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사이언스 in Art] 예술의 대중화…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


■ 박수경 / 아트플랫폼 누아트 디렉터

[앵커]
과학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인류의 문명과 같이해 온 또 한 분야가 있죠. 바로 예술인데요, 세상에 알려진 유명 작품들이나 작가들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얼핏 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과학의 요소도 숨어있습니다.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에 보내드릴 사이언스 인 아트에서는 미술 속 숨겨진 과학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온라인 아트 플랫폼 누아트의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첫날인데,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과 실크스크린 기법을 이용한 작품 제작 방식에 대해 소개해주신다고요. 우선 앤디 워홀이라는 작가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먼저 앤디 워홀에 대해서는 많이 익숙하실 텐데요. 대표작으로는 마릴린 먼로나 캠벨 수프캔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1928년 피츠버그에서 태어난 앤디 워홀은, 대학 졸업 후 뉴욕으로 옮겨 보그나 하퍼스 바자 같은 매거진의 광고와 일러스트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상업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꾸준히 인지도를 쌓다가 전업 예술가로 행보를 바꿉니다.

1960년대부터 <캠벨 수프캔>이나 <코카콜라> 같은 유명 상품의 이미지를 차용해 작업하기 시작하데요. 후에 실크 스크린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을 넘어 작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앵커]
익숙한 작가이긴 하지만 대량으로 작품을 생산한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 같은데, 앤디 워홀이 어떤 기법을 사용했길래 대량으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나요?

[인터뷰]
네, 앤디 워홀은 실크 스크린 기법을 사용한 작품 대량 생산으로 마스터피스, 즉 오리지널 원화에만 주목하던 당시 현대 미술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실크스크린 기법은 1800년대부터 이용된 기법으로 주로 인쇄에 활용하던 판화 기법을 회화의 한 방식으로 정착시킨 겁니다. 작업 방식은 간단히 요약하면 나무 틀에 실크를 고정하고, 빛을 투과시켜 작업하고자 하는 방식인데요. 비춰진 도상에 잉크를 묻히는 원리입니다.

이 과정에서 감광유제, 감광기가 필요합니다. 이 실크스크린 기법은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의류나 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적으로 이용되고 있고요. 판을 넣어서 모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판화기법과 달리 좌우가 반전되지 않고 뚫어진 구멍 부분을 잉크가 통과해서 도안이 되는 원리로 공판화로 분류됩니다. 이런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하게 되면, 하나의 판으로 여러 종류의 잉크와 컬러들을 적용해 많은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고요.

[앵커]
뭔가 당시에만 해도 예술이라고 하면 예술가가 심혈을 기울여 한 작품을 만들어야 인정을 받았을 것 같은데요. 이 앤디 워홀이 실크스크린 방식을 도입했을 때 미술계에서 큰 타격이라는 반응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인터뷰]
네, 많은 시도들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인쇄 기술 따위를 사용하냐는 등 비난이 컸다고 합니다만, 사실 미술사의 많은 변화에 과학 기술의 발전이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예술을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에 포함시켰습니다. 미술, 예술을 뜻하는 아트(art)의 기원은 기술이나 기교를 뜻하는 테크네(Techne)라는 단어에서 왔는데요. 악기 연주자들이 오랜 시간 연습하고 능숙하게 악기를 다루는 훈련이나, 무용수들이 신체를 단련하고 동작을 익히는 부분에서 기술적인 맥락으로도 본 겁니다.

또 르네상스 시대까지는 그림을 그린다고 작가가 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기법과 방식, 재료를 다루는 법을 체득하고 특히 도제식 공방에서 교육을 거친 후 비로소 작가로 인정받곤 했습니다. 훗날 앤디 워홀이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작품을 대량생산하면서 운영하던 '팩토리'라는 스튜디오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됐는데요. 작업을 보조해줄 어시스턴트를 고용해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또 궁금한 게 앤디 워홀은 많은 기법 중에서도 왜 실크스크린 기법을 작업에 사용하기 시작했을까요?

