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투데이

[과학의 달인] 불확실한 기후 전망…기후모델 평가로 정확하게 예측


■ 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앵커]
홍수와 가뭄, 폭염과 혹한 등 이상기후의 위협이 갈수록 잦아지면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화두가 됐습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지구온난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수십 년에 걸쳐 지구 온도를 분석해왔는데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김형준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올해 유난히 산불이 많이 나고 있는데, 이번 동해안 산불만 하더라도 이상 가뭄 때문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하잖아요. 이제는 기후변화가 우리 생존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데, 교수님께서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이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을 분석하는 학문이죠?

[인터뷰]
네, 저는 지구 수문학이라는 분야를 연구합니다. 지구 수문학은 1980년대 초에 태동했습니다. 학문으로서는 상당히 젊은 분야라고 할 수 있죠. 기후과학과 수공학의 융합형 학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미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위기인 기후변화 또한 지구수문학의 핵심적인 연구 분야의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태풍 때문에 홍수가 더 자주 나는 것 같은데 이게 기후변화 때문이냐”라는 질문이 지구 수문학에서 답하고자 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미래 기온이 1.5도 혹은 2도 혹은 3도와 같이 다양한 온난화가 일어났을 때 전 세계 각지의 물과 재해 그리고 나아가 에너지, 식량, 경제 등에 어떠한 영향이 나타날까?"와 같은 예측을 하고 그에 대한 미래 전략을 구상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게 미래에 기온이 어느 정도 오를 것 같다는 예측은 누가, 어떤 근거를 토대로 예상하는 건가요?

[인터뷰]
기후 변화 시나리오들은 미국, 일본,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독일에 있는 국제 기후 환경 영향 평가 연구기관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통합 평가 모델, Integrated Assessment Model이라고 하는데요. IAM이라는 모델을 이용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왜 만드느냐 생각하실 수 있을 텐데요. 이제는 많은 분이 지구온난화 즉 기후 위기는 주로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야기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후를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자연 그대로의 지구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사회 경제가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 예를 들어 인구가 어떻게 될지, 경제 성장이 어떻게 될지, 또 거기에 필요한 에너지나 토지 이용은 어떻게 될지 그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어떻게 될지 그리고 그때 지구 시스템은 어떻게 반응하고 그런 반응들은 사회경제에 다시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순환 고리가 바로 미래 시나리오들입니다.

이러한 미래 시나리오는 사회경제적 미래 경로인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s)와 온실가스 농도의 대표적인 미래 경로인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의 조합으로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앞으로도 전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해서 개발하면 백 년 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 배가 넘는다." 혹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앞으로 각국의 사회경제가 어떻게 개발이 되어야겠다"와 같은 맥락인 거죠.

[앵커]
말씀 중에 모델, 시나리오 같은 말이 나오는데, 기후변화를 예측하려면 기후모델이라는 걸 만들어서 가상시험을 해본다고 들었거든요. 기후모델이 뭔지 자세히 알려주시죠.

[인터뷰]
기후모델은 지구의 메타버스나 디지털 트윈이라고 상상하시면 이해하시기 편할 것 같습니다. 지구의 대기권, 바다,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물리 현상들을 가상공간에 재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지구의 3차원 공간을 잘게 나누고 거기에 시간을 더한 4차원 시공간에서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을 지배하는 방정식들을 수치적으로 풀어내는 겁니다.

따라서 기후모델이 있으면 강수량이나 바람, 기온과 같은 기후요소를 임의의 시간과 공간에서 알 수가 있게 됩니다. 이렇게 지구 전체를 시뮬레이션 하는 데는 막대한 데이터와 계산량이 필요한데요. 보통 수퍼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각국의 많은 연구소에서 독자적으로 기후모델을 개발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서 이용하는 기후 모델링 프로젝트인 CMIP에는(현재 제6차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 40여 개의 기관에서 100여 개의 기후모델이 실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앵커]
강수량과 바람, 습기, 압력 등 기후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한 시뮬레이션이 기후 모델이라는 설명이신데요. 듣기만 해도 계산이 복잡할 것 같은데, 정확도는 어느 정도 되나요?

[인터뷰]
제가 조금 전에 기후모델을 지구의 메타버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그 메타버스의 성능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우선 메타버스 자체의 정교함이 있겠죠. 얼마나 많은 부분을 현실과 비슷하게 구현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지구와 같이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은 무수한 구성 요소가 있고 기후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에 대해 우리의 이해와 구현된 모델이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지난 50여 년간 기후 모델은 컴퓨터의 성능이 올라가면서, AI와 같은 새로운 방법론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인공위성이 지금까지 관측하지 못했던 기후요소를 감지할 수 있게 되면서, 눈부신 성능 개선을 이뤄냈지만, 아직 많은 부분에서 갈 길이 멀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에 더해 제가 조금 전에 IPCC 보고서에 이용되는 모델이 100여 개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모델들은 서로 다른 예측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기관에 따라 다양한 제약 조건 또는 활용 우선순위가 다르므로 모델의 개발 및 검증 과정 또한 서로 다른 상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IPCC의 기후변화 보고서와 대다수의 기후변화 관련 연구들은 기후 예측 결과들을 이용할 때 각 모델의 성능에 따른 차등을 두지 않고 단순하게 평균 내는 방법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앵커]
예측 성능이나 특성과 관계없이 100여 개 모델에서 나오는 결과를 그냥 평균 내버리니까, 정교한 예측이 어렵다는 말씀인데요.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방법을 교수님께서 연구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겁니까?

