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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전자소자를 종이처럼 인쇄한다…성균관대 조규진 교수

■ 조규진 /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

[앵커]
요즘 나오는 디스플레이를 보면 '종이처럼 얇다'면서 감탄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정말로 종이나 플라스틱 필름에 글이나 그림을 찍어내듯 전자회로를 인쇄하는 롤투롤 인쇄전자기술이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 제조방식보다 싸고 쉽게 만들 수 있으며, 또 화면 크기의 제한이 없으므로 더더욱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인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국내 롤투롤 인쇄전자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조규진 성균관대 교수 모시고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신문이나 책을 찍어내는 방식이 바로 롤투롤인데요. 이 방식을 이용해 전자기기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롤투롤 인쇄전자'라고 하던데, 어떤 기술인지 먼저 설명 부탁드립니다.

[조규진 /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
롤투롤 인쇄전자는 간단하게 종이나 필름 롤을 한쪽에서는 풀어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롤을 감아가면서 포장지나 유인물 등을 인쇄하듯이 전자제품을 필름 위에 연속 인쇄로 제조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즉 전자 제품제조에 필요한 논리회로, 캐패시터, 저항 등을 롤투롤 인쇄기술로 종이나 플라스틱 필름 위에 연속으로 인쇄는 기술입니다.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면, OLED TV를 인쇄하듯이 필름 롤에 연속으로 원하는 크기로 인쇄하여 잘라서 벽지같이 벽에 붙이면 TV가 되도록 할 수 있는 기술이고, 추가해서 다른 예로 설명하면, 스마트폰을 필름 롤에 연속으로 인쇄한 후 잘라서 스티커같이 피부나 옷에 부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제조 가능한 기술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전자 재료를 마치 종이처럼 인쇄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교수님 연구팀에서 개발한 기술은 어떤 장점이 있고 무엇이 다른지 설명 부탁 드립니다.

[조규진 /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
우리 연구팀에서는 롤투롤 그라비아 인쇄방법을 사용하여 전자소자를 제조하는 기술이 특징입니다. 롤투롤 그라비아 인쇄방법은 최대 인쇄 속도를 분당 60m 이상까지 올릴 수가 있어서 대량고속 생산 방법으로는 최고로 생각됩니다. 특히 그라비아인쇄는 인쇄제판을 금속으로 제조하여 인쇄하기 때문에 다른 인쇄방법보다 제조한 전자제품의 내구성과 균일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합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향후 실제 생산을 하는 데 매우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연구팀의 차별화된 기술은 롤투롤 그라비아 기술을 이용하여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백플랜을 롤투롤 그라비아 기술로 제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논리소자를 롤투롤 인쇄를 이용하여 집적화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이러한 기술은 전 세계에서 우리 연구실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신문을 찍듯 전자기판을 찍어내려면 아무래도 일반 잉크를 사용할 순 없을 텐데요. 이 전자잉크에도 특별한 기술이 숨어있다고요?

[조규진 /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
네, 전자제품을 인쇄로 찍어 내야 하므로 일반 잉크와는 다르게, 전자잉크는 전기적 특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잉크가 빨강, 녹색 그리고 청색의 기본 3색을 사용하여 다양한 색상을 인쇄하는 것과 유사하게, 인쇄전자에서는 도체잉크, 반도체 잉크 그리고 유전체잉크를 이용하여 다양한 전자 제품을 인쇄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전자잉크는 일반잉크를 이용하여 인쇄 후 품질 평가 시에 고려하는 색감, 광택과 같은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전자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안정적으로 인쇄한 회로를 통해 이동하는 것을 정확하게 제어하고 증폭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품질 평가 기준입니다. 이를 위해 일반잉크를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안정제와 점증제 그리고 일반적인 첨가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인쇄하여 구현하고자 하는 전자제품의 특성을 고려한 전자잉크 제조가 필요합니다. 즉, 전자전달에 영향이 적거나 전자전달을 촉진하는 안정제, 점증제 및 첨가제를 동시에 개발하여 잉크를 제조하여야 하는데요, 이러한 부분이 기존의 잉크제조와는 현저하게 다른 부분이고 이러한 기술들이 저희가 개발한 전자잉크에는 숨어 있습니다.

[앵커]
사용되는 잉크도 특별하지만 전자회로를 새기는 '롤'도 평범한 건 아니라고 하던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패턴을 롤에 새긴 이유는 뭔가요?

