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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달인] 차세대 전지 개발부터 액추에이터까지…'고분자'의 다양한 변신

■ 박문정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교수

[앵커]
고분자란 페트병이나 비닐봉지 등 생활용품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최근 이런 고분자를 배터리나 의료기기와 접목해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고분자 연구에 매진하는 분을 만나봅니다.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박문정 교수, 전화로 연결돼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희가 오늘 다뤄볼 주제 중에 2차 전지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배터리뿐만 아니라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전기차에서도 꼭 필요한 부품이잖아요. 그중에서도 리튬 이온 전지가 보통 전지보다 더 높은 전압의 전기를 만들지만, 폭발의 위험성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교수님께서 바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연구를 하고 계시다고요?

[인터뷰]
네. 기존 리튬 이온 전지의 유기 전해액은 리튬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에 예상되지 않았던 반응을 일으켜 전지의 온도를 높이고 이는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유기 전해액을 고체 고분자 전해질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지의 발열 위험성이 낮아지고 또한, 불에 타거나 기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폭발의 위험성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특히 전지의 변형이 일어나도 양극과 음극이 접촉돼 합선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에, 충돌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전기자동차의 보급률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고분자는 기본적으로 거대 분자고 고체상태이기 때문에 전해질 내에서의 이온의 움직임이 느리고 기존 리튬 이온 전지대비 충·방전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단점인데요. 그래서 저희는 이러한 문제를 고분자 전해질 나노 구조체 합성을 통해서 해결해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액체 전해액을 고체 고분자 전해질을 바꿔 폭발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요. 교수님께서는 고체 고분자 전해질의 이온전도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방금 전에 나노 구조체 합성을 통해 해결하셨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이온 움직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수 나노미터 폭의 길을 고분자 전해질 내부에 만들고, 그 길을 통해서만 이온이 움직이도록 하였습니다.
경주마가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도록 한 것과 비슷한 원리이죠. 이렇게 하였더니 고체 상태에서도 이온전도도가 크게 향상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이온 전도의 폭이 몇 나노미터인가에 따라서 이온전도도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제가 처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온이 움직이는 길이라고 하셨죠. 통로의 폭을 줄여서 이온전도도를 더 높일 수 있었다, 이런 얘긴데요. 그러면 폭을 얼마나 줄인 건가요?

[인터뷰]
제가 10여 년 전에 이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처음 합성한 이온 전도 길의 폭은 11nm가 제일 작은 값이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이온 전도 길의 폭이 5nm 밑으로 줄어들자, 갑작스러운 이온전도도 향상을 관측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현재까지 만들 기록은 2nm인데요. 추후 이런 실험 결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이론적으로도 해석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온이 지나갈 수 있는 폭을 줄여주게 되면 좌우로 방황하지 않고 길을 따라가게 되기 때문에 효율이 향상되는 건데요. 그렇게 할 수 있는 폭이 5nm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온이 이동하는 통로의 폭이 크면 이온이 이리저리 튀어서 전하가 잘 흐르지 못하는데, 이를 5nm로 줄이니까 한 길을 따라가기 때문에 효율이 그만큼 향상됐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외에도 또 다른 리튬 이온 전지를 연구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차세대 전지라고 일컬어지는 '리튬 황 전지'입니다. 현재 리튬 이온 전지의 양극재가 전이 금속을 기반으로 하는 독성이 높은 소재이고, 이를 리사이클 해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대부분 매장하고 있고 이로 인한 환경 오염이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자연계에 풍부히 존재하면서도 가격이 싼 황을 양극재로 한 차세대 전지를 국내외 많은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는데요. 리튬 황 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현재 상용화된 리튬 이온 전지 대비 10배 가까이 높아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아 왔지만, 황의 낮은 전기전도도에 의해 고속 충전이 불가능하고, 황이 전해액에 녹아서 전지의 수명이 짧아 상용화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단점을 황을 고분자로 만들어 해결했습니다.

특히, 황 옆에 좋은 친구 역할을 하는 분자를 위치시켜 고분자로 만들면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해서 리튬 황 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고분자를 접목해서 전지의 성능도 높이고 환경에도 더 도움을 준다, 친환경적이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전지 외에 새롭게 쓰이고 있는 곳이 있다고요?

