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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열차가 알아서 안전 간격 유지…열차자율주행 기술

■ 정락교 / 철도기술연구원 스마트전기신호본부장

[앵커]
선로를 달리는 열차는 자동차처럼 차선 변경이 안 돼 반드시 안전한 간격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런 열차에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되면 열차 스스로 안전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인 운행이 가능해진다고 하는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한국철도기술 연구원 스마트전기신호본부 정락교 본부장 모시고
열차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자동차는 길도 자주 막히고 사고도 자주 나지만, 열차는 선로도 정해져 있고, 제시간에 맞춰서 운행하니까 자율주행 기술이 꼭 필요할까 생각이 드는데요. 열차에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요?

[인터뷰]
먼저 열차와 자동차의 차이를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요. 열차는 자동차에 비해 길고, 무거운 차량의 물리적 특성 외에도 레일과 차륜이 모두 매끄러운 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마찰력이 자동차보다 월등히 작습니다. 그래서 열차의 제동거리가 길 수밖에 없는데요. KTX의 경우, 제동거리는 최대 3km에 이릅니다. 또, 자동차는 운행 중 발생하는 위험 상황에 감속하거나 차선을 변경하여 회피할 수 있지만, 열차 선로는 1차원적인 구조를 가지므로 차선 변경과 같은 회피가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열차는 반드시 안전한 간격을 확보하여 운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철도의 근본적인 특성으로 인해, 선로 전방의 열차 존재 여부를 기초로 하여 열차의 진행과 감속, 정지 등을 지시하는 철도 신호시스템이 발전해왔습니다.

열차 자율주행기술은 열차가 직접 자신의 주행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주변의 다른 열차와 공유하고, 열차가 스스로 전방의 상황을 인지하여 안전하게 주행하는 시스템입니다. 지금까지는 열차가 운행되기 위해 지상 인프라설비에서 열차의 위치와 간격 제어 등 안전 운행과 관련된 제어를 수행하고, 열차는 지상 인프라설비의 명령에 따라 수동적으로 운행됩니다. 하지만 열차 자율주행기술은 지상 인프라설비를 거의 다 없다시피 최소화하고 열차 간 초저지연 통신을 통해 직접 인지, 판단, 제어를 수행하여 열차가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면서 능동적으로 주행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열차가 직접 상황을 인지하고, 선행 열차와의 안전간격을 유지하면서 주행하게 되면, 기존의 시스템에 비해 열차의 운전시격을 약 30%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열차 간 직접 통신을 통해 선행 열차의 위치, 속도, 가속도 등 주행 정보를 이용하여 더 가까이에서도 안전간격을 제어할 수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서울지하철 2호선에 열차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하면, 새로운 노선의 추가 건설 없이도 승객 수송력을 30% 증대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앵커]
열차 자율주행 기술로 수송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또 다른 장점은 더 없을까요?

[인터뷰]
앞서 말씀드린 수송력 증대뿐 아니라 다양한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기존의 철도 노선을 연장하려면 지상에 고가의 각종 신호설비를 추가로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열차 간 직접통신으로 제어하는 열차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다면 별도의 지상 신호설비 없이 열차만 투입하면 돼 경제적이면서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열차가 직접 선로의 상황을 인지하여 판단할 수 있으므로, 이례적인 상황에서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인적오류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승객 입장에서는 열차 이용의 편의성이 좋아집니다. 출퇴근과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열차 투입이 가능하므로 탑승까지의 대기 시간이 줄어들고요. 반대로 덜 붐비는 시간에는 긴 열차의 배차 간격을 늘리는 대신 짧은 열차를 더 자주 운행할 수 있어 이용자가 체감하는 편의성은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앵커]
지금도 일부 지하철은 기관사가 없는 무인철도로 운영 중이잖아요. 자율주행 기술과 기존 무인철도는 어떻게 다른가요?

[인터뷰]
현재 무인운전으로 운행되는 지하철은 CBTC라는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CBTC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최신의 기술로 무선통신을 매체로 하여 열차가 자신의 위치 정보를 지상의 제어설비에 전송하고, 지상의 제어설비는 각 열차의 위치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 열차가 어디까지 주행할 수 있는지 이동권한을 계산하여 열차에게 관련 정보를 전송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CBTC 기반의 무인운전 방식은 값비싼 고가의 지상 제어설비들이 중앙집중식으로 모든 열차를 제어하는 구조이며, 선행 열차와 후속 열차의 최소 운행 시간 간격을 의미하는 운전 시격이 90초대라는 기술적 한계를 가집니다. 저희가 개발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중앙 집중 방식의 지상 제어설비들을 없애고 대신 열차가 분산형으로 열차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여 이동권한을 계산하여 제어하므로 동일한 조건에서 운전시격을 60초대로 단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앵커]
더욱 더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5G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우리 기술이 꽤 앞서있다고 들었습니다. 국제표준 기술을 선도할만한 수준이라고 하던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인터뷰]
열차제어시스템은 열차 운행의 안전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므로, 여기에서 사용되는 무선통신 역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됩니다. 특히, 제어 메시지들이 무선전파를 통해 전송되므로 통신 지연이 짧아야 하며, 무선통신의 신뢰성도 높아야 합니다. 이러한 요구 조건을 만족하는 5G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작년부터 충북 오송에 위치한 철도종합시험선에 5G 기반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시험 열차를 이용하여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열차 자율주행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데요, 자율주행 제어시스템에 5G 통신기술을 접목하여 기능 검증을 수행한 사례는 저희가 세계 최초입니다.