[조규진 /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
그라비아 방식을 이용하여 전자회로를 인쇄하려면 그라비아 롤에 미세한 패턴을 만들어서 전자잉크가 미세패턴 영역에만 들어가도록 한 후에, 패턴에 들어 있는 전자잉크를 롤투롤 연속으로 필름이 이동하면서 전이되도록 하는데요, 이때, 전이되는 전자잉크의 양을 조절하는데 패턴의 미세 구조가 매우 중요합니다. 즉, 전이된 전자잉크의 양에 따라 전자회로를 인쇄로 제조한 후에 회로를 통해 전달되는 전자의 수가 전이된 잉크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달라지어 인쇄한 전자 제품의 성능이 구현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 패턴의 디자인과 인쇄한 전자회로의 특성에는 중요한 상호 연관 관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세 패턴의 디자인과 미세규격을 균일하게 유지하여야 동일한 성능을 지닌 전자제품을 인쇄로 제조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아직은 롤투롤 인쇄전자기술이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진 않잖아요. 그런데도 이 분야가 유망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조규진 /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
첫 질문에서 제가 예로 설명하였듯이, 롤투롤 인쇄전자기술을 통해 분당 60m의 속도로 TV나 스마트폰을 연속 롤투롤 인쇄방식으로 제조하여 판매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시면 롤투롤 인쇄전자 분야가 유망하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전자제품을 기존의 증착과 에칭에 의해 제조하는 것이 아닌 전혀 혁신적이면서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인쇄제조 방식이기 때문에 유망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크게 대두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빅데이터를 모으려고 하면 수없이 많은 센서가 실시간으로 감시한 주변 환경, 농작물, 음식, 건강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무선으로 보내 주어야 하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면서 1~2년 사용하다 폐기해도 되는 다양한 형태로 유연하게 제조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저렴한 간단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컴퓨터를 초저가로 생산 가능한 기술은 현재 롤투롤 인쇄전자 기술이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사실 교수님은 생명물리학과 소속이신데, 방금 말씀하신 것과 같이 유연 컴퓨터개발 연구센터를 이끄는 것이 독특해 보이는데요. 어떻게 관련 연구를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조규진 /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생명물리학과로 옮기기 전에 타 대학의 인쇄전자공학과를 설립하고 근무를 하였습니다. 최근 성균관대학교 생명물리학과로 옮긴 주된 이유는 R2R인쇄전자가 이른 시일에 실제로 유연한 간단한 컴퓨터를 인쇄하듯이 필름에 인쇄해서 사용한다면 어느 분야가 가장 좋을까를 고민하다가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렴하고 유연한 단순 컴퓨터가 가장 파급효과가 큰 부분은 아마도 정밀의료 또는 개인 맞춤형 의료를 가능하게 하는 각종 진단기기라고 생각합니다.

맞춤형 의료를 구현하려면 각종 질병을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러한 기술을 유연 컴퓨터개발에 적용하여, 컴퓨터를 개발 시점부터 유연 컴퓨터를 특정 질병의 진단에 맞추어 디자인하고 인쇄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롤투롤 인쇄전자의 최대장점은 목적과 필요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의 유연 컴퓨터를 디자인하고 인쇄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앞으로 우리가 꼭 필요한 부분은 생명과 관련된 분야이며, 여기에 가장 적합한 ICT 제품이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에 적합한 롤투롤 인쇄 유연 컴퓨터라고 생각해서 생명과학 하시는 분들과 융합연구를 하고자 생명물리학과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1970년대 컴퓨터를 가능하게 한 프로세서를 제조한 인텔의 창립자는 고든 무어라고 화학자였습니다. 1970년대에 바라본 우리에게 필요한 컴퓨터는 화학자가 기초를 세울 수 있었다면, 2020년대에 바라본 우리에게 필요한 미래 바이오-IoT 전용 컴퓨터는 생명물리학자가 기초를 잘 잘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롤투롤 유연 컴퓨터개발 연구센터는 국가 지원 선도연구센터인데요. 센터는 어떤 곳이고,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요?

[조규진 /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
저희 롤투롤 유연 컴퓨터개발 연구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지원하는 선도연구센터 중 공학 분야 연구센터입니다. 저희는 2020년에 개소하였고, 향후 7년간 유연 컴퓨터를 롤투롤 인쇄방식을 이용하여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저희는 기존의 Si 기반의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논리회로 방식이 아니고, 뇌 신경의 시냅스를 모방한 회로를 개발하여 바이오 진단기기 및 IoT 분야에 특화된 무선 통신이 가능한 신호처리용 단순하고 저렴한 컴퓨터를 제조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Si 기반 컴퓨터를 사람의 뇌에 비교한다면, 저희가 롤투롤 인쇄로 제조하는 유연컴퓨터는 벌의 뇌 수준의 기능과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 센터의 사업이 종료되는 2027년 이전에 저희 센터의 기술에 기반을 둔 새로운 롤투롤 인쇄 파운드리 사업을 구현하여, 아직 전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으나, 기존 반도체 시장보다 더 큰 바이오-IoT 칩을 롤투롤 프린팅 파운드리를 통해 공급하고자 하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앵커]
바이오 핵심분야까지 인쇄기술을 도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혀주셨는데, 교수님의 앞으로 연구 계획도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규진 /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저의 연구는 바이오시스템과 인터페이싱이 가능한 바이오-IoT 전용 컴퓨터를 롤투롤 인쇄를 통해 제조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기존의 Si칩은 단단한 고체 소자에 의해 신호전달 시스템이 “0”과 “1”의 비트 신호에 기반하여 모든 컴퓨팅이 진행되는데요, 우리의 신호전달 시스템은 화학적 그리고 전기적 방법에 의해 유연하고 유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도 구동하면서 기존의 Si컴퓨팅 보다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더 많은 계산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뇌 신경의 특성을 모방하여 낮은 수준의 집적도를 지닌 논리회로를 이용하여, 배터리 없이 무선이나 빛으로 수확한 적은 전원으로 간단하게 질병을 감지하고 감지한 정보를 저장하고 무선으로 정보를 보낼 수 있는 유연 컴퓨터를 롤투롤 인쇄를 이용하여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벌의 뇌를 모방한 바이오 모사 회로, 전자잉크 그리고 정밀인쇄를 위한 최적의 제어공정을 개발하는데 저희 모든 연구력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앵커]
과거 활자의 개발로 책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잖아요.

오늘 설명해주신 롤투롤 인쇄전자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활자가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조규진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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