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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고농도 산업폐수 정화 필터 국산화한다…조소혜 연구단장

■ 조소혜 / 극한환경 반응형 필터 소재연구단장

[앵커]
반도체와 같은 전자 제품은 제작 과정에서 고농도의 산업 폐수가 발생하는데요. 이를 처리하기 위한 산업용 필터 수요가 계속 늘고 있지만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 국산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극한환경 반응형 필터 소재연구단의 조소혜 단장 모시고 이와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 이후 우리 산업 과학계에 큰 변화가 있었죠. 기술 독립을 위해 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국산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됐는데요. 극한환경 반응형 필터 소재 연구단 역시 그런 맥락에서 만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단장님께서 직접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있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기술 확보가 시급한 100대 핵심품목들이 도출되었습니다. 이들 품목 중 소재 자립화를 목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작년부터 소재혁신 선도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 17개 연구단이 선정되었고, 핵심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하고 미래 소재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R&D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제가 참여하는 극한환경 반응형 필터 소재 연구단은 2020년 8월에 헤파필터와 여과장치 소재의 자립화 및 기능 고도화를 위해 설립됐고요. 현재 각각 3개의 출연연구소, 대학,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단은 반도체 등 전자제품 제작 과정에서 고농도의 산업 폐수가 발생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정화하기 위한 고내구성/고기능성 필터 소재 R&D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앵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군요. 앞서 말씀 중에 반도체 같은 전자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고농도 산업 폐수가 만들어진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유해 물질이 만들어지고, 정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인터뷰]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 제작 과정에는 식각공정이 반드시 포함되는데요. 식각공정은 불산을 사용하는 화학적 식각과 입자를 이용하는 물리적 식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화학적 식각 폐수 내에는 고농도의 불산과 산화제, 무기부산물, 유기용제 들이 포함되고요, 물리적 식각 폐수는 산, 산화제, 구리이온, 산화물 입자, 유기용제 등 매우 다양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폐수의 정화 방법으로는 미생물을 이용하는 생물학적 방법, 화학약품을 이용하는 화학적 방법, 분리막을 이용하는 물리적 방법, 수산화 라디컬을 이용하는 고도산화공정 등이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식각 폐수의 경우 그 산도가 높고 유기용제의 비중도 높아 환경 유해성이 높은 극한환경 폐수로 분류될 수 있고요.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 현재까지는 침전제, 응집제 등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화학적 정화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정화방법의 문제점은 폐수 내 유해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제거하기 위해 과량의 화학약품이 사용된다는 점과 처리 후 발생하는 많은 양의 불순물이 소각 혹은 매립 처리되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분리막을 이용하는 물리적 공정이 약품 사용이 배제된 친환경적 수처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고, 식각 폐수와 같은 극한환경 폐수 처리를 위해 기존 분리막 필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고내구성 소재 기반의 필터개발이 요구되는 실정입니다.

[앵커]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왔는데요. 정리하자면 폐수 자체에 오염물질도 그렇지만 화학물질, 필터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도 환경 오염에 큰 문제가 있군요. 그런데 물리적 공정, 분리막을 이용한 정화 처리 기술 대부분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산업용 정화 필터가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 안 된 이유가 있나요?

[인터뷰]
네. 국내 산업용 정화 필터 제조 산업이 실제 상당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 소재가 폴리프로필렌과 같은 범용성 고분자 소재로 국한되어있고, 불소계고분자 혹은 세라믹 소재로 구성된 고내구성 필터의 경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가정용 공기청정기 필터와 같이 산업용 정화 필터도 일정 기간 사용 후 교체를 해야 하고 이에 따른 고정 비용이 발생하는데요. 따라서 국내에서는 고가의 고내구성 필터보다는 저가의 범용 필터 위주로 기술개발 및 산업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강화되는 환경규제, 친환경 기업 이미지 확보 등의 이유로 고내구성 필터 사용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우리 힘으로 그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도 함께 커지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고내구성 필터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인터뷰]
대표적으로 고온, 고내식성을 갖는 소재인 불소계고분자 혹은 세라믹 소재로 구성된 필터가 있습니다. 특히, 불소계고분자의 경우 국내에 가공이나 및 응용기술은 많이 개발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원 소재 합성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원 소재를 전량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또 다른 수출규제와 같은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반드시 자립화가 필요한 소재로 볼 수 있습니다. 세라믹 필터의 경우 그 원 소재가 되는 세라믹 분말은 다행히 국내 소재기업이 보유하고 있어 자립화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세라믹 필터 제조를 위해서 분말 압출, 소결, 기공 제어 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됩니다. 세라믹 필터의 글로벌 시장이 연평균 11.1%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향후 수요를 대비해서 이러한 요소기술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내구성 필터의 가장 큰 단점은 높은 단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단에서는 이 필터의 높은 단가만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필터의 수명 증가를 위한 요소 기술도 동시에 개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차압을 줄이는 표면 기능화, 다차원 구조화를 위한 플라스마 처리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교체 주기를 늘려서 고가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합니다.