[인터뷰]
고분자는 방탄조끼처럼 총알이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게도 만들 수도 있고, 부드럽게도, 또 아주 많이 늘어나게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특히 이 고분자 전해질 나노 구조체를 이용해서 사람의 근육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근육 소재로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고요. 인간의 근육처럼 움직이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외부자극이 가해졌을 때, 수축과 이완을 하는 물질이 필요합니다.

특히 몸에 부착해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용 로봇을 고분자를 이용해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웨어러블 기계나 의료로봇에는 전력이 적게 소모되면서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 유용하게 쓰이는 부품이 바로 제가 연구하고 있는 고분자 액추에이터입니다.

[앵커]
외부 자극이 가해졌을 때, 수축과 이완을 하는 물질, 그런 소재로 만들어진 게 바로 액추에이터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는데, 기존에도 액추에이터 같은 기구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는 건가요?

[인터뷰]
액추에이터 종류는 굉장히 많고요. 단단한 것부터 풍선같이 생긴 것까지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 어떤 특정 자극을 줬을 때, 줄어들고 늘어나고 하는 걸 모두 액추에이터라고 하는데, 다른 물체가 구부러질 수 있도록 밀어주기 때문에 '구동기'라는 표현도 씁니다. 웨어러블 로봇 연구 분야에서 이러한 구동기는 매우 중요한 부품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취약한 분야이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는 빨대 같은 풍선 모양으로 고분자를 만들고, 거기에 바람을 넣으면 뚱뚱해지고 바람을 빼면 얇아지는 형태로 작동하는 공기압 구동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럼 로봇이 늘 공기통을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죠. 저는 AA 배터리 하나로도 움직일 수 있는 구동기를 만들었습니다. 부가적인 장치 없이 배터리 하나만 주머니에 넣어 다니면 되니 무게도 가벼워지고 사용도 안전합니다. 특히 생체전류와 비슷한 낮은 전류 하에서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동기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뇌 신경과 연결해서 작동할 수 있는 고분자 액추에이터를 개발하여 몸이 불편한 환우들의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앵커]
기존보다 훨씬 더 여러 면에서 발전된 액추에이터에 기술에 대한 설명을 지금까지 들어봤는데요. 현재 이 연구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된 상태인가요?

[인터뷰]
대학생 때 몸이 불편한 '구원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오래도록 그 아이가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인공 팔다리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포항공대에 와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건 2012년부터 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2013년에 세계 최초로 1V에서도 움직이는 고분자 액추에이터 개발로 이어졌고, 그 당시 개발한 액추에이터가 움직이는 데 1~2초가 걸렸어요. 굉장히 느린겁니다. 사람의 근육은 밀리초 단위로 움직이거든요. 그래서 꾸준히 연구해서 2016년에는 사람의 몸에 쓸 수 있도록 수 밀리초 단위로 속도를 올리는 성과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후 2018년에는 파리지옥을 모사한 절전형 구동기 개발을 완성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움직임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고분자 액추에이터를 개발해서 관련 논문을 투고하고 심사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고분자 액추에이터는 웨어러블 의료 장비들에 아주 필수적인 부품으로 사용될 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세계적으로도 교수님께서 물리학계에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로 인정받고 계시잖아요. 앞으로 교수님의 계획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인터뷰]
저의 30대를 되돌아보면 정말 치열하게 연구해온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좀 여유 없이 연구해온 것 같아서 그때로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후회하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제 어느덧 40대가 되어서 제 분야가 확고하게 생기고 나서보니 시야도 넓어지고 조급한 마음도 많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기존에는 고분자 전해질 소재 분야에서 리딩 그룹에 저희 연구실이 들어가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제 이름만 이야기하면 모든 사람이 떠올릴 수 있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는 것을 큰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앵커]
교수님께서는 미국 물리학계에 젊은 과학자들에게 수상하는 딜런 메달까지 받으실 정도로 고분자 화학 분야에선 이미 이름이 알려졌다, 역사의 한 점을 찍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또 새로운 연구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주실지 계속 기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박문정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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