[인터뷰]
앤디 워홀이 했던 유명한 말이 있는데요. "대통령도 나와 같은 코카콜라를 마신다." 말을 했거든요. 빈부의 여부를 떠나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코카콜라와 같은 아이템으로 현대 소비 사회의 특징을 나타낸 건데요. 당시 미술계에서 전위적으로 활동했던 앤디 워홀은, '예술이란 대중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지금 앤디 워홀의 작품은 가장 비싼 작품으로 분류되지만, 앤디 워홀이 살아있을 당시에는 작품을 대량 생산해 비교적 저렴한 값에 팔았다고 하고요. 작업을 통해 전통적인 미술과 대중 미술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던 앤디 워홀은 미술 작품을 쉽게 제작하고 배포하게 함으로써 마치 상품처럼 간주하기도 했습니다. 간편하게 제작 가능하고, 하나의 판이 완성되면 짧은 시간 동안 수십에서 수백 장을 찍어낼 수 있는 실크스크린 기법은 이런 앤디 워홀의 의도에 딱 맞는 방식이었던 겁니다. 또, ‘팩토리’라는 스튜디오에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많이 초대해서 작업 방식이나 영감을 논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앵커]
예술이란 대중을 위해 존재한다는 신념과 딱 맞는 기법이 실크스크린 기법이었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실크스크린으로 복제하듯 만든 작품들은 그 가치를 어떻게 매겨야 하나 궁금하거든요?

[인터뷰]
앤디 워홀은 반복, 복제라고 해서 그것들이 다 같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생각해 보시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상품들 생각해보시면 어떤 상품은 맛에 조금 차이가 날 수도 있고, 외관이 살짝 다르게 제작되기도 하잖아요? 종종 불량품이 나오기도 하는데, 앤디 워홀의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캠벨 수프 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같은 도안을 사용했지만, 캔마다 이름을 다르게 했고요, 마릴린먼로 시리즈도 비교해보면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작업실의 이름을 '팩토리 스튜디오'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앵커]
실크스크린 기법이 단순히 하나의 기법을 넘어서 미술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질 것 같은데요. 조심스러운 질문인데 지금은 앤디 워홀의 작품을 얼마 정도면 살 수 있나요?

[인터뷰]
현지 시각으로 5월 9일에 열리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 출품 목록에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 중 하나인 <샷세이지 블루매릴린>이 올라왔다고 하는데요. 경매 시작가가 2억 달러로 책정됐다고 하고요. 역대 최고 낙찰가 기록을 세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라는 작품이 4억 5,000만 달러로 한화 약 5,495억 원에 낙찰됐었는데, 이 작품 시작가가 1억 달러였는데 이번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작품이 2억 달러 시작이니까 시장에서는 이번에 이 작품이 최고 낙찰가를 경신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저 같은 사람은 구경으로 만족해야겠군요. 2억 달러면 한화로 2,000억 원이 넘는 금액인데 나중에 낙찰가 얼마가 나올지 기대가 되는데요. 실크스크린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꼭 실크스크린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판화로 유명한 작가는 또 누가 있나요?

[인터뷰]
국내 작가 중에는 황규백 화백이 있는데요. 주로 파리와 뉴욕, 서울을 오가면서 활동했는데 뉴욕 시절에 이미 세계적인 판화가로 명성을 누렸고요. 특히 바늘로 동판을 직접 긁어 작업하는 메조틴트 기법을 현대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1984년 사라예보 동계 올림픽 포스터 작업도 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판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해외 작가 중에는 일본의 앤디 워홀이라고 불리는 무라카미 다카시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꽃 모양의 플라워페이스 작품이 아마 가장 익숙하실 겁니다. 우리나라 빅뱅의 지드래곤이 한 때 뮤직비디오에서 다카시의 플라워페이스 옷을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이 플라워페이스 도상의 판화도 에디션으로 많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미술의 장벽을 낮추는 데 과학의 역할이 컸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미술 속 숨어있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많이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누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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