[앵커]
고내구성 소재가 훨씬 더 좋은 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 비싸서 문제였는데 그 부분을 개발하고 개선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기존에 있는 필터와 비교했을 때 연구단에서 새로 개발하신 필터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우리 연구단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불소계고분자와 세라믹 소재로 구성된 고내구성 필터를 그 원 소재 기술을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공정, 모듈 시스템 기술까지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내구성 소재를 필터로 사용하면, 기존에 별도로 사용되던 수산화 라디컬을 생성하는 고도산화반응 기반의 정화방법을 필터 기반의 물리적 방법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요. 이 점에 착안해서 반응형 필터를 새롭게 제안하고 기술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응형 필터는 나노 촉매소재가 복합화돼서 산화 반응성을 갖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하고, 그 외 표면의 다층구조화, 기능화 코팅기술들이 접목돼서 내오염성 및 수명이 향상되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반응형 필터를 사용하면 기존에 병렬형으로 사용하던 다단계 정화시설이 하나의 공정으로 합쳐져 폐수를 한 번에 정화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따라서 이에 따른 에너지 절감과 부지면적 축소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 방법으로 제거하기 힘든 저농도의 유해물질까지 필터의 촉매와 흡착기능을 이용하여 능동적으로 제거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앵커]
저는 단장님 말씀을 들으면서 이런 말이 생각나네요. 잘 만든 반응형 필터 하나가 열 필터 부럽지 않다는 말이 생각나는데요. 필터 하나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거군요.

그런가 하면 단장님께서 계신 연구단에는 KIST 이외의 출연연과 대학, 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세부 연구마다 기업과 기관, 학계가 함께 한다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요?

[인터뷰]
우리 연구단은 과기부의 국가핵심 소재연구단 중 소재혁신 선도프로젝트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재혁신 선도프로젝트는 원 소재 개발부터 공정기술과 시스템까지 연계하는 플랫폼형 기술개발을 통해 소재 자립화를 지향하는데요. 이를 위하여 성숙도 있는 원 소재 혹은 공정기술을 보유한 출연연이 연구단을 리드하고, 학계에서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민간기업이 대량화 혹은 모듈화에 기여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 연구단은 총 9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하고 있고, 총 4개의 세부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1세부는 KIST가 부경대와 제이앤엘테와 함께 유해물질 제거용 나노복합필터 소재기술을 개발하고, 2세부는 한국재료연구원을 중심으로 이화여대와 아이비머티리얼즈가 고위험 폐수 처리를 위한 세라믹 필터 소재기술을, 3세부는 한국화학연구원이 충남대와 극한환경용 용융 가공성 PTFE계 필터 소재기술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 파트가 개발한 소재를 마지막에는 KIST와 케이원에코텍이 산업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필터 모듈 시제품을 만들 예정입니다. 이렇게 세부 연구마다 기업과 출연연, 학계가 함께 하면 상업화를 위한 니즈 파악이 빠르고요, 시장 맞춤형 R&D가 가능해져서 소재 산업의 death valley라고 불리는 기초에서 상업화로 연결하는 응용단계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앵커]
산학연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단에서 목표로 하는 산업용 필터 개발에 성공하면 산업적으로 어떤 것들을 기대할 수 있나요?

[인터뷰]
현재 대부분 전자제품 생산공장에는 생산 라인 보다 더 큰 부지가 정화시설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요,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하루 평균 16만 톤의 물이 사용된다고 해요. 그 양은 2ℓ들이 생수병 8천만 개에 달하는 셈인데, 이 정도면 도시 하나의 정수장과 맞먹는 양입니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었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물 사용량 저감을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목적으로 우리 연구단이 목표로 하는 반응형 필터가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공업용수를 정화해 재사용할 수 있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고, 폐수 정화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양을 대폭 줄일 수 있어서 수자원 확보라는 산업적 효과와 환경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개발하는 반응형 필터에 들어가는 소재나 요소기술들을 따로 사용할 경우 폐수처리 외 산업용 폐가스 처리, 공조 필터, 가정용 공기청정기용 필터도 만들 수도 있어서 넓은 산업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앵커]
꼭 개발에 성공해서 말씀하신 효과들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얼른 오면 좋겠네요. 총 5년의 연구단 활동 중 이제 막 1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연구단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설명 부탁합니다.

[인터뷰]
네 연구단이 설립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는데요. 연구단 내/외로 협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해서 연구단장으로 부담과 걱정이 매우 컸는데요. 다행히 온라인 화상회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연구단 내 서로의 신뢰도를 쌓았고, 상당한 수준의 연구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오늘과 같은 이런 홍보의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저희가 진행하는 연구의 필요성과 지향점을 국민과 소통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단은 앞으로 남은 R&D 기간 동안, 원천특허 확보를 위해 매진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로 원천 소재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했고요, 세계 소재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혹은 신규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원천특허로 무장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를 통해서 국내 필터소재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앞으로는 발전과 환경보호를 함께 해내는 지속가능성이 산업계의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될 텐데요. 우리 과학계가 든든한 기술적 뒷받침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조소혜 KIST 물질구조 제어연구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박순표 (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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