 끝난 뒤 한 차례 수명연장을 했는데요. 이후 크고 작은 고장 또 설비 결함 등으로 가동률이 떨어지게 되자 지난 2019년 12월 설계수명 10년을 연장한 걸 끝내기도 전에 조기 폐쇄가 결정이 됐습니다.

정부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결정을 하면서 이를 통해 원전 해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는데요.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가 결정된 지 5년이 지났거든요, 지금은. 한수원이 작성한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는 아직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전문가 심사를 진행 중이어서 해체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앵커]
그럼 영구 정지된 월성 1호기의 해체 작업은 현재 어떻게 진행 중인가요?

[기자]
월성 1호기 해체의 경우에도요,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중수로 원전 해체라고 합니다. 중수로 원전 종주국이 캐나다인데 물론 캐나다에도 일부 원전들은 가동을 중단한 상태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원전 내부 방사능 농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60년 이상 기다리는 지연 해체 방식을 캐나다가 선택을 했거든요. 그래서 한수원이 만약 월성 1호기를 해체하면 세계 첫 중수로 해체 사례가 되게 됩니다.

이렇게 됐을 때 한수원은 월성 1호기 해체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겠다라고 밝혔는데요. 아직 해체계획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술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또 이와 별개로 정부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 3천여억 원을 투입해서 원전 해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과기정통부는 이미 확보한 원전 해체 기술을 실증, 검증해서 현장 기술로 고도화시키고, 또 방사성 폐기물 분석 또 전문인력 양성 등 기반 기술 구축을 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고요. 또, 원전 해체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맞춤형 기술 개발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렇게 왜 원전 해체가 어려운 건지, 그리고 영구 정지된 두 곳의 원전 해체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봤는데, 이번에 취재한 내용이 그 앞서 말씀해주신 원전 해체 5단계 중에서 첫 단계인 해체 준비과정에 필요한 시뮬레이터라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수중 환경에서의 원전 해체 훈련용 시뮬레이터입니다. 원전 내부 핵연료봉이 있는 곳은 붕괴열 때문에 사실 핵연료봉을 물속에 담아둡니다. 이게 경수로 원전 방식인데요. 이렇게 물이 가득한 내부 구조물 안에서 구조물 벽면을 해체를 하려면 수중 절단을 꼭 해야 하고 이때에 수중 절단 기술과 수중 절단 방법들을 논의를 미리 해야 합니다.

이번에 개발된 시뮬레이터는 이러한 수중 환경에서 절단 과정을 진행을 할 때 실제로 어떻게 결과가 나오는지 이런 것들을 실제와 아주 유사하게 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레이저의 출력과 벽면의 두께 또 강도 이렇게 실제 데이터값을 토대로 해체 작업에서 원전 구조물이 어떻게 절단될지 물리적 현상까지 이 시뮬레이터가 반영을 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원전 해체를 훈련하는 시뮬레이터가 이번에 처음 개발된 건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난 2015년 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원전 해체 훈련용 시뮬레이터가 있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기존 시뮬레이터는 그래픽 위주로 동작이 구현되어 있어서 실제 절단할 때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을 구현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이게 무슨 말인지 와 닿지 않으니까 좀 더 제가 쉽게 설명해보면요, 기존 시뮬레이터에서 벽면 절단을 시도하면, 절단했다라는 결과가 바로 도출이 됐습니다. 하지만 벽면이 두꺼운 곳을 자를 때 레이저 세기가 만약 너무 약했다면 완벽히 잘리지 않았을 거고요. 반대로 레이저 세기가 너무 세면 절단면이 넓어지면서 2차 폐기물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연구진은 실제 원자로 내부 수중 환경을 모사를 해서 다양한 조건 속에서 물속에서 내부 구조물을 절단하는 실험을 우선 진행을 했고요, 이때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터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작업자는 2차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한 절단 방법을 연습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절단 폐기물을 용기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적재하는 방법까지 훈련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연구진의 자세한 설명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서 정 /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 레이저 출력이 얼마나 필요하고 속도를 어떻게 될지 이걸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저희들이 미리 그러한 레이저 출력이라든지 그 속도에 따라 절단이 어느 두께까지 잘렸는지를 미리 다 인공지능 데이터처럼 만들어서 시뮬레이터에 넣어 놨기 때문에 초보 작업자라도 훈련을 통해서 자꾸 (시뮬레이터를) 사용하게 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그런 작업입니다.]

[앵커]
요즘 현실 세계를 가상 공간에 넣어놓는 디지털 트윈이라는 기술이 많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비슷한 시뮬레이터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시뮬레이터를 이용해서 실제로 많은 훈련을 해보면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연구진도 실제 원전 해체에 투입될 작업자들을 훈련하는 데 가장 많이 활용될 것으로 우선 기대를 했는데요. 연구진은 우선 내년에 한전KPS와 협력을 해서 내부구조물 실물 모형과 개발한 시뮬레이터를 연동을 시켜 앞서 이야기했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먼저 갖고 있고요. 개발한 시뮬레이터에 냉각기계통과 같은 다른 원전의 부분을 적용을 한다면 원전 해체 훈련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개발한 시뮬레이터는 사실 고리 1호기 해체에만 활용되는 게 아니라 같은 구조를 가진 경수로 원전 해체 훈련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전 세계에서 30년 이상 운전한 노후 원전이 운영 원전의 67%에 해당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계 원전 해체 시장 규모가 오는 2050년 2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요.

이렇게 원전 해체 시장 자체가 확대되고 원전을 해체하려는 건수도 늘어날 예정이거든요. 이번에 개발한 시뮬레이터가 실제 원전에서의 수중 절단 환경을 그대로 구현해낸 만큼 세계 원전 해체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앵커]
잘 쓴 만큼, 마무리도 잘하는 게 좋겠죠. 이번, 절단용 훈련 시뮬레이터가 안전한 원전 해체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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