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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전기연구원, 세계 첫 전기차 적합성 평가기관 선정

■ 안상필 / 전기연구원 스마트그리드시험실 박사

[앵커]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지만, 전기차 충전기는 아직 성능도 제각각이고 오류도 많아 전기차 보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기차 충전과 관련한 국제 표준과 함께 이를 공인해주는 평가기관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인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 적합성 평가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전기연구원의 안상필 박사님 모시고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앵커]
전기차를 타는 분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가 바로 충전이죠. 그런데 이 충전기가 말썽인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우선 급속 충전기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어떤 문제들이 있나요?

[인터뷰]
우선 보급 현황부터 알아보면, 7월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 충전기는 대략 1만 여기이고, 정부는 25년까지 최대 1만7천 기까지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전기차는 현재 16만대에서 25년에는 113만대 보급 목표 추진). 현재 충전기 고장은 많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충전 오류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불편으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를 들어 충전 커넥터를 연결해도 충전 시작이 안 되거나, 중간에 충전이 간헐적으로 중단되는 경우, 그리고 충전 정지 후 커넥터가 잠기는 오류들을 사용자가 다 떠안고 있는 현실입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말씀하셨던 오류들은 아무래도 전기차 보급 확산에 악영향을 미칠 텐데요. 왜 이런 오류가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인가요?

[인터뷰]
네 쉽게 말씀드리면 호환성 문제인데요. 예를 들어 휴대폰을 무선 충전기에 올려두거나 유선으로 충전기 어댑터를 꽂아도 충전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휴대폰과 충전기 간에 통신과 제어가 호환이 안 돼서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전기차에 꽂는 충전기 커넥터도 외형상으로는 동일한 치수로 되어 있으나, 전기차와 충전기 내부의 모뎀 간에 보이지 않는 통신/제어 오류가 발생하여 충전에 오류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전기차 시장에서 대기업 중심의 완성차 기업들과, 중소·중견기업인 충전기 기업들이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보니, 제조사별로 표준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여 현장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호환성을 국제 전기차 용어로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 마디로 호환이 잘 안 돼서 그렇다는 건데, 휴대폰으로 예를 들어주시니까 이해가 쉽네요. 그럼 완속 충전기는 어떤가요?

[인터뷰]
완속 충전기의 경우 급속 충전기보다 교류 전압이 낮고 기능이 비교적 단순합니다. 반면 급속 충전기는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대신, 최대 직류 1,000V로 전압이 위험하므로 제어해야 할 것들도 더 많습니다. 현재 완속 충전기는 전기차와 충전기 간 충전 가능 여부와 최대 충전 용량 정보 정도만 주고받고 있습니다. 비교적 더 낮은 수준의 문제 사항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밤새 충전기에 연결을 해두었는데 목표량만큼 충전되지 않았다면, 그것 또한 상호운용성 문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 완속 충전에서도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필요하면 전력망으로 제공하는 ‘전력망 연계 충·방전 기술(V2G, Vehicle to Grid)’과 같은 신기술이 적용될 예정인데, 이 경우 더 많은 상호운용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앵커]
급속이든 완속이든 문제점은 존재하는군요. 그런가 하면 앞서 오프닝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이번에 한국전기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전기차 적합성 평가기관’으로 지정됐다는데, 이것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향후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어 많은 전기차와 충전기가 쏟아져 나올 경우, 이러한 호환성 문제가 큰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이를 사전에 검증하기 위한 국제공인 평가기관의 필요성이 국제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영어로 차린(CharIN)은 국제전기차 충전기술 민간협의체인데요. 현재 현대차·기아·BMW·폭스바겐·GM 등 전 세계 주요 전기차 제조 대기업뿐만 아니라, 충전기 관련 업체까지 약 216개 기관이 차린의 핵심 멤버로 참여할 만큼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린이 3년 4개월간의 준비와 자격 심사를 거쳐 최근(7월 말) 대한민국의 한국전기연구원과 독일의 데크라(DEKRA)를 세계 최초 전기차 상호운용 적합성 평가기관’으로 공동 지정했습니다.

