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이언스

위로 가기

[바이오 위클리] 불안장애 새 발병 원인 규명…치료제 개발 단초

2022년 11월 09일 16시 19분
■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 이성중 /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앵커]
불안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의학적으로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뚜렷한 해소방안이 없는데요.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뇌세포의 일종인 성상교세포가 불안 행동을 조절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규명해, 불안장애 극복을 위한 새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저희 방송에서 최근 리포트로 보도했는데, 오늘 바이오 위클리에서 한 발 더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연구자이신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이성중 교수, 이 내용을 취재를 한 이성규 기자 두 분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본격적인 질문 앞서서 우선, 우선 불안장애는 어떤 질환인지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흔히 불안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불안을 느끼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뇌 기능입니다. 우리가 어떤 불안을 느낄만한 상황에 노출이 됐을 때, 만일 불안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런 동물은 살아남을 수가 없는 거죠.

진화적으로 우리가 생존하기에 어떤 뇌는 필수적인 기능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 문제는 내가 위험한 상황에 노출이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불안을 느꼈을 때 불안을 조성하는 환경을 회피하는 등의 능동적 대응을 합니다.

하지만 불안을 극복하고 능동적 대응을 제대로 못 하거나 위험 환경이 아닌데도 지속해서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불안장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공황장애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불안장애에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앵커]
네, 그런데 교수님 불안이라는 게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상대적인 거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이유 때문에 이렇게 다른 걸까요?

[인터뷰]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의 뇌에는 불안이나 스트레스 시 이를 조절하고 능동적으로 극복하는 네거티브 피드백(negative feed-back) 조절 기능이 있습니다. 이런 뇌의 조절 기능은 유전적, 성장환경에 따라 사람마다 많이 다를 수가 있는데요, 어떤 사람은 불안감이 일시적이거나 불안을 쉽게 극복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똑같은 조건에서도 불안을 과도하게 느끼고, 불안감으로 다른 정상적인 뇌 기능이나 생활 자체를 못 하는 장애를 겪는 것이죠. 이런 경우를 불안 장애라고 흔히들 얘기를 합니다.

[기자]
교수님 불안장애 관련해서 연구에서 불안장애 실마리를 뇌 해마의 성상교세포에서 찾았는데요. 일단 뇌 해마가 어떤 역할을 하는 건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해마는 영어로 hippocampus라고 불리는 해마는 뇌의 측두엽 안쪽으로 위치한 피질 영역입니다. 전통적으로 이 해마가 우리 뇌에서 단기기억을 저장하는 핵심 기억저장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런 기억저장 역할과는 별도로 해마가 우리의 기분과 정서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 또한 근래 들어 밝혀졌습니다.

앞서 우리 뇌에는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우리 뇌에서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되면 불안과 공포를 일으키고, 뇌 시상하부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이 활성화돼 스트레스 반응이 올라갑니다. 해마의 신경 활동성이 편도체와 HPA axis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이번 연구의 핵심이 뇌세포의 일종인 성상교세포인데요. 다소 용어가 낯선데 어떤 세포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일반인들은 우리 뇌가 뉴런이라고 불리는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다고 흔히 생각하는데요. 신경세포는 뇌에서 일부분이고, 실제 뇌에는 신경세포보다 훨씬 많은 수의 다른 세포들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교세포이고, 교세포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세포가 성상교세포입니다.

참고로 교세포는 신경세포를 물리적으로 지지해주는 세포인데, 특히 이 가운데 성상교세포는 별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고, 그냥 별 모양 교세포라고도 불립니다.

예전에는 성상교세포가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 신경세포 주변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로 알려졌는데, 최근 연구에서 성상교세포가 뇌의 각 영역에서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해 뇌 기능을 조절한다는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결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기자]
교수님 연구에서 불안장애 원인을 새롭게 규명하기 위해서 광유전학이라는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광유전학 기술이란 어떤 기술인지요?