[인터뷰]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는 주로 앞서 말씀드린 CMIP이라는 기후 모델링 프로젝트를 이용합니다. 저희가 CMIP을 활용해 1850년부터 2100년까지의 기후를 시뮬레이션해봤습니다. 지금 화면에 3D로 된 지구 구면이 나오고 있을 텐데, 보시는 바와 같이 시간이 갈수록 점차 지구가 더워지는 것을 알 수 있고요.

2100년에 우리가 탄소 중립을 실천해 지구 기온이 2도 이내에 상승에 멈춘다면 왼쪽 그림처럼 되겠고, 4도 상승한다면 오른쪽 그림처럼 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방금 보신 3D로 된 지구 구면은 100개의 모델이 동원돼 시뮬레이션 된 시나리오 결과입니다. 모델이 다양한 만큼 여러 예측값이 존재하고요. 그러므로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우리 연구팀은 실제 온도 변화를 잘 예측하지 못한 모델들을 골라내는 방법을 제안하고, 그러한 모델을 뺐을 때 예측 성능이 어떻게 개선됐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요. 그 결과 강수량의 예측 불확실성을 많이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저희는 미래의 강수량변화에는 에어로졸의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 가정하고 세계 평균 에어로졸 배출량이 거의 변하지 않은 최근 30여 년의 기간을 선택해 모델을 평가했습니다. 기온 변화는 주로 온실가스의 농도 변화 때문에 결정되지만, 강수량 변화에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인 에어로졸이 함께 작용하는데요. 앞으로 이 에어로졸은 적극적인 대기오염 대책으로 배출이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저희는 예측합니다.

[앵커]
이번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최초 사례인가요? 그렇다면 이번 성과는 기존의 연구 결과물들과 비교할 때,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인터뷰]
"과거의 일어난 온난화에 대한 성능이 비교적 좋지 않은 모델을 골라냈더니 미래 기후의 예측 불확실성이 감소했다" 라는 연구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미 몇 차례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평균 기온 상승에 대한 연구였으며 온난화에 따른 강수량의 변화 관계를 이용한 연구는 번번이 실패해왔습니다.

저희는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했던 과거 연구들과 달리 사과와 사과를 비교함으로써 바른 평가를 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단지 간과하고 있었던 간단한 아이디어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앵커]
앞서 성능이 안 좋은 모델을 골라냈다고 말씀하셨는데, 반대로 좋은 모델도 있을 것 같거든요. 기후 모델을 평가하는 방법도 설명해 주시겠어요?

[인터뷰]
기후모델의 예측 성능을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변화와 지구 온난화의 관계를 평가하는 데에는 주로 '기후 민감도'라고 하는 지수를 이용합니다. 간단하게 말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두 배로 했을 때 각 기후모델이 시뮬레이션하는 지구의 평균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모델은 이산화탄소가 많아져도 온도가 덜 올라갈 수 있고 어떤 모델은 온도 증가가 더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겠죠. 그렇다면 과거에 실제로 관측된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진행된 온난화 정도를 잘 시뮬레이션한 모델은 그렇지않은 모델에 대해 더욱 정확한 기후 민감도를 가지고 있는 셈이고 그 모델은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더불어 일어날 미래의 온난화 또한 잘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실제 최근에 출판된 IPCC의 6차 기후변화보고서에서 꼽은 중요한 발전 중 하나가 5차 보고서보다 기후모델 간의 기후 민감도의 차이가 크게 줄었다는 것입니다. 수년 전보다 기후모델들의 성능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앵커]
그렇다면 말씀하신 6차 기후변화 보고서에는 앞으로의 기후변화를 어떻게 예측하나요?

[인터뷰]
최근 출판된 IPCC의 6차 보고서는 미래 시나리오에 따라, 다시 말해 인류의 노력 정도에 따라 21세기 말의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에서 4.4℃ 정도 상승하리라 예측했습니다. 사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잘 와 닿지 않습니다. "고작 몇 도 상승 때문에 뭐가 그리 호들갑이냐"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평균의 변화와 함께 변동성이 증폭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IPCC는 이번 보고서에서 평균 기온이 1.5℃ 상승하면 10년 만에 한 번 오는 폭염이 4배 이상 자주 오고 2℃ 상승 시 5.6배, 4℃도 상승 시 9.4배 이상 자주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50년 만에 한 번 오는 폭염은 기온 4℃ 상승 시 무려 40배 가까이 자주 올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참고로 폭우나 가뭄의 경우에는 10년 만에 한 번꼴로 오는 이벤트가 지구 평균 온도가 4도 상승했을 시 각각 세배 그리고 네 배 자주 온다고 예상했습니다.

이러한 기후 변동성의 증가는 농수산업, 생태계, 건강, 에너지, 경제 등 인류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다가올 사회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더욱 현명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카이스트 문술 미래전략 대학원이라는 곳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계시잖아요. 여기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 곳인가요?

[인터뷰]
저희는 미래를 연구합니다.

[앵커]
문술이라는 이름에서 생소함을 느껴서요.

[인터뷰]
생소하실 텐데요. 정문술 회장님이 거액을 맡기셨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연구를 카이스트에서 해달라는 뜻을 받아서 저희가 문술 미래전략 대학원을 만들었고요. 이제 미래를 구상하기 위해서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교수님이 융합적으로 다 같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미 현실이 돼버렸으니 이걸 제대로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과학의 달인, 지금까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김형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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