[앵커]
한 마디로 전기차 충전 시장의 심판이 된 거네요. 대단한 성과인데, 차린이 그 많은 기관 중에서 한국전기연구원을 최초로 지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뷰]
네 차린으로부터 적합성 평가기관 자격을 받기 위한 핵심 조건은 첫째로 인프라 즉 다수의 전기차와 충전기를 한 번에 시험할 수 있는 전기·전력 인프라를 보유했느냐, 둘째로 전기차 충전 시스템과 시험인증 프로그램 구축 등 국제 표준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를 보유했느냐, 마지막으로 다양한 시험인증 경험과 국제무대 활동 사례가 있느냐가 있습니다.

우리 한국전기연구원은 전력기기 성능을 검증하는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 관련 시험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 최초로 차린 전기차 기술분과 팀 리더를 배출하는 등 전문인력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8년부터 국내외를 대표하는 전기차 대기업과 충전기 제조사들을 한자리에 모아 기술적 문제를 점검하는 ‘전기차 테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실제 현장의 시험인증 경험도 많아 세계 최초로 국제 적합성 평가기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앞으로 전기차 적합성 평가기관으로서 전기차와 충전기의 어떤 기능들을 평가하게 되는 건지, 또 그렇게 되면 전 세계 전기차 완성차와 충전기 업체들은 앞으로 평가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인터뷰]
적합성 평가를 위해 앞서 언급한 차린은 2018년부터 평가 기준을 만들어왔습니다. 여기에는 차린 회원사를 중심으로 현재 국가별 필수사항인 안전 관련 시험인증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분석하고, 범용적인 상호운용성을 제공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IEC, ISO와 같은 국제표준화기구에서 만들어낸 국제표준의 통신, 충전절차, 기능, 노이즈 오동작 등 관련 요구사항을 하나로 묶어 평가 기준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시험 시나리오를 만들어 시험합니다. 전기차나 충전기 개별제품의 안전인증이 아닌 충전이라는 행위에 초점을 두고, 전기차와 충전기가 합이 잘 맞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개발된 글로벌 적합성 평가 프로세스는 제도적 강제인증처럼 전 세계 업체들의 의무사항으로 보기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1위 충전기 제조사인 독일 ABB와 톱클래스 전기차 제조사, 북미 및 유럽 유수 충전사업자들이 이번 적합성 평가 프로세스 개발을 요구하여 만들어졌으며, ABB의 경우 이미 향후 모든 충전기에 대해 이 적합성 평가를 받고 시장에 출시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수출과 판매를 증대시키기 위해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므로, 이른 시일 내에 제조회사, 충전 사업자 간에 필수적인 기술 요건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는 전기연구원의 평가를 통과해야 성능을 인정받을 수 있겠군요. 이런 평가기관이 국내에 있다는 점이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큰 이점이 될 것 같아요. 어떤가요?

[인터뷰]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의미는 기업들이 수출을 할 경우, 전기연구원에서 적합성 시험을 받고 발행받은 국제인증서를 가지고 가면 추가 시험 없이 통용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기차 완성차와 충전기 관련 국내 제조업체들이 비싼 운송비와 시험료를 내면서 해외 시험기관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간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국내에 평가기관이 있는지가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등 체감효과가 더욱 큰 상황입니다.

저희가 분석한 결과, 국내 업체들이 연구원에서 시험을 받을 경우 전기차 1개 모델 기준 약 1.4억 원(물류비, 시험료, 출장비 등) 비용 절감, 충전기 제조사는 1개 모델 기준 약 1억 원의 비용 절감과 약 2개월의 개발 기간 단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로 파급효과가 대단히 큰 편입니다. 이는 각각 10개 모델로 예측하면 연간 약 24억 원 정도의 국내 제조사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합니다.

[앵커]
저도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다가 충전 문제 때문에 마음을 접었는데, 앞으로 전기연구원이 인증한 충전기가 보급되면 그때 다시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전기연구원 안상필 박사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박순표 (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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