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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과학을 배운다? '요리하는 과학자'

2017년 06월 27일 15시 39분
[YTN 사이언스] 부엌에서 과학을 배운다? '요리하는 과학자'

■ 이강민 / 전북대 분자생물학과 교수

[앵커]
맛있는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굽고 지지고 볶는 과정이 필요하죠. 이 과정에는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는데요. 심지어, 요리 과정을 통해 과학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과학자가 있습니다.

오늘 '탐구 人'에서는 요리하는 과학자, 전북대 분자생물학과 이강민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의 별명이 '요리하는 과학자'라고 들었습니다. 굉장히 멋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별명을 가지시게 된 건가요?

[인터뷰]
낮에는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강의하고 저녁에는 저의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하기 때문에 주위에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인데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앵커]
그럼 오전, 오후에는 강의하고 저녁에는 레스토랑을 운영하시는 게 힘드시진 않으신가요?

[인터뷰]
아주 즐겁습니다. 왜냐면 레스토랑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같이 음식을 나누기 때문에 또 다른 행복입니다.

[앵커]
교수님의 요리관, 과학관을 반영해서 독특한 실험적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어떤 곳인가요?

[인터뷰]
요리는 시간과 공간이다. 시간으로는 제철 식재료이어야 하고 공간적으로는 로컬 식재료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의 레스토랑의 특징은 한 가지, 100% 예약제입니다. 그날 필요한 식재료는 새벽 재래시장에서 신선한 로컬 식재료를 구해서 사용합니다.

둘째, 메뉴가 없고, 있다면 제철요리, 주문요리 그러니까 철 따라 나오는 식재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메뉴가 없어야 하고요. 그리고 손님 중에 알레르기가 있다든지 수술을 하신 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분이 원하는 음식을 해드리기 위한 것이고요.

다른 한 가지는 저의 레스토랑이 한 공간, 한 테이블당 한 팀만 받고, 하루에 최대 15명 정도만 받는 특별한 방법으로 운영하는 레스토랑입니다.

[앵커]
굉장히 신선한 음식을 특별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공간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학교에서는 분자생물학을 가르치시잖아요. 이런 과학과 요리가 어떤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낮에 제가 가르치는 분자생물학이란 학문은 생물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설명하는 학문이다. 제가 추구하는 분자 요리학도 요리하는 과정을 분자적인 수준에서 해체하고 재조합해서 새로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요리를 만드는 하나의, 어떻게 보면 분자생물학이나 분자요리학은 같습니다.

그래서 요리를 과학으로 해석하고 과학으로 설명해서 신선하고 창조적인 요리를 만들고 싶은 저의 철학입니다.

[앵커]
분자라고 하면 일단 '분자요리'가 떠오르는 데요, 질소를 주입해서 독특한 식감을 만든다는 것이 방송에서 많이 나왔는데요.
교수님의 분자요리 강연도 굉장히 인기라고 들었는데 어떤 것들을 배우나요?

[인터뷰]
제가 10년 전에 학생들에게 평생 기억될 수 있는 강의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요리와 과학, 그래서 요리의 물리적인 것은 식감이나 탄성이라든가 어떤 점도라든지, 이런 것은 물리학적인 이야기고요.

화학적인 것은 요리에서 나오는 향이나 색을 만드는 것은 화학반응이고, 그런가 하면 식재료는 탄수화물이나 지방이나 단백질은 생화학적인 이야기고요.

우리가 어떻게 먹을 것이냐는 것을 제 강의에서 설명하니까 현실, 우리 생활과 밀접해서 굉장히 좋아합니다.

[앵커]
요리가 과학적인 행위이고 화학, 생리학, 물리학까지 알 수 있다고 설명해주신 것 같은데, 요리 속에 어떻게 이런 개념들이 녹아있는 건가요?

[인터뷰]
우리가 어떻게 보면 요리라는 것은 열을 가해서 나오는 화학반응, 그러니까 우리가 식재료를 150도 이상 가열하면 하여 수백 가지의 생성물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서 이 반응이 맛을 만들고 향을 만들고 색을 만듭니다.

음식을 먹는 것은 인간이거든요. 그래서 음식을 오감으로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한 것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또 다른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더 과학적일수록 더 맛있는 음식이 나올 수 있고, 과학적일수록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 드는데, 우리 생활 속에서 이런 것들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가령 우리가 스테이크를 구우면 정말 맛있는 스테이크는 밖은 약간 탄듯하여 고기 향이 좋지만, 내부는 촉촉한 육즙을 머금고 있는 스테이크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구울 것인지, 프라이팬 온도는 몇 도까지 올려야 할지, 어느 때 고기를 (프라이팬에) 올려서 육즙이 나오지 않도록 코팅하고 온도를 내려서 부드러운 육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은 또 다른 과학이고요.

튀김을 할 때 고기의 양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은 또 다른 과학적인 '비열'이라든지 이런 것에 관련한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요리를 통해서 과학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우리가 사실 요리라는 것은 뜻은 헤아릴 '요'에 다스릴 '리'거든요. 그래서 요리라는 것은 헤아려서 다스리는 것, 다시 이야기해서 헤아리는 것은 과학이고 다스리는 것은 요리거든요.

그런가 하면 요리라는 것은 옥스퍼드 사전에서 찾아보면 끓이고, 굽고, 볶고 찌는 것은 전부 과학용어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과학을 알아야 과학을 이해해야 좀 더 좋은 요리를 만들고 좋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가령 요즘 더운데 아이스 커피 마시잖아요.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차이는 온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거기에 우리가 목 넘김이라든가 향은 차이가 나죠.

그래서 우리가 음식에 과학적인 해석이 있어야 더 좋은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요리사로서, 요리 연구가로서 또 교수로서, 과학자로서 교수님의 최종 목표가 있으신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저의 최종 목표는 음식을 통한 우리 공동체의 행복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음식을 통하여 아픔을 치유하고 행복했으면 좋겠고요. 우리가 산업화하다 보니까 가정이 좀 해체되고 사람들이 그것을 만족하기 위해서 먹방을 보게 되는데요.

사실 식구라는 것은 사실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이거든요. 불어로 'companion'에서 'com'은 '같이' 이고, 'pan'은 '빵'이거든요. 그래서 '같이 빵을 먹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통해서 잊힌 가족 문화를 통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그 사람들이 음식 문화를 통해서 좀 더 행복했으면 하는 게 제가 음식을 하고 과학을 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과학자로서 요리 연구가로서 그리고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까, 결국은 철학적인 것까지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왜냐면 음식을 먹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은 인문학적인 것을 떠나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과학도 인문학, 철학이 목표가 되어야 과학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전북대 이강민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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