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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대한민국 과학 대중화 이끈다…국립과천과학관


■ 이정모 /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앵커]
노벨상을 꿈꾸는 어린이부터 노인, 외국인까지 체험을 통해 과학을 배우는 곳이 바로 과학관인데요. 대한민국을 과학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과학 문화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관장님은 지난 2020년 2월에 취임하셔서 2년 3개월 정도 과학관 운영을 맡아 오셨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보내셨는지 간단하게 소회 한마디 해주시죠.

[인터뷰]
네, 관장 취임 후 첫 번째로 결재한 게 무기한 휴관이었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였겠지만 코로나 19는 생각지도 못한 사변이었고, 때문에 처음에 계획했던 일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뛰어난 방역 당국의 헌신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가지게 되었죠. 과학관 직원들로서도 처음으로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하여 기획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과학관이 가져야 할 모습에 훨씬 더 접근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앵커]
무기한 휴관을 결재하면서 아쉬움이 크셨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지난 2년 동안 많은 사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는데, 과학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인터뷰]
네, 과학관의 기본 사명은 전시, 교육, 연구인데요. 외부 업체에 의존하던 형태에서 벗어나서 전시 프로세스의 거의 모든 부분을 과학관 동료들이 직접 하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또한, 막연하게 생각했던 '온라인 과학관'사업을 구체화 시킨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일례로 2019년도까지 우리 국립과천과학관의 유튜브 구독자가 922명이었는데요. 현재는 6만 명 이상이 구독하고 있죠. 과학관 직원들이 자기의 전문성을 살려 직접 기획, 출연, 편집하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선보인 것도 새로운 시도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겉으로는 드러나는 일은 아니지만, 수도권 과학관과 협력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것도 성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도권의 각 과학관은 저마다의 장점이 있습니다. 각 과학관의 장점과 운영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국민에게 과학 문화 체험 서비스를 더 제공하게 됐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장애인과 노인 그리고 외국인도 과학관에서 과학을 즐길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것도 나름의 변화입니다. 저희는 장애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시설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을 위한 교육과 전시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습니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를 개발하고 고글을 쓰면 아바타가 등장해서 수어로 해설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습니다. 과학관도 문화복지 시설로 자리매김시키는 2년이었다고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앵커]
코로나 시기가 잠깐 쉬어가면서 잘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과학은 직접 체험해야 이해도 쉽고 재미를 붙일 수 있잖아요. 과학에 어떻게 비대면을 적용했나요?

[인터뷰]
잘 아시다시피 코로나 19 팬데믹 환경에서 배달과 구독 문화가 급격히 성장했는데요. 저희는 여기에 착안해 과학관에서 집으로 직접 체험이나 실험을 할 수 있는 재료들을 키트로 만들어서 보내주고, 동영상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실험 방법을 안내하고 각 결과에 대해 피드백 할 수 있었습니다. 대중 강연의 경우 처음에는 중계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금방 능숙하게 과학 강연을 중계했고요. 대면에 비해 장소나 시간적 제약이 적다 보니 청중들도 오히려 더 자유로웠고, 실시간으로 반응해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깊은 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대부분 사업은 대면으로만 진행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하면 훨씬 더 좋은 사업도 있기 때문에 코로나 19가 완전히 끝나도 아마 우리 과천과학관의 온라인 교육은 계속될 것입니다. 현재 과천과학관에서는 실험 장비를 활용한 특화랩 수업, 전시관 현장에서의 전시 연계 수업, 그리고 단체 수업 등 대면 프로그램도 동시에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앵커]
제가 방금 화면에서 관장님을 본 것 같은데 맞으신가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과학관에서 코로나 19를 겪은 지난 2년 동안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바이러스의 고백', 이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게 어떤 전시회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인터뷰]
우리는 무려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과학의 시대죠. 최고의 문명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우리 인류는 21세기에도 각종 감염병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대부분 새로운 것들입니다. 신종플루, 메르스, 사스, 에볼라, 조류인플루엔자, 그리고 코로나 19 같은 것들이죠. 감염병 발생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고 그 위력은 코로나 19 팬데믹을 통해 우리가 절실히 경험했죠.