또한, 이러한 시험결과를 기반으로 국제표준화 단체에 기고문을 제출하여 표준화 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되면, 기술개발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향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앵커]
철도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힘이 되겠군요. 이밖에 자율주행 열차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철도 보안 인증시스템도 개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앞서 말씀드렸듯이,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한 열차 자율주행 제어시스템은 메시지들이 전파로 전송되므로 해킹과 같은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철도 보안인증시스템을 통해 열차 제어 메시지가 위변조되어 전송되더라도 수신 측에서 누가 보냈는지,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여 열차제어 메시지의 무결성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또 메시지가 전송되는 중간에 누군가가 메시지를 가로채더라도 읽을 수 없도록 암호화하는 기능과 허가되지 않은 접속을 차단하는 방화벽 기능, 메시지 상태 기반의 이상 행위를 탐지하는 침입탐지 기능을 포함하여 개발하였습니다.

특히, 철도의 운영환경을 고려하여 열차 자율주행시스템의 운용 효율성을 저하하지 않으면서 보안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경량화된 암호 알고리즘을 채택하여 개발하였고, 오송 철도종합시험선에서 열차 자율주행시스템에 적용하여 테스트도 수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열차 제어 메시지를 네트워크 전체 계층에서 보호하는 철도 보안 인증시스템은 열차 자율주행의 신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기존의 CBTC시스템과 자율주행 자동차의 보안시스템에도 응용하여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앵커]
정말 안전에 안전을 기하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자율주행 기능은 열차뿐 아니라 자동차에도 접목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열차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철도 산업이 이제 진짜 위기를 맞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던데, 본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뷰]
제가 서두에 언급한 대로 자율주행이라는 용어는 같이 사용하고 있고 열차와 자동차는 비슷한 것 같지만, 운영 조건이나 환경에서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또, 자동차보다 첨단 기술과 규격이 열차에 앞서 먼저 적용되는 사례도 많은데요.

단적인 예로, 전기 자동차는 최근 많이 보급되었으나 전체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철도는 대부분 전철화되어 디젤에서 전기 기관차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도 이와 유사하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서의 자율주행은 2단계 수준에서 적용되고 있고, 완전한 자율주행이 되기까지 기술적인 발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되어야 하는 점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철도는 국가, 지자체, 운영기관 등이 운영/관리하는 주체이므로 자동차 산업에 비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자동차 자율주행에서의 자율은 운전자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최종 목적이 무인운전인 것에 반해, 철도에서의 자율주행은 지상 제어설비들의 통제를 벗어나 경제적이고 안전하게 철도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철도 산업이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기회이며, 자율주행 기능을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의 경쟁적인 관계가 아닌 자동차와 철도 산업이 상호 협력할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미래 철도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인터뷰]
철도는 그동안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얼마나 정확히 운송하는지가 중요한 척도였습니다. 하지만 근래에는 과거에 없던 모빌리티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들이 생겨났고, 모빌리티 서비스 간의 연계도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철도도 이러한 모빌리티의 통합 허브로서, 더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것입니다. 시속 1,000km 이상의 초고속 교통시스템으로 전국을 도시 생활권화하는 혁신과 더불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대중교통 수단으로 사용자 경험을 더욱 향상하고, 미니트램/무가선트램과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다변화하여 접근성 향상의 도모와 더불어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에 부응하여 더욱 발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철도 기술의 전망과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본부장님의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저는 연구원 입사 이래 고무 차륜 경량전철 기술개발 및 미니트램기술개발 등 새로운 철도 대중교통시스템의 기획에서부터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연구개발 전주기의 경험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저희가 지금까지 개발한 열차 자율주행 관련 원천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주행 중 분리결합 즉, 가상편성을 구현하고 실제 철도 운영노선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용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테스트베드에서 구현한 기술의 검증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여 국민 여러분께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철도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앵커]
철도는 신속하고 비용도 저렴한 장점이 많은 운송 플랫폼이잖아요. 오늘 소개해주신 기술이 우리나라가 철도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철도기술연구원 정락교 본부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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