[인터뷰]
광유전학은 일반인들한테 생소하실 텐데요. 광유전학은 빛을 이용해서 세포의 활동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우리 뇌의 신경세포는 활동전위라는 세포막 전압 변이를 발생시켜 신호를 주고받는데요. 빛을 쪼여줘 세포막 이온 통로의 활성을 유도하면 신경세포의 활동전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전적 조작으로 생쥐 뇌의 A라는 특정 신경세포에 채널 로돕신(channel rhodopsin)이라는 빛에 반응하는 이온 통로를 만듭니다. 이후 살아있는 생쥐의 뇌에 광섬유를 삽입한 후 원하는 때 빛으로 자극을 주면 그때마다 A 신경세포만 자극받아 활성화됩니다. 생쥐가 어떻게 반응하며 행동하는지를 모니터하면 A라는 신경세포의 뇌 기능을 최종적으로 규명할 수 있습니다.

[기자]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서 불안장애 발병 원인을 새롭게 규명했다 이런 내용이잖아요.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는데요. 실험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인터뷰]
앞서 해마 영역이 불안 조절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렸는데, 그 정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성상교세포가 신경세포의 시냅스조절을 할 수 있다는 선행연구를 바탕을 두고 불안조절과 관련한 해마 성상교세포의 기능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성상교세포의 활동성을 생체 내에서 모니터할 수 있는 생쥐를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고, 칼슘 이미징 기법으로 생쥐 해마 성상교세포의 활동성을 실시간 모니터했습니다. 그 결과 생쥐가 불안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마다 해마 성상교세포의 활동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다음으로 해마 성상교세포 기능이 무엇인지 규명하기 위해 광유전학 기법으로 불안한 상태의 생쥐 해마 성상교세포 활동성을 인위적으로 증가시켜 생쥐의 행동 반응을 실험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빛 자극이 주어질 때마다 생쥐의 불안 행동이 감소하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이후 작용 기전 연구를 통해 해마 성상교세포 활성 시 ATP라는 세포전달물질이 분비되고, 그 결과 주변 신경세포의 활동성을 증가시켜 최종적으로 생쥐의 불안 행동을 억제한다는 불안조절의 새로운 기전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기자]
교수님, 그러니깐 이 불안장애를 조절하기 위해서 생쥐에게 광케이블을 심어서 빛으로 직접 자극을 준 거잖아요. 그런데 사람한테 사실 광케이블을 두개골을 뚫고 할 수가 없잖아요. 그렇다고 한다면 발견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어떤 전략을 해야 되는 건가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말씀대로 광유전학은 유전자 조작이 우선 선행되어야 하기에 현재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기에는 위험부담도 크고 기술적으로 한계도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는 저희가 해마 성상교세포의 생체 내 기능규명을 목적으로 광유전학 기법을 활용했는데요. 이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해마 성상교세포의 활동성을 증가시키면 불안장애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최종 검증한 데 있습니다.

만일 저희가 해마 성상교세포 활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좀 더 손쉬운 방법을 찾아낸다면, 사람의 불안장애 치료에도 바로 적용 가능하리라 봅니다. 현재 성상교세포 활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다양한 약물들을 스크리닝하고 있는데요. 이런 약물들이 향후 해마 성상교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불안장애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 뇌 연구 분야에서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신경 세포, 뉴런 같은 것들이 좀 집중적으로 연구가 됐고 성상교세포는 주류는 아니었습니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뇌 관련 질환 치료제 관점에서 성상교세포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인터뷰]
지난 100여 년간 뇌과학은 신경세포를 위주로 이루어졌습니다. 반면에 성상교세포는 거의 주목을 못 받았죠. 하지만 최근 10여 년 사이에, 성상교세포가 신경세포 사이의 정보교환, 즉 시냅스 활성을 조절하는 핵심 조절자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이후에 다양한 뇌 영역에서 성상교세포의 뇌 기능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치매나 파킨슨병, 조현병, 우울증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뇌 신경질환에 성상교세포가 관여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런 성상교세포의 기능 저하나 비정상적 활성이 뇌 신경질환의 발병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상교세포의 활동성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퇴행성 뇌 질환이나 정신질환에 효과적인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겠죠. 지금까지 퇴행성 뇌 질환이나 정신질환 치료제 개발은 주로 신경세포를 표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득이하게 신경계의 부작용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데, 신경세포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상교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제들은 좀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 적은 차세대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앵커]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의 병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하잖아요.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돼서 효과 좋은 불안장애 치료제가 나오길 기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이성중 교수, 이성규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두 분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 (sklee95@ytn.co.kr)

거의모든것의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