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마치 미술 전시회에 온 것처럼 제품도 보며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인 '팝업 스토어' 지나가다 한 번쯤은 보셨을 텐데요. 이처럼 예술작품과 브랜드를 접목시키는 '아트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아트 마케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국내외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 입니다. 안녕하세요.
최근 예술과 마케팅을 결합한 아트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고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뷰]
네,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외 유수의 브랜드들이 예술 작품이나 전시 등을 활용해서 다양한 아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주요 소비층으로 손꼽히는 MZ세대가 미술품을 쉽게 접하기도 하고 소비에도 열려있는 '아트슈머'이기도 하고요. 취향이 뾰족한 세대이기 때문에 문화예술 향유라던가 아트테크 등에도 굉장히 깨어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여러 브랜드들이 주 소비층인 MZ 세대를 겨냥한 전시나 아트콜라보 등 다양한 형태의 아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국내 미술 시장의 경우가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이유도 있겠죠. 예술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브랜드들이 아트 마케팅을 진행할 경우 브랜드는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나요?
[인터뷰]
아트 마케팅의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예술품이 지니고 있는 희소가치나 개성, 또 고급스러운 이미지 등이 기존의 브랜드 또는 제품과 더해지면 소비자에게 이전과는 다른 이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때문에 아트 마케팅을 통해서 브랜드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재정립하는 리브랜딩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실제 사례가 궁금해지는데요. 해외 사례부터 알려주실까요?
[인터뷰]
네, 최근 이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이 스케일적인 면이나 비주얼로도 세계적으로 굉장히 화제가 됐었는데요. 바로 ‘루이비통’과 쿠사마 야요이의 콜라보 입니다.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루이비통 건물에 일본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죠, 쿠사마 야요이의 형상을 대형 풍선으로 만들어서 설치해두기도 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건물의 외벽을 보시면 쿠사마 야요이의 시그니처 패턴인 알록달록한 도트 패턴이 장식되어있습니다. 이 정도의 스케일이라면 정말 파리에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샹젤리제 거리를 오가면서 한눈에 볼 수 있겠죠.
이번에 진행된 루이비통과 쿠사마 야요이의 협업은 2012년 첫 콜라보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하는데요. 루이비통의 핸드백이나 구두, 스카프, 의류 등 다양한 콜라보 제품을 발매했습니다. 또, 한때 뉴욕의 휘트니 뮤지엄에서 진행됐던 쿠사마 야요이 회고전을 루이비통이 후원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 동시에 쿠사마 야요이와의 콜라보 제품들을 뉴욕뿐만 아니라 파리나 런던, 도쿄 등 전 세계의 루이비통 팝업스토어에서 출시하고 판매했습니다. 굉장히 영리한 전략이죠. 루이비통은 쿠사마 야요이 외에도 무라카미 다카시나 우리나라의 박서보 화백 등 다양한 작가들과 콜라보를 통해서 꾸준히 아트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고요. 이 모든 프로젝트들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한 건물이 예술 작품인 것 처럼 엄청난 스케일의 아트 마케팅이네요. 국내의 아트마케팅 사례도 궁금한데요.
[인터뷰]
국내 아트마케팅 사례로는 브랜드 ‘설화수’의 아트 콜라보를 소개하고 싶은데요. 설화수는 2014년부터 ‘한국적 아름다움의 현대적 재해석’을 테마로 ‘Korean Art Collaboration’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이남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이 화제가 됐었는데요.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업을 통해서 제품의 효능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하고, 예술적인 해석도 더한 겁니다. 설화수가 한방 코스메틱 브랜드인데, 영상을 통해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미용법 등을 표현하면서 제품으로 연결시킨 겁니다. 단순하게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보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시각적으로 풀어주니까 가치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앵커]
신비롭고 친숙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설화수 브랜드가 속해있는 아모레퍼시픽 그룹에서 아트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올 3월,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설화수와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는데요. 앞서 2014년부터 꾸준히 국내에서 아트콜라보를 진행해왔던 설화수는 미술에 관심 많은 여성으로 꾸려진 ‘우먼 앤 크리티컬 아이’와 ‘아폴로 서클’이라는 젊은 서포터의 모임과 함께 이번 파트너십까지 다양한 아트 마케팅을 펼칠 예정입니다. 메트로폴리탄 프랑스 디렉터인 마리나 켈렌은 ‘설화수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지원을 통해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가 진행될 것이고, 협력에 감사를 전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또,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이번 파트너십이 설화수라는 브랜드에 있어서 굉장히 유의미하고, 그동안 브랜드가 중시했던 예술에 대한 철학을 선보이기에 최적이라는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설화수가 이런 마케팅을 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상승된 것 같은데요, 설화수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협업과 비슷하게, 브랜드가 전시를 여는 경우도 있던데요.
[인터뷰]
네, 국내외 유수의 브랜드가 자신들의 헤리티지를 알리기 위해 전시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된 명품 브랜드의 전시들을 살펴보면요. 우선 성수동에서 진행된 까르띠에의 '타임 언리미티드' 전시가 있습니다. 6월 18일까지 진행됐는데요, 특히 브랜드 전시에 있어서 이 성수동이라는 지역은 굉장히 중요한 곳이죠. 웬만한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 전시는 거의 성수동을 거쳐 간다고 보면 될 정도로 요즘 핫스팟입니다. 성수동의 팝업 스토어 전시가 성행하기 시작한 초창기에, 디올이나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의 팝업이 한몫 하기도 했죠.
최근에는 명품 시계, 주얼리 브랜드인 까르띠에가 '타임 언리미티드' 전시를 진행했는데요. 국내 첫 대규모 전시라 화제였다고 합니다. 까르띠에의 시계 제품군만을 다뤘기 때문에 브랜드의 역사부터 시계와 관련된 다양한 시각자료들도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각 모델이 탄생된 스토리를 오디오 도슨트로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까르띠에의 철학이나 브랜드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전시였겠죠. 이처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또 직접 착용도 해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의 전시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경험을 줄 수 있는 겁니다.
[앵커]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전시도 있나요?
[인터뷰]
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성격의 명품 브랜드 전시를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제가 최근에 다녀온 전시이기도 합니다. 루이비통에서 개최한 '루이비통 패션 아이 '서울 편' 전시인데요. 사라 반 라이라는 사진 작가의 작품들이 서울 회현동 소재의 ‘피크닉’에 전시되어있습니다. 사라 반 라이는 90년생의 사진작가로, 여행 사진을 찍는 트래블 포토 그래퍼인데요. 일상 속의 평범한 소재를 좀 다른 시선으로 포착하면서, 익숙함 속 새로움을 보여주는 작가로 루이비통 뿐만 아니라 에르메스와 샤넬 등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한 작가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라 반 라이가 포착한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우리가 아는 명품 브랜드의 전시와는 달리, 제품이 진열되어있지도 않고 로고나 제품을 착용한 모델의 사진이 걸려있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서울 곳곳의 풍경만이 벽에 걸려있는데요. 루이비통은 1845년 창립 이후에, ‘여행의 예술’을 브랜드의 철학으로 알려왔다고 합니다. 때문에, 올해로 8년째 ‘패션아이’라는 여행 사진집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루이비통에서 작년에 사라 반 라이에게 패션아이 컬렉션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사라 반 라이는 작년 여름, 약 2주간 서울에 머물면서 사진을 남겼다고 하고요. 사진을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작가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서울의 모습과는 또 다른 색다른 시선을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철학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예술과 협업하고 또 다양한 방식으로 아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말 많은 브랜드들이 아트마케팅의 덕을 보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아트마케팅 전시 꼭 한 번 가보길 바라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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