전문가들은 앞으로 3~4년 이내에 코로나19급의 또 다른 팬데믹이 또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면서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처럼, 코로나 19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신종감염병 전성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한 답을 찾자는 생각에 <바이러스의 고백>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19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오랫동안 함께해 온 바이러스가 어떻게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바이러스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하는 전시입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이 우리 과천과학관을 방문하시면 바이러스가 인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지구 생명체들과 연결된 관계 속에서 바이러스와 함께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야 할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앵커]
들어보니까 한자어 고백과 뒤를 돌아본단 고백의 중의적인 표현이 들어간 전시이군요, 얼마 전에는 과천과학관의 전시물을 콜롬비아에 가서 소개하고 왔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콜롬비아까지 가게 된 것이고,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인터뷰]
올해가 우리나라와 콜롬비아가 수교한 지 60년 되는 해입니다. 양국이 각국의 국제도서전에 상대국을 주빈국으로 초대했죠. 문화관광체육부가 우리 과학관의 참가를 요청했습니다. 우리는 18개의 전시물을 가지고 참가했습니다. 콜롬비아는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입니다. 우리 전시물은 읽고 아는 게 아니라 생각하고 대화를 해야 해요. 우리는 스페인어를 못하죠. 과학도 잘 알고 스페인어도 잘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누굴까요? 콜롬비아에 현지 과학관 사람들이겠죠. 당연히 우리는 현지 과학관과 협력하여 전시 운영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대표 과학관인 말로 카 과학관과 MOU를 체결하고, 체험전 운영을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간 18종의 전시물을 말로카과학관에 기증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과학관이 해외 과학관에 기증한 최초의 사례라고 하더군요. 현장의 분위기는 대단했습니다. 주빈국인 한국관의 전체 분위기도 좋았어요. 총 60만 명의 관람객 가운데 31만 명이 한국관을 찾았거든요. 거기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 가운데 하나가 우리 과천과학관 코너였으니 30만 명이 다녀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콜롬비아 국민에게는 흥미로운 경험이었을 겁니다. 도서전에서 만나는 과학전시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오직 서울국제도서전에서만 일어나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콜롬비아 국민도 기후위기와 멸종에 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이 주제로 강연했는데요. 열띤 질문을 해주셨고, TV와 라디오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제 개인으로서도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앵커]
정말 과학은 국가나 인종을 따지지 않고 모두의 관심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과학관은 단순히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시설로 인식이 아직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관장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인터뷰]
말씀하신 것처럼 과천과학관도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한테는 아주 유명하지만, 반면 이름조차 못 들어봤다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고, 나와는 먼 너무나 어려운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과천과학관은 성인도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확대해왔습니다. 시니어 대상 전통과학 프로그램, 아예 청소년들은 신청도 받지 않는 19금 성인 대상 과학파티, 교사연수, 학부모 연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양한 전시와 체험전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현재 과학관의 대부분의 방문 고객은 주중에는 중고생 단체관람, 그리고 주말에는 어린 자녀를 위한 가족 방문객이 주를 이루죠. 제 꿈은 과학관이 젊은이들이 데이트 하는 공간, 장수 시대에 퇴직자가 새로운 공부를 하며 우주와 인간에 대해 성찰하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냥 되지 않겠죠. 과학관이 더 많이 변해야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과학은 어렵고 따분하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인터뷰]
가장 좋은 과학관은 자기가 자주 갈 수 있는 과학관입니다. 우리나라에 이미 147개의 과학관이 있는데, 2천 개도 넘는 도서관 숫자에 비하면 아주 작은 숫자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과학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는 아주 적다고 생각을 합니다. 작은 도서관이 시민이 사는 마을로 들어갔듯이 과학관도 작아져서 마을로 들어가야 하고, 시민이 오기만을 무작정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이제는 시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이젠 21세기잖아요.형태도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보는 과학관에서 배우는 과학관으로 그리고 직접 하는 과학관으로 말입니다. 과학관은 보는 곳이 아니라 체험하고 토론하고 실험하는 곳이 되어야 하지요.

물론 이런 일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고, 우리가 과학관을 당장 설립할 수는 없지만 과학문화를 활성화 하는 시민 과학 프로그램은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과천과학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이동 가능한 전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시품도 단순히 어떤 과학 원리를 설명하는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아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라는 질문을 주는 형태로 만들었고 벌써 80개나 만들었습니다. 이게 얼마나 좋냐면 아무데나 가서 박스만 열면 그냥 전시가 시작되고, 이런 체험 전시물의 원조라고 알려진 미국의 익스포라토리움에서도 깊은 관심을 가질 정도예요. 작년에 80종 가운데 15개 정도를 가지고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앵커]
과천과학관이 대한민국 과학 소통 현장 중심에 서길 바라겠습니다. 앞으로 남은 임기 기간 동안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인터뷰]
우리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엔 글을 읽고 쓰기만 해도 행복했습니다. 이젠 과학의 시대입니다. 내 주변을 과학이 온통 둘러싸고 있죠. 과학의 시대엔 과학을 즐길 수 있어야 행복합니다. 모두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 과학을 배우고 경험하는 게 아닙니다. 과학을 통해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세상에 대한 합당한 태도를 익힘으로써, 안전하게 안심하면서 그리고 자기의 돈과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서죠. 그래야 사회가 명랑해지니까요.

그래서 과학관이 중요합니다. 늘 그래 왔듯 과천과학관 혼자 발전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과학관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자원을 공유하며, 누구나 와서 과학을 배우고 소통하며 과학문화를 발전시키는 과학문화 공유의 중심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 쉽고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세상과 과학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충실히 해 나겠습니다.

[앵커]
관장님의 말씀이 정말 재밌으셔서 좀 더 듣고 싶지만, 시간 관계상 이쯤에서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국민이 과학을 친근하게 느껴야 우리 과학기술계가 발전할 토양이 마련될 텐데요. 앞으로도 과학계와 국민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잘 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과학의 달인>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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